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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선수 잘 만나면 억대 연봉…캐디들이 이력서 돌리는 이유 [임정우의 스리 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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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직장은 PGA 투어
우승하면 보너스만 1억원
억대 연봉 수두룩한 이유
인정받기 위해 자기 계발
선수 잡기 이메일 보내고
직접 현장 찾아가기도 해

LIV 골프는 캐디들에게
숙소 등 모든 경비 지원
특별 계약금까지 지불해


매일경제

욘 람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을 확정한 뒤 캐디 아담 하예스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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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선수의 동반자인 전문 캐디들은 얼마나 벌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등의 경기를 보며 골프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본 궁금증이다.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누구와 호흡을 맞추는지에 따라 연봉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가장 높은 수입을 올리는 건 PGA 투어 캐디들이다. 전세계 어떤 투어와 비교해도 상금 규모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주요 투어에서 활약 중인 전문 캐디들이 대회마다 받는 기본급은 비슷하다. 2022~2023시즌에 PGA 투어 캐디들이 받는 기본급은 대회당 1800~2000달러다. 한국에서 활약 중인 캐디들의 기본금은 150만원이지만 교통비와 숙소비가 미국과 비교해 크게 저렴한 만큼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선수들이 성적에 따라 지급하는 인센티브의 격차가 상당하다. 골프팬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캐디 인센티브는 우승과 톱10 보너스다. 선수들이 캐디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의 금액은 각각 상금의 5~7%와 3~5%다. 지난달 PGA 투어 소니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시우가 받은 상금은 142만2000달러(약 17억5000만원)다. 우승 인센티브로 상금의 7%를 준다면 김시우의 캐디인 마누엘 비예가스(콜롬비아)는 이 대회에서만 9만9540달러(약 1억2000만원)를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억대 연봉을 받는 캐디가 수두룩한 만큼 PGA 투어는 캐디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직장으로 통한다. 하지만 PGA 투어 캐디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가 PGA 투어에 진출하는 것처럼 캐디 역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한다.

PGA 투어에서 활동하기 위해 캐디들이 가장 먼저하는 건 이력서 만들기다. 경력과 장점 등이 포함된 이력서를 제작하는 이유는 선수와 매니지먼트 등에 돌리기 위해서다. PGA 투어를 누비고 있는 한 캐디는 “대부분의 캐디가 이력서에 많은 공을 들인다. 그만큼 이력서가 중요하다”며 “눈에 띄기 좋은 주요 경력 등을 앞쪽에 배치한다. 지금까지 만들어본 이력서가 10개는 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력서를 통해 직장을 구한 PGA 투어 캐디들도 많다. 콜린 모리카와(미국)의 캐디 J.J 자코백이 대표적이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라이언 무어와 호흡을 맞췄던 그는 결별한 뒤 새선수를 찾고 있었다. 자코백은 당시 아마추어 무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모리카와가 속한 매니지먼트에 직접 이력서를 보냈고 면접을 거친 뒤 모리카와의 캐디가 됐다. PGA 투어 여러 선수들을 담당하고 있는 매니지먼트 한 관계자는 “어떤 선수를 맡는지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만큼 캐디들도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며 “아마추어 무대를 휩쓸고 프로 데뷔를 앞둔 특급 유망주들은 수십명의 캐디로부터 함께 일하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이력서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력서가 담긴 이메일만 보내는 건 아니다. 몇몇 캐디들은 대회 현장에서 캐디가 없거나 기존 캐디와 결별이 유력한 선수들에게 직접 찾아가 함께 일하고 싶다고 확실한 의사를 전달하기도 한다. PGA 투어의 한 선수는 “캐디가 없다는 것을 귀신같이 알고 있다. 선수 등록 장소에서 1개 또는 3개 대회 정도 호흡을 맞춰보자고 먼저 제안하는 캐디들도 종종 있다”며 “몇 개 대회를 함께 치르면서 잘 맞는다고 생각하며 1년 계약 등을 맺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PGA 투어 캐디가 되는 게 어려운 일인 만큼 자기 계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선수처럼 비시즌에 몸을 만드는 건 기본이다. 몇몇 캐디들은 전문 교습가를 찾아가 퍼트와 스윙 등을 공부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스 안에서 선수에게 유일하게 조언할 수 있는 존재가 캐디인 만큼 심리학 등을 따로 연구하기도 한다.

PGA 투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캐디들도 매년 발전하지 않으면 PGA 투어에서 활약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무결점 캐디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며 “기본급에 인센티브까지 지급하는 만큼 선수들도 계속해서 노력하는 캐디들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PGA 투어 캐디들이 버는 또 하나의 수입도 있다. 발스파 등 캐디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에서 받는 후원 계약금이다. 오랜 기간 PGA 투어 캐디들을 후원하고 있는 발스파는 선수들의 성적과 노출도 등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캐디들 사이에서 PGA 투어를 넘는 최고의 무대라고 평가받는 곳이 있다. 리브(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다. LIV 골프에서 캐디들의 숙소와 교통 등 모든 지원을 하고 특별 계약금까지 지불한다고 알려져서다. LIV 골프에 정통한 관계자는 “LIV 골프는 선수를 포함해 캐디에게도 최고 대우를 해준다. 그동안 받아보지 못했던 대접을 받고 있는 만큼 캐디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컷 탈락이 없고 대회가 3일간 진행되는 것도 캐디들이 느끼는 또 하나의 장점다. 적게 일하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LIV골프에서 일하고 싶은 캐디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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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모리카와에 이력서를 보낸 뒤 캐디가 된 J.J 바코백.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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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 선수 출신의 임정우 기자가 필드 안팎의 숨은 이야기를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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