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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 정찰풍선 격추에 中 강한 항의…양국 관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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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외교부 "과잉대응 명백, 추가 대응 권리有"

올봄 매카시 대만行 예고까지 양국 긴장 고조

"블링컨 취소 아닌 연기, 소통 의지" 해석도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이른바 ‘스파이 풍선’ 사태로 미·중 관계가 다시 악화될 위기에 놓였다. 양국은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대화 채널 복구 등 관계 개선에 나섰지만, 이번 사태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계획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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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미 몬태나주 상공에서 포착된 중국 정찰용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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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찰용 vs 민간 목적…美 격추에 中 반발


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금일 오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 북부사령부 소속 전투기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에서 중국이 보내고 소유한 고고도 정찰 풍선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격추 직후 “국방부에 가능한 빠른 격추를 지시했다”면서 “작전에 성공한 조종사를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해상에서 풍선의 잔해를 수거해 목적과 정보 수집 장비 탑재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미국은 풍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Ⅲ 150기가 저장된 맘스트롬 공군기지가 있는 몬태나주(州) 등 민감한 군사시설이 있는 지역을 지나갔다고 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격추에 대해 “미국이 무력을 동원한 것은 명백한 과잉 대응으로 국제 관례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면서 “민간용 무인 비행체를 무력으로 공격한 데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관련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고 필요한 추가 대응을 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가 대응을 시사했다.

해당 비행체는 ‘기상 관측에 주로 사용되는 민간용’으로 서풍에 휩쓸리는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미국으로 영공으로 진입했다는 것이 중국의 주장이다. 중국은 자국 비행체의 미국 영공 진입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하면서도 “냉정하고 전문적이며 절제된 방식으로 적절히 대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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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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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카시 대만行 예고까지…양국 관계 어디로


이번 사태로 당초 5∼6일 예정됐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계획이 무기한 연기됐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약속된 후속 조치로, 2018년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이후 5년 만에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찾을 예정이었다. 블링컨 장관이 방중 기간 시 주석과 만날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현재로선 없던 일이 됐다.

정치 분석가들은 중국이 진지한 선의의 제스처를 보이지 않는 한 블링컨의 방중 계획은 신속하게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일 이와 관련한 중국 외교 최고위직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전화통화에서 “여건이 허락할 때 최대한 빠른 기회에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미국 의회가 중국에 대한 강경 노선에 초당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해당 비행체가 즉각 제거됐어야 했다고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특히 케빈 매카시 신임 미 하원의장은 올봄 대만 방문 의지까지 드러내고 있어 머지않은 다음 위기로 꼽힌다.

다니엘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번 사태에 대해 “중국의 ‘우스운 변명’은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열린 소통 채널 유지’라는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 급한 中, 블링컨 방중 더 원해”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관계에서 외교적인 영향력을 좀 더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사태 이전부터 미국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통해 얻을 것이 많지 않다고 예상해 방중 연기로 잃을 것도 없으나, ‘위드 코로나’ 이후 경제 성장이 급한 중국은 미국보다 더 블링컨의 방중을 원했던 상황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안보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이자 중국 군사전문가인 테일러 프래벨은 “중국은 자국 이미지를 개선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해당 풍선이 민간용이란 해명에도) 미국 영공을 침범했기 때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보니 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블링컨 장관이 중국 방문을 전격 취소할 수 있지만 연기를 선택했다”면서 “이는 미국이 중국과의 열린 의사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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