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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천공 의혹’은 빙산의 일각, “제2의 차지철” 우려까지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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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권력과 안보’ 출간

인수위 용산 대통령실 이전 난맥상 폭로

“어떤 협의도 없고 위압적…무섭기까지”

선박 송환 등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 비판도


한겨레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재임 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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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3일 출간한 <권력과 안보, 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는 대변인 재임 시절 일기 형식으로 정리한 회고가 담겼다. 그는 책에서 윤석열 정부 인수위의 대통령실 이전 밀어붙이기에 위압감을 느꼈다고 했다. 역술인 천공이 서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을 방문했다는 전언을 담아 주목을 끈 이 책에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관리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그는 윤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직인수위가 국방부를 방문해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통보한 지난해 3월15일 “안보 관점에서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을 한 곳으로 몰아놓은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적었다. 당시 ‘1주일 안에 짐을 빼라’는 인수위 통보에 국방부는 “이사 준비에 시간이 걸리니 두달 정도 말미를 달라”고 요청했다. 서욱 장관이 김만기 국방정책실장(예비역 육군 소장)에게 “인수위에 있는 동기 예비역 장군을 통해 잘 이야기해 보라”고 지시했지만 인수위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부 전 대변인은 “인수위는 어떤 협의도 없었고 그냥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이는 위압감이 무섭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취임 한달 전인 지난해 4월10일엔 “경호처장 유력후보로 꼽히는 김용현 장군은 한이 많은 사람”이라며 “대통령 경호처, 국방부, 합참이 동거하는 상황이라 제2의 차지철이 나올 개연성이 있다”는 우려도 적었다.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도 담았다. 그는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2021년 11월5일 “윤석열 후보는 공감능력이 제로”라고 했고 김건희 여사의 학위논문 표절 문제를 거론하며 “무엇보다 혹시 당선되면 부인인 김건희를 영부인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적었다.

한겨레

부승찬 전 대변인은 재임 중 쓴 일기를 모아 3일 출간한 저서 <권력과 안보, 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방부 대변인이었던 그는 재임 중 남북·한미 관계 사안에서 국방부가 독자적인 입장을 내보이기가 쉽지 않아 답답하고 아쉬웠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그는 2021년 3월1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비난 담화 대응을 꼽았다. 그해 3월8일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자 김 부부장은 이를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 규정하고 “‘붉은 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이라고 비난했다. 부 전 대변인은 이에 대해 “보수 정권이라면 답변이 쉬웠을 것이지만, 현 정부에서는 상당히 정제돼야 하므로 먼저 국방부와 안보실이 소통해 입장을 조율했는데 수시로 단어와 문구가 변경됐다”고 썼다. 이어 “물론 소통은 중요하다. 하지만 소통이라기보다는 안보실에서 일방적으로 문구를 조정한다. 어느 정도 국방부 의견이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기록했다. 당시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국방부는 우려를 표명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그 의견이 완전히 지워졌다”고 적었다.

대선 전날인 지난해 3월8일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북한 선박을 군이 나포했을 때 ‘윗선’에서는 신속한 송환을 요구했다고 한다. 부 전 대변인은 “누구라고 밝히긴 어렵지만, 위에서는 ‘왜 나포했냐’며 역정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어이 상실”이라고 적었다. 당시 군은 절차대로 합동심문조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위쪽에서 ‘빨리 송환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국방부로 보냈다”고 덧붙였다. 언론에 알리는 문자 공지는 처음에 “표류 중인 북한 선박을 우리 군이 구조했다”는 내용으로 나왔다가 ‘나포’라는 표현을 넣어야 한다는 부 전 대변인의 주장에 최종적으로는 ‘표류'가 빠지고 ‘구조'는 확보'로 변경됐다고 한다.

그는 남북관계에 대한 보수언론의 부정적 보도에도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2021년 8월3일 김여정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와 관련해 “마치 국방부, 통일부가 충돌하는 듯한 기사로 도배됐다”는 것이다. 그는 “통일부는 당연히 남북관계 개선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고, 국방부는 대비태세와 훈련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다. (언론이) 이를 모를 리 없을 텐데 마치 통일부와 국방부가 심각한 갈등을 겪는 것처럼 기사를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도 남북군사공동위에서 협의가 가능하다”고 하자 기자들이 “어떻게 연합훈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느냐”며 질의한 행태도 비판했다. 그는 “한·미연합훈련 남북협의는 9·19 군사합의뿐만 아니라 군사적 충돌이나 긴장 완화 일환의 신뢰구축 조처로 유럽 동서냉전이 극에 달했던 1970년대 헬싱키 프로세스에 기반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구축은 군사적 신뢰 구축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순간 한반도 평화도 한낱 물위에 피는 아지랑이에 불과하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부 전 대변인은 또 트럼프 행정부 시절 파견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을 ‘오만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2021년 3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배석했던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한국군의) 핵심 능력부터 구축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부 전 대변인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이 발언을 ‘막말'로 규정하며 “미국은 전작권 전환 의지가 없다는 점을 느꼈다”며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동맹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고 오만함으로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적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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