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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김진표 꺼낸 '의원정수 확대'…정치권 금기어 된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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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 의장은 “집중심의 과정을 거쳐 의원 200분 이상의 동의를 받아내면 3월 안에 선거법 개정을 충분히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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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예산을 동결하는 걸 전제로, 국회의원을 30~50명을 늘리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급한 선거제 개편안 중 하나다. 김 의장은 “호남에서도 보수적인 인사가, 영남에서도 진보적인 인사가 당선될 수 있으려면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 뒤, “국회의원 정수(300석)를 그냥 놔두고 비례대표를 늘리려면 지역구를 줄여야 한다”면서 의원정수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의장이 꺼낸 의원정수 확대는 그간 전문가들 사이에서 선거제 개편 논란을 한꺼번에 해결할 ‘묘수’로 꼽혀왔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단점으로 꼽히는 지역주의와 비례성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결정권을 가진 현역 의원 반대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공청회에 초청된 전문가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53개 선거구를 합치는 것보다 의원정수·비례대표 확대에 대한 필요성을 설득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했고,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도 “의원 정수를 확대하면 비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국회에도 의원정수 확대 법안은 세 건 제출된 상태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권역별 비례제 선거법은 지역구 220석, 비례 110석 등 의석수를 330석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253석)를 중·대 선거구제로 바꾸고, 비례 의석을 47석에서 77석으로 30석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지역구 240석, 비례 120석의 완전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김 의장이 직접 의원정수 확대를 언급하기 전까지, 선거법 논의에서 의원정수 증가는 숨겨진 이슈에 가까웠다. 정개특위 소속 한 의원은 “여야 의원끼리도 사석에선 의원정수 확대가 해법이란 말을 곧잘 한다”며 “다만 국민이 워낙 싫어하니,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 같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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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5년 4월 국회에서 막을 올린 '2015 다함께 정책엑스포'에 참가해 각 지자체와 단체의 부스를 돌아보던 중 청년유권자연맹 부스에서 바람직한 국회의원의 수를 묻는 설문에 351명 이상이라고 답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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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일각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인 2015년 4월에 의원정수 확대를 꺼냈다가 뭇매를 맞았던 사건도 언급되곤 한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한 행사에서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부족하다. 400명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곧바로 “퍼포먼스에 참여해 가볍게 얘기한 것”이라며 진화를 시도했으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선 “국민이 진정 원하는 바는 국회의원 숫자 400명이 아니라 공무원연금 개혁”(김무성 당시 대표), “재미 삼아 말하기에는 중대한 사안”(조해진 당시 원내수석부대표)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20대 국회에선 준(準) 연동형 비례제를 주도했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비슷한 사건을 겪었다. 2019년 10월 정의당 대표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에서 확대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는 다음날 여론조사를 시행해 의원정수 확대에 국민 73.2%가 반대한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심 의원을 맹비난했다. 결국 두 달 뒤 본회의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엔 지역구·비례의원 숫자에 단 한 석도 변동이 없었다.

오현석·위문희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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