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이슈 세계 정상들 이모저모

44일 재임한 英 트러스 전 총리, “준비 없이 총리직에 올라 신중하지 못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내가 지도자 자리 서는 것은 먼 미래로만 여겨졌다”

조선일보

지난 10월 25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총리 관저에서 리즈 트러스 당시 총리가 연설하고 있는 모습./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영국 총리에 취임한 지 44일만에 사임을 발표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사임 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4일(현지 시각) 트러스 전 총리가 총리 후보 시절부터 재임 기간 동안 겪은 일에 대해 그가 직접 쓴 글을 게재했다.

트러스 전 총리는 “총리 후보가 됐을 때부터 나는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다르게 해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다”며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에서 지내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고,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글에 따르면 작년 7월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발표했을 때, 외무부 장관이었던 트러스 전 총리는 G20 외무장관 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었다. 당시 묵던 호텔에서 존슨 총리의 연설을 생중계로 듣던 트러스 전 총리는 “나는 존슨 총리가 2024년 총선에 나설 거라 예상했다”며 “내가 지도자 자리 서는 것은 먼 미래로만 여겨졌고, 나는 막 시작된 대회를 위한 어떤 형태의 준비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트러스 전 총리는 선거 운동부터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도부 선거운동은 나의 남편이 우려했던 것만큼 잔인했다”며 “(유세 기간 동안) 나는 부도덕한 것, 미친 것 등 온갖 이름으로 불렸고, 이는 점잖은 편에 속했다”고 했다.

비록 그의 급격한 감세 정책은 역풍을 맞았지만, 트러스 전 총리는 자신의 방향 자체는 옳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본능적으로 최대한의 속도로 행동하기로 결심했다”며 “실수할 위험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기존의 속도로는 영국이 직면한 비상사태에 대처할 수 없었다”고 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요금이 급등하는 등 긴급한 상황에서 재빠른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 패키지가 없었다면, 우리는 겨울 동안 기업들이 파산하고 수많은 가정이 가난에 빠지는 것을 보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자신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트러스 전 총리는 “미니 예산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 누구도 국채 기반 파생 상품(LDI)에 대한 우려가 없었다”며 “발표 이후 채권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나서야 나는 우리가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 발표에 따른 시장의 반응에 대해 과소평가했으며, 국가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해졌는지 알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김나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