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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빌라왕 막는다” 집값 90%까지만 보증보험...사기 가담한 중개사·감평가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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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 발표


오는 5월부터는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집값이 3억원에 전세금이 3억원이어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2억7000만원 이하의 전세만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내 돈 들이지 않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 수백, 수천 채를 사들인 뒤 보증금을 떼먹는 전세사기를 막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매경이코노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2월 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전세사기 대책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주형 매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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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보험은 전세가율 100%→90%까지만 허용
핵심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대상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 100%에서 90%로 낮추는 것이다. HUG의 현행 전세금 반환보증은 선순위 채권과 임대 보증금액의 합이 주택 가격의 100%까지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악성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에 악용됐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국토부는 그동안 시세 100%까지 보증 가입이 가능한 점을 악용해 세입자를 안심시킨 뒤 고위험 주택의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식의 전세사기 사례가 많았다고 판단한다. 예컨대 매매 가격이 3억원인 집에 3억원짜리 전세를 들이는 ‘동시 진행’ 수법으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빌라 수백, 수천 채를 사모은 전세사기꾼이 활개쳤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보증보험에 가입된 주택 23만7800가구 중 전세가율이 90%를 넘기는 집은 5만7200가구(24%)에 달한다. 이런 주택들은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떨어지는 부동산 하락기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전세금 반환보증에 ‘전세가율 90%’ 기준을 적용한다면 전세사기꾼 소유 주택이나 전셋값이 과도하게 책정된 주택 대부분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된다.

본격적인 시행 시기는 오는 5월이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 보호를 위해 유예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다. 기존 보증 갱신 대상자에 대해서는 내년 1월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전세가율을 90%로 조정하는 방안을 주택도시보증공사 상품뿐 아니라 주택금융공사(HF), 서울보증보험(SGI) 상품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감정평가사의 ‘시세 부풀리기’도 차단한다. 오는 2월부터 감정평가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없는 경우에만 적용하고, 협회에서 추천한 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해 임대인과 감정평가사의 사전 모의를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 전세사기 의심 사례 전수조사를 통해 사기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된 감정사는 추천 대상에서 제외한다

등록임대사업자가 보증 의무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관리·감독도 강화된다. 임차인이 거주하는 주택은 보증을 가입해야만 등록이 허용된다. 공실은 ‘등록 후 가입’을 허용하되 미가입 시 임차인에게 알려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또 보증 미가입으로 등록이 말소된 임대사업자는 임대주택 추가등록을 제한한다.

계약 후 대출 받으면 ‘계약 해지’ 특약도 반영
세입자의 보증금이 보호될 수 있도록 앞으로 ‘대항력 확보 전 근저당을 설정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특약을 공인중개사 범용 임대차 계약서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더라도 그 효력(대항력)은 ‘하루 뒤 0시’부터 발생한다. 반면 저당권 효력은 저당권 설정 등기가 이뤄지는 ‘즉시’ 발생한다. 집주인이 세입자가 이사하는 당일 저당권 등을 설정해버리면 임차인은 후순위로 밀려버린다는 뜻이다. 그동안 이를 악용해 집주인이 전세 계약 당일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대출 근저당이 보증금보다 우선 보호돼 임차인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매매 등으로 인해 임대인이 변경될 때도, 임대인이 직접 알려주지 않으면 임차인이 이 사실을 알 수 없어 적기에 대응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문제도 있었다.

정부는 이에 계약 체결 후에도 보증금이 안전하게 보호되도록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심사 시 확정일자 확인 후 대출을 진행하는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는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 대출심사 시 전입신고 익일 0시가 지나 우선변제권이 확보된 보증금만 우선 차감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확정일자 신고가 된 보증금을 국토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에서 확인해 우선 차감한 후 대출을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우리은행에서 지난 1월 30일부터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데, 오는 4월까지 다른 시중은행에도 확대될 예정이다.

전세사기 가담한 중개사·감평사, 1회만 처벌 받아도 자격 취소
일부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가 조직적인 전세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현재 공인중개사는 직무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자격이 취소된다. 앞으로는 ‘금고형(집행유예)’만 받아도 취소되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일부 중개보조원들이 전세 사기에 적극 가담한 사례도 드러난 만큼, 지금까지는 제한 없이 채용하던 중개보조원 수를 중개사 1인당 최대 3인까지만 두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공인중개사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준다. 앞으로 중개사들은 임대인의 세금, 이자 체납 등 신용정보와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 전입세대 열람을 할 수 있게 된다. 전세가율과 전세보증 상품에 대해서는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전세사기에 가담한 감정평가사 역시 오는 6월 감정평가사법 개정을 추진, 자격 취소 사유를 ‘금고형(집행유예 포함) 1회’로 강화할 예정이다. 지금은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형을 2회 받아야 자격이 취소된다.

살던 집 낙찰 받아도 ‘무주택자’로 간주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피해자가 전세보증금을 건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주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에는 ‘무주택자’인 것으로 간주한다. 경매로 낙찰받은 집을 보유한 기간은 유주택 기간에서 빼 청약 당첨에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 정부는 공시가격 3억원 이하(지방 1억5000만원)·전용 85㎡ 이하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 오는 5월부터 무주택자로 간주하기로 했다.

오는 5월에는 기존 전세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는 상품도 내놓는다.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전세대출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이 될 경우, 고금리에 따른 대출 부담이 상당히 커지기 때문이다. 이 역시 가구당 2억4000만원까지 연 1~2%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전세보증금이 3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연소득 7000만원, 순자산은 5억6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소득 기준도 있다.

또한 피해 복구를 위한 원스톱 법률 서비스도 지원한다. 국토부와 법무부 합동 ‘법률지원 TF’를 통해 체계적인 법률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보증금 반환 절차를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신축 빌라 시세 보여주는 ‘안심전세 앱’
전세 계약 시 확인해야 할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안심전세 앱’도 출시했다. 해당 애플리케이션(앱)은 신축 빌라 등 시세,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보증사고 이력, 세금 체납 정보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시세 정보 파악이 어려웠던 다세대·연립주택, 50세대 미만 소형 아파트의 시세를 수도권에서부터 제공한다. 오는 7월 개편될 2.0 버전에서는 주택 유형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추가하고, 지방 광역시로 시세 제공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신축 빌라 시세 정보도 담는다. 이번 출시 버전에서 신축 주택 준공 1개월 후 시세를 제공한다. 2.0 버전에서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의 협업을 통해 준공 1개월 전에 ‘잠정 시세’를 추가하고, 준공 1개월 후 ‘확정 시세’를 제공한다.

시세 조회 때 공인중개사협회와 감정평가사협회에서 추천하는 인근 지역의 믿을 만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상담센터)의 전화번호를 표시해 전문가 의견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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