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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본급 1500%·연봉의 50%… 불황 속 ‘그들만의 성과급 잔치’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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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지급’ 눈살

정유업계, 고유가로 최대 실적

난방비 폭등 서민들은 박탈감

정치권 ‘횡재세 도입’ 목소리도

금융업계, 고금리에 수익 증가

직원에 기본급 수백%씩 뿌려

“이자장사로 배불려” 비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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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고금리 등으로 일반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졌지만 일부 대기업과 금융기관은 역대급 실적을 근거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라 실적이 유동적인 만큼 이번 성과급에만 초점이 맞춰져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난방비 폭등과 대중교통비 등 물가 인상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그들만의 성과급’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불안정 등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좋은 실적을 낸 정유, 가스 등 일부 업계의 성과급 수준은 기본급의 1000% 안팎에 이른다.

LS그룹 계열의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유통업체 E1 직원들은 작년 말에 기본급 대비 1500%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E1은 지난해 LPG 제품 수요 증가에 따른 트레이딩 사업 호조 등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향상됐다. E1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5조99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7% 늘었다. 영업이익은 1948억원으로 영업손실 187억원에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고유가와 정제마진 강세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정유업계 성과급 역시 파격을 넘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모든 임직원에게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이는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600%를 받았던 2021년보다 큰 폭으로 뛴 액수다.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 4조30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86%가량 증가한 GS칼텍스 역시 최근 임직원에게 기본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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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정유·가스 기업들의 역대급 성과급은 정치권의 ‘횡재세’ 논란을 낳았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난방비 급등 사태가 빚어졌으니 사업상 큰 이익을 본 이들 업체가 서민 에너지 지원에 소요되는 재원을 감당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측은 원유를 직접 개발, 판매하는 외국 메이저 에너지 기업과 달리 100%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 등 부가가치 창출로 이익을 내는 기업에 고유가 분담금을 지급하라는 것은 지나친 정치 논리라고 맞서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를 생산하는 대기업도 수백%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한 LG에너지솔루션은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870%(평균)를 지급했고, LG전자 역시 첫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한 전장(VS) 사업본부에 전 사업 부문을 통틀어 가장 높은 기본급의 55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반도체는 지난해 업황 둔화로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연봉의 50%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4분기에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SK하이닉스도 모든 임직원에게 2022년 성과급으로 연봉의 41%를 지급했다.

고금리로 이자 수익이 늘어난 금융업계도 성과급 논란의 대상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최근 임단협을 통해 이익연동 특별성과급으로 기본급의 약 350%를 책정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250%를 선지급했으며, 오는 4월 중 100%를 추가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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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앞서 경영성과급으로 기본급의 약 361%를, NH농협은행은 기본급의 400%를 각각 책정했다. KB국민은행은 기본급 280%에 특별격려금 340만원을 지급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전망치 평균은 총 16조5557억원으로, 2021년 대비 13.8%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역대 최대 이익 규모다.

고금리로 가계와 기업이 빚 부담에 허덕이는 가운데 금융권만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린다는 따가운 시선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16일 은행의 공적 기능을 강조하면서 “은행권이 주주환원 정책과 임직원 성과급 지급에 신경을 쓰는 것에 비해 사회공헌 노력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김범수·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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