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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문재인 책방'에 쏠린 눈... 주민들 "기대와 우려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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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리 3개 마을 중간 지점
1층 짜리 주택 리모델링 중
황토찜질방·너른 마당 인상적
주민들 "반갑지만 시끄러워질까"
한국일보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자택과 300m 가량 떨어져 있는 책방 예정지는 지산리 3개 마을의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양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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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서리·지산 마을 한가운데에서 자리잡고 있어서 가장 요지입니다."

지난해 5월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책방을 열기로 했다. 극우 유튜버들과 친문재인 성향 단체가 충돌했던 지난해 여름 평산마을을 수 차례 다녀왔던 기자 입장에선 위치가 궁금했다. 책방이 들어설만한 공간이 좀처럼 떠오르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다시 찾은 평산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책방 위치가 마을 한복판이라 사람들이 오가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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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 예정인 경남 양산 평산마을 책방 공사 현장에 지난 1월 26일 건축허가 표지가 붙어있다.양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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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문 끝에 찾은 책방 터는 평산마을회관 우측 골목길 끝 모퉁이에 있었다. 문 전 대통령 자택과는 직선거리로 300m정도 거리다. ‘건축주 문재인’이라고 적힌 건축허가 표지판에 공사기간(1월20일~3월1일)과 건폐율(20.54%), 건축면적(142.87㎡·43평) 등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콘크리트와 벽돌이 섞인 아담한 1층 주택은 여느 평범한 시골 마을 집과 다를 바 없었지만, 황토찜질방과 너른 마당이 인상적이었다. 찜질방은 마을 사랑방으로, 마당은 북콘서트나 마을과 연계한 체험프로그램 등을 여는 장소로 활용하려는 문 전 대통령 구상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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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으로 개조 중인 주택은 지상 1층, 건축면적 142.87㎡(43평) 규모로 작은 황토찜질방과 너른 마당을 갖추고 있다. 양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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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본격적인 공사는 시작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이웃 주민은 “틀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리모델링하는 걸로 안다”며 “공사는 시작 전”이라고 말했다. 70대 마을 주민은 “좁은 동네에서 원하는 시기에 적절한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래도 좋은 위치에 좋은 집을 골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대체로 '문재인 책방'이 마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책방으로 쓰일 주택과 마주하고 있는 국숫집 관계자는 “전국적인 명소가 된다면 식당은 물론이고 주변 카페 등에도 손님이 더 늘지 않겠느냐”며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다만 "위치가 마을 안쪽이다 보니 외지인이 몰리면 주민 불편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겨우 잠잠해졌는데 다시 시끄러워질까 겁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 퇴임 직후부터 사저 앞에서 비난 집회를 해온 극우 유튜버들과 맞불 집회를 한 친문 성향 지지자들의 갈등이 반복될 상황을 걱정한 것이다.

양산경찰서에 따르면, 현재 평산마을에서 정기적으로 집회·시위를 벌이고 있는 단체는 6개로 인원은 10여 명 안팎이다. 문 전 대통령 퇴임 초기 최대 10여 개 단체 1,000여 명이 집회신고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확 줄어든 수치다. 경찰도 평일은 2명, 주말은 4~5명 정도만 평산마을 질서유지 등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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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은 매입한 주택의 내부만 리모델링해 2~3월 중 책방 문을 열 예정이다. 지난 1월 26일 책방으로 개조 중인 주택의 뒤편 모습. 양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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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설(73) 평산마을 이장은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도 언론을 통해 책방 소식을 접했다"며 "개인 사업이라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다들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이장은 그러면서 "주민들 협조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추후 논의할 자리가 마련되면 책방을 통해 주민들 유대감도 깊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달이나 다음달에 평산마을에 책방을 열 계획을 하고 있다”며 “책방 이름은 ‘평산마을책방’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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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 평산마을회관에서 바라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방 예정지 모습. 양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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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글·사진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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