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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핼러윈 참사유족 "24시간 분향소 지킬 것"…경찰, 해산절차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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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100일 앞두고 서울광장 분향소 설치…집회後 조문 시작

경찰 "신고된 장소범위 벗어난 불법집회"…자진철거·해산 요구

유가족 "당연히 해야 할 일 안해 사람 죽었다면 그것도 살인"

이재명 "평범한 유족을 투사로 만드는 정권의 무책임에 분노"

노컷뉴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부대표가 4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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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 등은 참사 100일을 앞둔 4일 서울광장 앞에서 분향소 기습 설치하고 경찰과 대치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 등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시민분향소 운영을 요구하지만, 경찰과 서울시는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분향소 설치는 방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용산구 6호선 녹사평역 분향소에서 출발해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 장소인 광화문광장 방면으로 향했다. 삼각지역과 서울역을 거쳐 시청 앞에 다다른 주최 측은 갑자기 행진을 멈추고 서울광장에 분향소 천막 설치에 나섰다.

오후 1시 11분경 유족·시민들이 서울도서관 앞 인도에 천막을 들이려 하면서,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 인력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초 주최 측은 광화문광장에서 추모집회를 개최하고자 했지만, 서울시는 앞선 신청자가 있고 안전상 이유로 불가하다고 불허했다. 이에 광화문광장 옆 세종대로에서 행사를 열겠다는 게 변경된 예고 내용이었다.

경찰은 '주최 측이 신고한 장소 범위를 벗어났다'며 이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의 허가 없이 불법 시설물을 설치했다는 판단 아래 안내방송을 통해 자체 철거를 수차례 요구했다. 전날 집회 대비차원에서 광화문에 배치한 기동대도 투입돼 분향소 근처를 넓게 에워쌌다.

서울시 공무원도 70여 명이 현장에 나와 천막 쪽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유족 및 집회 참가자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20대 유가족 1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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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 등이 4일 추모행진 도중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설치한 합동분향소.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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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은 오후 2시를 넘겨 분향소를 간신히 설치하고, 손수 운반한 영정사진 159개를 진열했다. 집회는 예정시각보다 다소 지체된 2시 30분쯤 시청역 4번출구 옆 차도에서 시작됐다. 무대차량 앞부터 서울광장까지 약 5천 명의 인파가 운집해 자리를 지켰다.

추모대회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을 포함해 야당 의원 수십 명이 참석해 목소리를 보탰다.

이재명 대표는 "평범한 유족을 투사로 만드는 이 정권의 무책임하고 비정한 행태에 분노한다"며 "오늘 희생자들을 기릴 자그마한 공간을 내달라는 유족들의 염원조차 서울시는 매몰차게 거절했다"고 비판했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이정미 대표도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곳을 가득 메운 경찰 기동대를 보라. 이들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여기에 꽃 한 송이 들고 와서 유족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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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든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의 진입을 막고 있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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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유가족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부대표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저는 오늘 가슴 속 깊이 뜨거워지는 감동과 고마움에 그동안 가졌던 서글픔과 외로움을 모두 털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치 무인도에 고립되어 있는 듯 철저히 외면당하고 무시당하며, 자식도 잃고 국가도 외면하는 현실에 괴로웠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우리가 버림받고 버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정부가 무인도에 버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치 중인 경찰을 향해선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국민을 추모하는 자리에 이렇게 많은 경찰이 나와 있다.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났나"라며 "잘못을 인정하고 추모하러 나왔다면 저희 분향소에 가서 진심어린 마음으로 추모하라"고 꼬집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서는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정중히 부탁드린다. 제발 물러나 달라"고 격양된 목소리로 덧붙였다.

또다른 유족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사람이 죽었다면 그것도 살인"이라며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막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이번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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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찰은 이태원참사 추모대회 주최 측이 신고된 범위를 벗어난 장소에서 불법집회를 했다며, 분향소 자진철거와 해산을 요구했다. 시청 앞에서 유족 등과 대치 중인 경찰의 모습.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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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서인 남대문경찰서와 서울경찰청은 집회가 마무리된 후인 오후 5시까지 4차에 걸친 해산방송을 통해 자진해산을 요청했다. 집시법 20조에 따라, 관할서장은 불법집회에 대해 스스로 해산할 것을 요청하고, 불응 시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 자진 해산하지 않을 경우 공권력으로 물리적 해산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 등은 교대로 돌아가면서 분향소를 지킨다는 방침이다. 주최 측은 "앞으로 분향소 운영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오늘처럼 경찰이나 용역들이 언제 와서 어떻게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한동안 이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24시간 동안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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