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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생활속 건강 톡 '메디神'] 치과가 무서운 우리 아이, 어떻게 치료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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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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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무서워하는 장소다. 치과 치료 시 불안과 공포는 진료를 미루게 만든다. 증상이 생긴 후 치료를 받으면서 느끼는 통증은 치과에 대한 두려움을 더욱 증가시키는데 이를 '치과공포증(Dental Phobia)의 악순환'이라고 한다.

치과공포증으로 치과에 내원하지 못해 실런트(치아 홈 메우기)와 같은 예방 치료를 못 받고 결국 치아를 빼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속담을 인용해 '실런트로 막을 것을 임플란트로 막는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치과에서 부정적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 중에는 선천적 기질이 소심해 상황 변화에 적응이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공포를 갖게 된 아이들도 있다. 타고난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막연한 불안감에 의해 생긴 공포는 행동 유도를 통해 나아질 수 있다. 가정에서도 치과와 관련된 동화책을 읽거나 상황극 놀이를 통해 치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자고 일어나면 우리 아이의 모든 치료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수면 치료를 고려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수면 치료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고, '진정법' 혹은 '진정 치료'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다. 진정 약물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따라서 잠이 들기도 하지만, 몸에 힘이 풀린 상태에서도 각성이 되어 우는 아이들이 있다.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발달 지연 등으로 협조가 불가능한 아이가 치아를 다수 치료해야 하는 경우 진정법을 이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의사소통을 통해 치료 과정을 이해할 수 있거나 치료할 치아가 적은 경우에는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치료해보는 것이 좋다. 치과에서는 소리나 빛 같은 자극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치과용 엔진과 흡입 기구가 작동되는 소리들을 먼저 들어보게 한다. 입안을 비추는 조명의 강도도 낮춘다. 비교적 친숙하게 생긴 치경(치과용 거울)을 아이가 직접 만져 보고, 자기 입안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이들의 첫 치과 검진이 아프거나 무섭지 않게 이뤄지면 치과 치료에 대한 공포감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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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가 치료받는 모습을 보는 '모방 학습'이나, 아이가 잘한 행동에 보상을 줘 그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긍정적 강화'는 치과 치료 시 행동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소아치과에서는 진료 뒤 아이에게 칭찬 도장, 스티커, 풍선, 작은 장난감을 주는 방법이 가장 흔하다.

무엇보다 치과 치료 후 잘한 행동에 대해 칭찬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의 칭찬은 "치료를 받는 동안 소리를 지르지 않아서 훌륭했어요"와 같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또한 아이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질 좋은 칭찬이 되어야 한다. "내일 유치원 친구들에게 얼마나 치료를 잘 받았는지 자랑하고 오세요"와 같은 칭찬은 아이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 잘한 행동을 재연하게 만들며, 치과에 대한 기억의 재구조화(Memory restructuring)를 통해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긍정적 기억으로 바꿀 수 있다. 가정에서는 아이가 치과 치료 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잘 했는지 칭찬해 줌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하고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

예전에는 진료를 시작하면서 "아, 해보자"라고 했지만 요즘은 "마스크 벗어 보자"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은 마스크를 벗으면서 자신의 입을 벌려야 하는 상황을 더욱 두려워하는 것 같다. 마스크를 벗음으로써 생기는 감염의 공포까지 더해져서일까. 치료가 끝나자마자 눈물을 닦기 전 마스크부터 챙기는 아이들을 보며 안쓰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첫 단추를 잘 끼우자'라는 마음에서 아이들의 첫 치과 경험이 아프거나 무섭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와 치과의사가 신뢰를 쌓고 두려움과 불안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들에게 치과에 대한 첫 경험을 제공하는 소아치과의사로서 책임감이 무겁다.

[강정민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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