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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르포] 담양에 쏟아진 ‘612㎜ 물폭탄’ 극복…스피루리나 국내 첫 배양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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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배양시스템 구축 엔셀 담양연구소 가보니

수년간 R&D 투자, 토종종균 자동화시스템 성공

2020년 담양 홍수로 ‘연구시설 와르르’ 아픔도

70년대 최고 아역스타 꼬마신랑 ‘김정훈’ 합류

다이어트, 노화방지, 해독 등 건강기능식품 양산

헤럴드경제

담양에 60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스피루리나 연구시설은 초토화됐다. 개집이 물에 잠기면서 리트리버 은별이가 위태롭게 지붕위에 서있다. 서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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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신랑의 주인공 배우 김정훈씨는 엔셀과 '김정훈 스피루리나' 상표권을 공동 출시했다. 서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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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담양)=서인주 기자] “쉿이쉿이, 보글보글”

아이 몸집 만한 수십여개의 강화 플라스틱 병에는 짙은 녹색 액체가 한가득 담겨 있다.

얼핏 보면 매생이 같기도 하고 파래 같은 내용물이 소리 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시로 울려 대는 에어 콤프레셔는 신선한 공기를 액체 내부에 깊숙이 주입했는데 그럴 때 마다 살아있는 뭔가가 꿈틀대는 느낌이다.

온도 34도, 습도 43%에 음압장비까지.

4일 찾은 바이오기업 엔셀(대표 이병국) 스피루리나 전남 담양배양장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영화 에일리언을 연상케 했다. 20평 남짓 배양장에는 항습도조절 장치와 LED배양조명 등 첨단제조시스템으로 꾸려졌다.

이 회사는 수년간 연구 끝에 국내 최초로 토종종균을 활용한 스피루리나 대량 양산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동안 미국과 동남아 등에서 수입되던 스피루리나를 국내 순수기술로 배양할 수 있어 수입대체 효과와 신시장 창출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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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엔셀 바이오사업부 사장과 70년대 아역스타 김정훈배우가 스피루리나 배양장에서 제품 상용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서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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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셀은 제품 양산화를 위해 전남도, 담양군 등과 생산라인 확장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엔셀은 지난 2018년 ​담양군 성도리 4000여평의 부지에 스피루리나 배양연구소를 개소했다.

수십년간 글로벌제약 회사에서 일한 김준 사장이 서울과 담양을 오가며 R&D 토대를 닦아 나갔다. 담양에 둥지를 튼 이유는 날씨가 따뜻하고 주변에 오염시설 없는 친환경 인프라를 가졌기 때문이다. 실제 이곳에는 1000평의 맑은 연못이 있는데 물고기들과 청둥오리들이 수시로 오가고 있었다.

스피루리나는 필수 5대 영양소를 포함한 60종 이상의 영양소를 포함한 식품이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남조류로 알려져 있다. 다이어트, 노화방지, 해독효과, 면역력 향상 등에 효과가 있어 건강보조식품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처음에는 컨테이너 한 대로 시작했다. 밤잠을 설쳐가며 토종 종균과 자동화 배양시스템 필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석박사급 인력들이 하나둘 보강되면서 연구 컨테이너는 4개로 불었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스피루리나는 배양이 까다로운 편이다. 특히 사람이 먹는 건강식품 원료인 만큼 위생과 청결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꼼꼼하게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실험데이터를 쌓아갔다. 스피루리나 배양공간과 에어주입시스템 설계에는 수많은 실패로 점철됐다. 국내에는 없던 배양시설인 만큼 목업과 금형에도 많은 수억원의 R&D예산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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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셀은 홍수피해로 연구시설이 초토화되면서 좌절을 겪었다. 이후 스피루리나 자동배양시설 개발에 집중하면서 국내외 특허 출원에 성공했다. 서인주 기자


연구시설이 완공될 때 쯤 날벼락이 터졌다. 지난 2020년 담양에 ‘전국 최대규모’의 홍수가 발생하면서 공들인 연구시설을 그대로 덮쳤다.

3일 동안 612㎜가 쏟아졌다. 연구시설과 고가의 장비 등이 물에 빠지면서 수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피땀 흘려 모아온 연구 데이터가 모두 사라졌다.

직원과 가족 모두 펑펑 울었다.

김준 엔셀바이오 사업부 사장은 “하늘이 무너져 내릴 정도로 충격이 컸다. 모든 연구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상실감과 패배감을 느꼈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며 “직원들과 장비에 묻은 진흙을 털어내고 새롭게 시설을 재정비하면서 결국 국내 기술로 스피루리나 배양시스템을 완성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70년대 최고의 아역스타 ‘꼬마신랑’ 김정훈 배우도 엔셀에 합류했다.

미얀마에서 윤활유 사업에 성공한 그는 스피루리나의 성장가능성을 발견하고 ‘김정훈 스피루리나’ 상표를 공동 출시했다. 미얀마 현지의 자연환경과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부가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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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윤활유 사업에 성공한 배우 김정훈씨(왼쪽)는 해외인프라를 활용해 수출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다. 서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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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배우는 “외국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사업아이템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스피루리나에 관심이 많았는데 엔셀의 기술력과 성장가능성을 지켜보면서 확신을 가졌다” 며 “스피루리나는 날씨가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미얀마 등 해외거점을 마련한다면 바이오업계에서도 한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국 엔셀 대표는 “스피루리나는 미세조류 미생물인데 겨울에는 8일, 여름에는 5일이면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며 “이미 국내외 특허까지 출원했기 때문에 이제는 제품 양산화를 위한 후속 작업에 에너지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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