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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창원 재투신 사망 사건 경찰·소방 대응 논란… 문제는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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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자살예방센터 연계 생략… 초동조처 미흡

소방, ‘사후관리’ 방점 보건복지부 매뉴얼 준용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투신 시도 40대 여성 구조 후 재투신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자살시도자 대응을 두고 경찰뿐만 아니라 소방도 논란이 일고 있다.

자살 예방을 골자로 하는 각 기관의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5일 경찰·소방에 따르면 지난 2일 창원시 진해구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 A씨가 투신했다가 구조된 후 다시 투신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세계일보

지난 2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투신 시도 후 구조된 40대 여성의 재투신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사과하고 있다. 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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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경찰이 자살예방센터를 통한 연계 초동조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의 ‘보호조치 업무 매뉴얼’의 자살시도자 조치 대응을 보면 ‘자살시도자 신고가 접수되면 자살예방센터(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락해 자살시도자와 상담을 할 수 있는 전문요원의 출동을 의뢰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생략했다.

신고 접수 후 진해경찰서 여성청소년과·지구대 소속 경찰관 4명만 현장에 출동했다.

진해구 지역의 자살예방센터인 ‘진해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경찰로부터 긴급 상담이나 현장 출동 요청 연락을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대응 논란은 사후조치에서도 드러난다.

이 업무 매뉴얼의 사후조치를 보면 ‘자살시도자에 대한 급박한 위험이 해소된 후 재발 방지를 위해 인근 자살예방센터 상담을 의뢰하거나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 정신의료기관으로 이송한다’고 돼 있다.

A씨는 1차 투신 후 구조된 뒤 40여분 간 대화하며 안정을 취했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그렇다면 이때라도 자살예방센터에 A씨 구조 사실을 알려 협조를 구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경찰은 위급한 상황인 만큼 그에 따라 적절하게 조처했다는 입장이다.

진해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보호조치 업무 매뉴얼도 있지만, 사고 위험성이 높거나 행정 입원이 불가하다고 판단한 경우 경찰관이 직권으로 72시간 동안 강제입원 시킬 수 있는 ‘응급입원’ 조처가 현장의 급박한 상황에서는 우선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의 이 같은 논리라면 ‘보호조치 업무 매뉴얼’에 따른 자살예방센터 연계 협업은 사실상 무용지물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사건과 관련해 소방도 매뉴얼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소방은 경찰과 달리 자체 매뉴얼이 없으며, 보건복지부의 매뉴얼을 토대로 준용하고 있다.

이 매뉴얼의 근간이 되는 ‘자살예방법’이 지난해 개정됐는데, 이에 따라 자살시도자 등의 동의가 없어도 경찰과 소방이 자살예방센터에 관련 정보를 제공 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매뉴얼은 자살시도자의 ‘사후관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데 있다.

자살시도자 사건 특성상 애초 경찰(112)보다 소방(119)에 구조 요청 신고가 먼저 접수되는 점을 감안하면 소방도 신고 접수 후 자살예방센터와 연계하는 자체 사전 대응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살시도자 신고의 자살예방센터요원 현장 연계 여부는 경찰이 판단하는데, 이번 사건처럼 경찰이 애초 이를 누락하거나 배제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창원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은 자살시도자 대응과 관련한 자체 매뉴얼이 없는데다 경찰의 사전 대응과 달리 사후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등 법과 현실 간 괴리가 크다”며 “매뉴얼 정비 등 관련 지침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창원=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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