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도 이미 중국의 '스파이 풍선' 떠다녔다?

대만 기상국장, 사진 공개하며 "2021년 9월 발견" 주장

정민뎬 대만 중앙기상국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뉴스에 나온 ‘(중국의) 고고도 정찰 풍선’은 오래전부터 있었다”라며 공개한 관련 사진. 4일 미국에서 격추된 중국의 정찰 풍선과 형태가 비슷하다. 페이스북 캡처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중국의 '스파이 풍선'이 대만에서도 2021년 이후 두 차례나 출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5일 대만 매체 중국시보와 자유시보에 따르면, 정민뎬 대만 중앙기상국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뉴스에 나온 '고고도 정찰 풍선'은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 찍힌 물체는 미국 영공을 날던 중국의 정찰 풍선과 유사한 모양새다. 정 국장은 2021년 9월 고고도 정찰 풍선이 쑹산 국제공항을 거쳐 대만 수도 타이베이 상공으로 넘어와 기상국 직원이 사진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에도 유사한 모습의 풍선이 대만 여러 지역을 떠다니는 모습을 주민들이 발견했다. 대만뿐 아니라 일본 미야기현에서도 한 누리꾼에 의해 풍선이 포착되는 일이 벌어졌다.

4일 미국 영공을 날던 중국 정찰 풍선이 미국 공군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고 있다. 킹스타운=AP 뉴시스

정 국장은 당시 관측됐던 풍선이 약 3시간 정도 해당 지역에서 머물렀다고 전했다. 풍선의 용도를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직경이 15~20m로 일반적인 기상관측용 풍선의 지름(2m)보다는 훨씬 컸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 미국과 12m 직경의 풍선을 제작한 경험을 들어 "풍선의 크기가 클수록 비용이 많이 들고 제작도 어려워 물건 운반 등 별도 용도가 아니라면 굳이 크게 만들 이유가 없다"고 자유시보에 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 미국 영공을 진입한 뒤 4일(현지시간) 격추된 풍선이 기상 관측에 쓰이는 민수용 비행선이라고 주장한다. 통제력을 잃어 실수로 미국 영공에 진입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의 수쯔윈 연구원은 이런 중국의 해명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풍선 같은) 대기권의 기구가 지상의 전자 신호를 가로채거나 수집하는 데는 위성이나 레이더 등의 설비보다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입장대로 '정찰 목적'의 풍선이었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