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대통령실 "국정운영의 적" 비판…안철수 "선거개입 말라" 반발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왼쪽), 안철수 의원.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전면전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안 의원은 5일 오전 페이스북에 “비상대책위원회와 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더는 소모적인 윤심 논쟁이 계속되지 않도록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라는 익명으로 특정 후보에 대해 ‘윤심이 있다. 혹은 없다’는 기사가 나오지 않게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적었다. 이어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대통령실의 선거개입이라는 정당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지난해 5월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당시 인수위원장에게 인수위가 준비한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또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은 당규 34조에 따라 특정 대표 후보에 대한 지지·반대를 표명할 수 없는데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 규정을 위반한 이에게는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선관위에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 2일 안 의원이 대표 후보등록을 하면서 ‘윤안(윤석열-안철수)연대’를 내세우자, 친윤계와 대통령실은 연일 태클을 날리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4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과의 연대를 말하는 것 자체가 무례하다”고 비난했다. 안 의원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문제를 거론한데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5일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윤 대통령이 말했다”며 안 의원을 겨냥했다. 당내 친윤계 역시 “안 의원의 가짜 윤심팔이가 볼썽사납다”(이철규 의원)고 가세했다.

중앙일보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자 안 의원도 강도 높게 대응하며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이다. 안 의원과 가까운 5선 서병수 의원도 5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실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당의 일꾼을 대놓고 면박을 주는 일은 결코 옳지 않다”며 “내가 분명히 경고하는데 이건 윤 대통령을 욕보이는 짓이고,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 측 인사는 “안 의원이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최근 행태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친윤계의 압박에 백기를 들고 만 나경원 전 의원처럼 고분고분 물러날 경우엔 경선에서 승리하기도 힘들 뿐더러 향후 당내 입지도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김 의원도 즉각 대응에 나서며 전면전에 돌입했다. 그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윤안연대’나 ‘대통령 연대보증인’이라며 대통령을 팔아 표를 모으려 한 장본인이 누구인가”라며 “(친윤계를 향해) ‘당직을 거래했다’는 허황된 얘기를 언론에 흘리며 동료 의원들을 거짓으로 비방했던 분은 누구냐”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대통령의 대표 후보’인 듯 참칭하다가 의도대로 풀리지 않으니 대통령과 참모들을 탓하느냐”며 “안 의원은 유체이탈을 하지 말고 자기 객관화를 하길 바란다”고 공격했다.

중앙일보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후보 등록을 마치고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이날 오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예고없이 국회를 찾아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이 수석은 1시간 가량의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의 윤안연대라는 표현은 안 의원이 대통령을 대표 선거에 끌어들이려는 의도다.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니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지 마라’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윤안연대라는 표현은 매우 적절하지 못하다. 대통령실의 우려에 매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일(6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를 점검하고, 선관위에도 필요 이상으로 과열되지 않게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를 위시한 친윤계, 대통령실, 당 지도부가 일사불란하게 안 의원을 포위한 형국이다.

중앙일보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야당 의원들의 발언을 듣는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듯 안철수 대 김기현 구도가 급속히 거칠어진 건 나경원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안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며 반대 급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은 친윤계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결집하는 데 애쓰고 있다. 특히 안 의원 캠프 선대위원장이자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이던 김영우 전 의원을 향해 지난 2일 친윤계가 “즉각 위원직을 사퇴하라”(김정재 의원)고 압박한 뒤 대통령실이 실제 해촉하는 일까지 벌어진 상태다. 안 의원측은 ‘나경원 데자뷔’를 거론하며 당내 동정 여론까지 호소하고 있다. 김 의원 후원회장인 신평 변호사의 “안 의원이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은 탈당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안 의원 측은 친이준석계와 함께 강하게 문제삼고 있다.

이에 김 의원은 선거 초반 기세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강경책을 펴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동작갑 당원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이 페이스북에는 ‘윤심팔이 하지 말라’면서 말로는 윤안연대 언급을 한다. 언행일치가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재차 꼬집었다. 친윤계 의원은 “안 의원은 대통령실과 친윤계 의원들을 분리하면서 ‘내가 친윤’이라며 빈틈을 파고들려는 전략을 펴고 있는데 이때 김 의원이 분명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표 선거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의 기세를 꺾기 위해 지난 3일 나 전 의원의 서울 용산구 자택을 찾아가 지지를 호소했고 이 사실을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지지를 곧장 얻어내진 못했지만 “나 전 의원과 손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대화를 계속 나누면서 협력을 모색하겠다”며 유화적 메시지를 냈다. 나 전 의원과 각을 세웠던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도 최근 페이스북을 닫고 공개 발언을 삼가고 있다.

영남권 의원은 “안 의원이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우세한 편이지만 당원들은 아직 찍을 후보를 결정하지 않아 선거 판도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의 입장이나 나 전 의원의 선택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양측의 전면전 이후 1~2주 정도 후에야 판도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