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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6년 만에 거리로 나선 민주당…이재명 “나를 짓밟아도 민생 짓밟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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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뒤 첫 ‘장외집회’ 당원·지지자 2만명 총결집

한겨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정부 규탄 손팻말을 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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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에 경고합니다. 이재명을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는 마십시오. 이재명을 부숴도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마십시오.”

4일 서울 중구 남대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연설대에 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남대문 일대 4차로를 가득 메운 2만명(경찰 추산·민주당 추산 10만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은 파란색 풍선을 들거나 목도리를 두르고 이재명 대표의 연설 주요 대목마다 환호성으로 응답했다. 반면 건너편 반대 차선에 모인 보수단체 맞불집회 참석자들은 이 대표 연설 도중 스피커 볼륨을 높인 채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6년 만에 거리로 나선 민주당…“윤석열 실정에 민주당 제대로 대응 못 해”

민주당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뒤 6년 만에 주최한 이번 ‘장외집회’는 소집 과정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은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장외집회 개최를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에 맞서 당력을 하나로 모을 ‘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의원과 지역위원장에게 지역별 참석자를 할당하는 일방통보식 ‘동원령’을 내리자, 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등 잡음이 일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당 의원 167명 중 9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지지자와 당원들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불만’이나 ‘검찰 수사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당일 상경했다는 당원 김아무개(63)씨는 “의석수만 과반이지 지금까지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수많은 실정에 제대로 대응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며 “다수석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윤석열 정권을 제대로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황아무개(43)씨는 “검찰 수사가 매일 도를 넘고 있는데 민주당이 너무 무기력하다”며 “이재명 대표 측근과 자기 가족까지 모조리 수사했는데 지금까지 나온 게 없다. 이 대표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려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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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줄 가운데)와 박홍근 원내대표(앞줄 왼쪽 둘째) 등 지도부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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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못 살겠다 원성인데 윤 정권은 야당탄압 올인”

차례로 단상 위에 오른 의원과 당직자들은 최근 이뤄진 난방비 인상 등을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가 민생에 무능하면서 야당탄압에만 전념한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역대급 난방비 폭탄으로 집집마다 비명인데, 정부는 두손 놓고 강 건너 불구경한다”며 “이재명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위기를 이겨내고 민주주의와 민생을 지켜내자”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국민들은 못 살겠다고 원성인데 윤석열 정권은 정적 제거, 야당탄압에만 올인하고 있다”며 “윤석열 독재 정권에 맞서는 게 민생이고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을 관철하겠다는 목소리도 컸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송기헌 의원은 단상에 올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200번 넘게 등장한 사람이 누구인가. 김건희 여사다”라며 “당원 동지 여러분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반드시 돌파해내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우상호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지키지 못했으면서 이상민 장관만 지키기 위해 혈안”이라며 “이상민 장관은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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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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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유신 독재정권 물러나자 검사 독재정권 똬리 터”

마지막으로 단상에 오른 이재명 대표는 20여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유신 독재정권이 물러난 자리에 검사 독재 정권이 똬리를 텄다”며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유신 사무관 대신 검사들이 국가 요직을 차지하고 군인의 총칼 대신 검사들의 영장이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며 “질식하는 민주주의를 우리가 나서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에 대해 “이 모든 것이 저의 부족함 때문이었다. 패장인데, 전쟁에 졌는데 삼족을 멸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위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국민의 피눈물에, 그 고통에 비한다면 제가 겪는 어려움이 무슨 대수겠나”라며 “역사적 소명을 뼈에 새기겠다. 어떠한 핍박도 의연하게 맞서고 국민이 부여한 책임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대표 지키자고 국민들 포기한 처사” 맹공

국민의힘은 이번 규탄대회가 ‘이재명 방탄 집회’라며 맹공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방탄에 올인하는 동안 국정은 발목 잡혀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는 국민포기대회”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야말로 이성도 양심도 상실한 민주당”이라며 “이재명 대표 지키지고 국민들을 포기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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