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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광화문광장 차벽···서울광장서도 공권력 맞닥뜨린 ‘이태원 참사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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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100일 분향소 설치 놓고 경찰과 대치

서울시 공무원과 충돌로 유족 1명 쓰러져

경향신문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유가족들이 영정사진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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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가 이태원 녹사평역에서 시작된 행진을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마치고 추모대회를 열었다. 시민대책회의는 서울광장에 추모 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 설치를 막으려던 경찰·서울시 공무원과 유가족·시민대책회의가 대치했다.

유가족 150여명과 추모행사 참가자들은 이날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분향소에서 시작해 세종대로를 따라 행진하던 중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경찰은 광화문광장 인근에 있던 기동대 경력 3000여명을 서울광장 인근으로 이동·배치했다.

경찰과 분향소 설치 공간을 확보하려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서울시 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설치한 천막”이라며 철거를 시도했다. 참가자들은 “10월29일 그날에도 경찰은 시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했다” “경찰이 못 지칸 안전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이 영정을 들고 가는 것을 경찰이 막고 있다”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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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경찰이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참사 분향소를 둘러싸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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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태원 참사 추모 분향소를 설치하기 위해 서울광장으로 진입하려는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을 경찰이 막아서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팩트TV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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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설치 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는 서울시 공무원과의 충돌로 유가족 한 명이 쓰러지기도 했다. 오후 2시20분쯤 서울시 공무원 70여명이 분향소 철거를 위해 진입하며 빚어진 충돌이었다.

이들은 애초 행진 후 광화문광장에서 추모대회를 열려 했으나 서울시의 불허로 장소를 서울광장 옆 세종대로로 옮겼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겠다는 요청을 거부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북측에 분향소를 설치하겠다는 유가족 측의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전날 경찰에 “불법 천막 등 설치를 저지해달라”는 시설 보호 요청을 했다. 경찰은 광화문광장에 차벽을 치고 유가족과 추모행사 참석자들의 진입을 막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성명에서 “사회적 추모를 가로막는 광화문광장 차벽 설치를 규탄한다”며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보다 (유가족의) 목소리를 막으려는 경찰과 서울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50분부터 시작된 100일 추모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요구했다. 이날 행사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단상에 올라 “윤석열 대통령님, 오세훈 서울시장님. 이 곳을 가득 메운 경찰 기동대들을 보십시오. 이들은 2022년 10월29일 이태원에 있었어야 했습니다”라며 “조금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바로 이 곳에 꽃 한송이 들고 와서 유족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동참도 이어졌다. 최경아씨(46)는 “젊은이들이 희생됐는데도 사과가 없단 것에 너무 화가 났다”면서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촛불을 들었던 게 불과 8년 전인데 아이도 기억해야 할 것 같아서 같이 나오게 됐다”고 했다. 남편 윤경진씨(51)는 “유가족들이 사회가 외면한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는데 지치지 않고 함께 해드리겠단 얘기 드리고 싶다”며 “아이와 함께 나온 것도 힘든 일 있을 때 사회가 돕는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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