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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연료비 아끼려면 휘발유차 보다는 전기차" 이말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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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리서치 회사인 앤더슨이코노믹그룹(AEG)은 최근 흥미로운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중위 가격대(Mid-Priced Car) 자동차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ICE) 자동차 연료비가 전기차(EV) 연료비보다 더 저렴했다는 내용이다.

AEG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는 100마일(약 161㎞)당 연료비가 11.29달러(약 1만4100원)였던 반면, 가정에서 주로 충전하는 전기차는 100마일당 11.6달러(약 1만4476원)로 내연기관차 연료비가 31센트 더 저렴했다. 또 비슷한 급의 전기차 운전자가 연료 공급소에서 차량을 충전하는 비용(14.4달러)보다 3달러 이상 더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중 어떤 차가 더 경제적인지를 놓고, 소비자와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기요금은 크게 치솟았지만, 국제 유가는 하반기 들어 안정되면서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서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보다 경제성이 뛰어난 것으로 조사된 건 18개월 만에 처음이다. AEG 측은 “유가 하락 덕에 내연기관차 운전자들은 전기차 운전자보다 사실상 비용 우위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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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에 SK렌터카가 세운 전기차 충전 복합 시설인 에코라운지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들. 카페 브랜드 테라로사가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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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기차 vs 내연기관차’의 경제성 논쟁은 자동차 업계에선 비교적 자주 언급되던 주제다. 각국의 세금 제도와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 그리고 전기요금과 유가 등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지만, 그래도 결국 ‘전기차의 경제성이 더 뛰어나다’는 방향으로 결론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유럽도 비슷한 형편이다. 이미 지난해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동안 유럽의 전기차 소유자들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한 충전비를 누려왔지만, 전기료 급등 때문에 이런 차이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내의 상황도 이들과 닮아가고 있다.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경우 한국전력은 올해 약 18조원대 영업적자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GM, 엔진에 ‘이유 있는’ 1조 투자



완성차 업체들도 이미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미국 GM은 최근 6세대 V8 엔진 생산을 위해 미국 내 공장 4곳에 8억5400만 달러(약 1조66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V8 엔진은 수익성이 좋은 픽업트럭과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고성능 차량에 탑재되는 대형 엔진이다.

특히 엔진을 최종 조립하는 미시간주 플린트 공장에 투자액의 67.8%(5억7900만 달러)가 집중된다. 반면 이번 투자 계획에서 전기차 경쟁력 강화에 쓰이는 예산은 6400만 달러(약 800억원)에 그친다.

GM으로선 이유 있는 투자다. 전동화 전환이라는 큰 흐름에도 불구하고 캐시카우(Cash Cow·현금원)인 중·대형 내연기관차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이는 막대한 자금이 드는 전동화 과정을 견뎌내는 버팀목이 된다.

동시에 “전동화 전환에 대한 일자리 감소 우려”라는 노조의 불안도 달랠 수 있다. 참고로 GM은 ‘2035년 내연기관차 생산 전면 중단’이란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일본 도요타 역시 미국 내 생산거점 4곳에 3억8300만 달러(약 4800억원)를 투입해 하이브리드차(HEV) 등의 엔진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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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편 현대차그룹은 2030년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판매량(약 684만4000대)을 기준으로 할 때, 판매 차량 두 대 중 한 대는 전기차인 셈이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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