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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우리은행 민영화 주도했던 임종룡, 7년 만에 “셀프 회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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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2016년 8월22일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제125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날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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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전 금융위원장(64·행시 24회)이 우리금융 회장에 내정되자 7년 전 자신이 우리은행 민영화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셀프 회장’으로 돌아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면서 관료 출신 인사를 민간금융사 회장에 앉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임종룡 내정자는 금융위원장(장관) 재임 중인 2016년 11월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하며 우리은행을 7개 과점주주(동양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PE) 체제로 만들었다. 매각 물량은 우리은행 지분 29.7%였다.

당시 금융위는 “낙찰 물량이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21.4%)을 초과했다”면서 “민간 주도의 자율경영을 위해 과점주주 중심으로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임 내정자는 그해 12월 과점주주 대표들을 만나 “민영화한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전 직원에게 “민간이 자율적으로 경영하는 새로운 시장 주체가 됐다”는 축하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2019년 2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됐고 정부는 2021년 11월 우리금융 지분 9.3%를 5개사(유진PE, KTB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 두나무,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에 추가 매도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월 완전 민영화를 달성했다고 선언했다. 현재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율은 1.29%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주도한 전직 장관이 성패 여부를 판단하기에도 이른 시기에 우리금융을 이끌겠다고 한다면 애초 앞세운 민영화 취지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임 내정자의 취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임 내정자는 금융위원장 시절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펀드 사태의 책임이 있고,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였으며, 재임 기간 가계부채 증가율은 10%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금융당국의 압박에 연임을 포기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DLF와 라임펀드 사태로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관료사회를 중심으로는 임 내정자가 우리금융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는 주장도 있다.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간 파벌 다툼이 여전하고, 700억원대 횡령 사고나 외환 이상 송금 등 각종 금융사고에도 경영진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우리금융을 외부 인사가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료 낙하산’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조한 것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인이 없는,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과거) 공익에 기여한 만큼 정부의 경영 관여가 적절하지 않으나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올 1분기 중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내놓고, 비금융사까지 포함한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회장 선출과 관련, 손 회장의 용퇴를 압박하고 선임 절차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하는 등 ‘관치’ 논란을 일으켰다. 금융당국의 개입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내부자가 선임되면 우리금융이 지난해 말 받은 손 회장과 우리은행에 대한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을 우려해 외부 출신을 선호했던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임 내정자가 나온 연세대의 경제·금융 인맥도 우리금융 신임 회장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임추위 위원(사외이사) 7명 중 2명이 연세대 출신이고, 다른 2명은 추천 과점주주의 최고경영진이 연세대와 관련이 있다. 이 중 한 명은 연세대총동문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반수가 직간접적으로 학연이 얽혀 있고, 7명 중 6명은 금융당국의 감독 대상인 과점주주 추천 인사여서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가 일각에서는 임 내정자가 현 정부 출범 당시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입각 제안은 고사했지만 민간 금융지주 회장 취임에는 적극적이었던 데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한 전직 경제 관료는 “임 내정자가 금융위원장 취임 전 회장을 했던 NH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 내에서도 정부와의 소통 등을 이유로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많고 위상도 우리금융 회장보다 낮다”면서 “공직보다 민간 취직을 선택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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