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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필라델피아로 떠나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뿔난 뉴요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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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로 떠나라!”

미국 최대 인기 스포츠로 꼽히는 미국 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을 일주일 앞두고 난데없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뉴요커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주 빌딩 측이 뉴욕 자이언츠의 오랜 앙숙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슈퍼볼 진출을 축하하며 야간 외장 조명을 온통 녹색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이글스는 지난달 29일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를 31 대 7로 꺾고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슈퍼볼에 진출을 확정했다. 이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트위터에 “날아라 독수리”라고 축하 글을 적으며 녹색으로 밝힌 빌딩 사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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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자이언츠 팬들은 들끓기 시작했다. 90년 앙숙팀 이글스가 자이언츠에 38대 7로 대승하며 뉴욕의 슈퍼볼 진출 꿈을 짓밟은 것에 분노하던 차였다. 이글스가 슈퍼볼에서 뛰는 것도 보기 싫은데 뉴욕의 상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응원하자 배신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뉴욕시 위생국은 트위터에 “용서할 수 없는 배신”이라고 썼고, 한 맨해튼 지역 시의원은 “자이언츠의 광팬으로 이것은 완벽하게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캐시 호컬 주지사는 들끓는 여론에 “뉴욕주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조명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고 썼다.

뉴욕 지역지인 뉴욕 포스트는 심지어 “새 머리”라는 제목으로 녹색으로 물든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1면에 실었다. 에릭 에덤스 뉴욕시장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빌딩이 우리로부터 멀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NYT)는 “많은 이에게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스포츠 팬덤의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만약 우리 팀이 진다면 적어도 경쟁자의 패배를 응원하고 싶다는 규칙이다. 이글스의 승리는 곧 자이언츠의 패배”라고 보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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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측은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을 기뻐하는 분위기라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전망대 티켓을 살 사람은 결국 관광객이라 홍보가 중요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12일 슈퍼볼 게임 중계 중에 이기고 있는 팀 색상으로 빌딩 조명 빛을 밝힐 예정이다. 뉴욕포스트는 “또 녹색 불이 들어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뉴욕의 명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특별한 날을 기념해 날마다 빌딩 조명 색을 바꾼다. 지난달 음력설에는 붉은 색을 밝힌 바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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