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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이태원 참사 100일, 기억과 진상규명은 이제 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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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인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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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5일로 100일을 맞았다. 온전한 추모도, 진상 규명도 없이 유가족의 슬픔과 시민들의 공분만 쌓여온 시간이었다. 지난 4일 서울시청 앞에 차려진 합동 분향소는 이를 상징하는 현장이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4일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를 열고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광장을 차벽으로 막는 바람에 서울시청 앞으로 장소를 옮겨 분향소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서울시청 공무원들과 충돌이 벌어졌고, 서울시는 6일 오후까지 분향소를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전달했다.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억·추모 공간 마련을 정부가 돕기는커녕 가로막고 훼방하는 이 살풍경이야말로 ‘국가의 무책임’이라는 참사 100일의 본질을 압축해 보여주는 듯하다.

그동안 진행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와 국회의 국정조사는 ‘꼬리 자르기’와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현장 책임자 이외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윗선은 소환조사 한 번 없이 면죄부를 받았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진척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정조사에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진정 어린 사죄를 하는 고위 공직자는 없었다. 수사와 국정조사로 그나마 드러난 단편적 사실들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참사의 배경에 도사리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밝히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는 목표에는 아직 근접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 장관,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막말과 인터넷에 쏟아지는 악성 댓글 등 ‘2차 가해’가 참사의 상처만 더 깊게 키웠다.

그럼에도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재난으로부터 사회를 지키겠다는 시민들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4일 시민추모대회에는 주최 쪽 추산 2만여명이 함께했고,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는 5일에도 추모의 발길이 길게 이어졌다.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종교·예술 행사도 잇따랐다. 국회에서도 추모제가 열렸다. 여야 의원들은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 그리고 희생자 추모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우리의 다짐’을 발표했다. 헛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유가족이 염원하는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공식 추모공간 마련 등에 당장 나서야 한다. 정부 역시 법적 책임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이상민 장관의 거취 정리 등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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