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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반도체기업 10년만의 충격적인 적자...내 주식계좌 괜찮을까요? [뉴스 쉽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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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연구자가 반도체 공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 제공=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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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수출이 또 감소한 거죠.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6.6% 줄어들었어요. 수출은 작년 10월 이후 넉 달째 감소 중이에요.

수출 부진의 주된 원인은 반도체예요. 1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거의 반토막 났거든요. 지난달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4.5% 급감했어요. 액수로 치면 5조원 이상이 줄어든 건데,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 감소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대요.

흔히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고 말하잖아요. 경제 뉴스를 보면 이런 반도체 산업이 위기라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고요. 그런데 이번엔 진짜 상황이 심각하긴 한가 봐요. 우리나라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격적인 경영 실적을 발표했거든요.

충격적인 10년 만의 적자
지난해 4분기(10~12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2700억원에 그쳤어요. 8조 8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1년 전보다 97%나 급감했죠. 삼성전자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거예요.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조 7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거든요. 분기 기준 SK하이닉스가 적자를 기록한 건 10년 만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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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이 악화한 건 두 회사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에요. 반도체의 종류는 크게 2가지로 나뉘어요. 마치 두뇌처럼 정보를 연산하고 처리하는 시스템반도체와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가 있죠.

그런데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요즘 계속 하락하는 중이에요. 메모리반도체가 많이 사용되는 스마트폰과 PC 판매가 줄어든 영향이에요. 먹고살기 팍팍해지니 아무래도 스마트폰이나 PC 신제품을 예전만큼 많이 사질 않는 거죠. 가격이 하락하니 팔아도 남는 게 없고,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도 악화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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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D램 익스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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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다시 오르려면 메모리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수요가 증가하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요. 수요는 기업들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결국 생산량을 조정하는 수밖에 없죠. 지난해부터 이미 대다수의 메모리반도체 회사들이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상태고요.

하지만 점유율 1위 삼성전자만큼은 최근까지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왔어요.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경쟁 회사들을 말려 죽이려는 게 아니냐’라는 분석까지 나왔죠. 낮은 가격이 오래 유지되면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회사들 모두가 손해를 보지만,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더 오래 버틸 체력이 있으니까요. 경쟁자들이 먼저 떨어져 나가면, 경쟁이 약해진 시장에서 손쉽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테고요.

삼성전자로 향한 시선
사실 그래서 사람들은 삼성전자의 경영 실적만큼이나 ‘과연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줄일지’를 궁금해했어요. 보통 큰 기업들은 실적을 발표하면서 왜 이런 실적이 나왔는지, 향후 사업 계획은 무엇인지를 함께 설명하는데요.

그럼 결과는 어땠을까요? 지난달 31일, 삼성전자의 설명을 들은 언론들의 반응은 둘로 엇갈렸어요. ‘삼성전자, 감산은 없다’라는 기사와 ‘삼성전자, 사실상 감산 돌입’이라는 기사가 동시에 보도됐죠. 동일한 발표 내용을 두고 상반된 해석이 나온 거예요.

이후 삼성전자의 발언을 자세히 뜯어본 투자 전문가들의 해설을 살펴보면, 사실상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줄이겠다’라고 선언했다는 게 중론이에요. 다만 기존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건 부담스러웠는지 살짝 돌려서 말했죠. 상반된 기사가 나온 것도 삼성전자의 ‘돌려 말하기’ 때문이고요.

먼저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라는 말로 운을 띄웠어요. 일부러 반도체 공장 가동 시간을 줄이진 않겠다는 거죠. 이 발언만 놓고 보면 생산량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문가들이 주목한 건 뒤에 이어진 발언이에요.

삼성전자는 “공장 생산라인 유지보수를 강화하고, 생산 설비를 최첨단 설비로 재배치하겠다”라고 덧붙였어요. 이 과정에서 생산량에 ‘의미 있는’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죠. 유지보수·재배치 기간엔 당연히 공장 가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으니 결국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의미인 거예요. 이 발표를 접한 반도체 업계에선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다시 상승할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요. 1위 업체인 삼성전자까지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거니까요.

하지만 ‘이 정도로는 반도체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엔 부족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결국 수요가 증가해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아무리 가격이 상승한다 해도 생산량과 판매량이 감소한 상태라면 무슨 소용이냐는 거죠.

한물간 메모리반도체?
사실 얼마 전까지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성장 여력이 크지 않다’라는 분석들이 많이 나왔어요. 일반적으로 메모리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에 비하면 사용처가 제한적인데다 구조가 단순하고 만들기도 쉬워서 팔았을 때 남는 게 많지 않거든요.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 위기론’도 여기서 나온 거예요.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1위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선 점유율이 높지 않아요. 그런데 반도체 산업 전체를 놓고 보면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비중은 30%도 채 안 돼요. ‘메모리반도체와 한국 반도체 산업은 한물갔다’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될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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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한국 반도체 산업을 구한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믿는 구석이 있나 봐요.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킬 구세주가 있다는데요. 두 회사는 이번에 향후 사업 전망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대상을 언급했어요. 바로 ‘챗GPT(ChatGPT)’예요. 작년 11월 미국의 인공지능(AI) 연구 기업인 ‘오픈AI(OpenAI)’가 내놓은 대화형 AI죠.

챗GPT 같은 인공지능 기술의 핵심은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한 뒤, 이를 AI에게 반복 학습시키는 거예요. 필연적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작업이 수반되죠. 데이터 저장 공간도 많이 필요하고, 더 빠르게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는 성능 좋은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성능 좋은 메모리반도체는 가격이 비쌀 테고, 이걸 만드는 회사들은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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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의 데이터센터. [사진제공=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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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메모리반도체 주요 사용처는 스마트폰과 PC라고 했는데요. 몇 년 전부터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버 등에서 쓰는 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요. 재작년(2021년)부터는 데이터센터 서버가 메모리반도체 사용 비중 1위로 올라섰고, 향후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죠.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성장 속도가 시스템반도체를 뛰어넘을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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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6년 기준. [자료=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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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반도체 회사들이 믿는 구석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자율주행 자동차예요. 자율주행 레벨이 올라갈수록 복잡한 기술이 요구되고, 필요한 반도체 숫자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거든요. 아직까진 전체 메모리반도체 수요 중 자동차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남짓이지만, 자율주행 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면 스마트폰용 수요만큼이나 커질 거란 전망까지 나와요.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하반기부터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다시 상승할 거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데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반도체 한파’를 이겨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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