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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툭하면 탈선사고, 코레일 '리더십 탈선' 논란…원희룡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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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중앙일보

나희승 코레일 사장이 지난해 11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이은 탈선 사고와 작업자 사망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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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어떤 식으로든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조직이 엉망입니다."

최근 코레일의 한 간부는 이렇게 토로했다. 지난해 연이은 열차 탈선사고에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데다 나희승 코레일 사장의 리더십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면서 코레일 분위기가 혼란 그 자체라는 얘기였다.

실제로 요즘 코레일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월 KTX-산천 탈선사고를 시작으로 7월 SRT 탈선, 11월 무궁화호 열차 탈선까지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말에는 수서고속철도(SR) 통복터널에서 발생한 전차선 차단사고로 160여개 열차가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2시간 넘게 지연 운행됐다. 이들 사고가 난 지역은 모두 코레일이 선로 유지보수를 맡고 있는 곳이다. .

또 지난해 11월 5일 오봉역에선 화물열차 조성작업 중이던 코레일 직원이 화물열차의 뒷부분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까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는 얼마 전 이들 몇몇 사고의 책임을 물어 코레일에 역대 최대규모인 총 1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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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 현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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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이미 드러난 코레일의 과실과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과징금 처분을 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사실 고속열차와 일반열차, 그리고 광역전철 등 수많은 열차를 운행하고 선로 유지보수까지 담당하고 있는 코레일로서는 늘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파악하고 제때 보완책을 마련해 유사한 사고를 방지해야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레일이 보여준 모습은 수준 이하라는 평이 많다. 제대로 된 대처도, 조직 운영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코레일이 이렇게 우왕좌왕한 기간은 나희승 사장의 재임 기간과 꼭 겹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기연) 원장을 지낸 나 사장은 2021년 11월 코레일 사장에 취임했다.

당시에도 나 사장의 취임을 두고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철기연 원장 외에는 별 경력이 없는데다 철기연 원장과 코레일 사장 취임 배경에 지난 정권의 유력 정치인이 여럿 거론됐기 때문이다. 철도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낙하산' 성격이 더 강하다는 의미였다.

그래서인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취임 직후 '손 볼' 기관으로 LH와 함께 코레일을 우선 꼽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를 입증하듯 지금 코레일 안팎에선 나 사장의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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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라인이 세워진 오봉역 직원 사망사고 현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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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코레일 관계자는 “나 사장이 회사 운영상 중요한 결정을 제때 안 하고 마냥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여기에 철도노조 눈치만 본다는 불만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나 사장은 2건의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까지 된 상태다.

하지만 나 사장은 자진해서 물러날 의사는 전혀 없다고 한다. 일부에선 나 사장이 현 정권의 부당한 박해를 받고 쫓겨나는 '순교자 코스프레'를 하려는 거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코레일은 물론 철도업계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자진 사퇴가 안되면 해임이라도 해서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공기업 사장을 해임하려면 감사와 소명 절차를 거쳐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한 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요즘 코레일 관계자들은 공운위가 열릴 때마다 나 사장 해임안이 상정됐는지 알아보느라 분주하다. 그만큼 절박하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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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기자실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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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통 서두르는 기색이 안 보인다. 원희룡 장관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코레일의 안전불감증과 야합이 심각해 리더십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사장)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장관은 “해임 건의 과정에서 반론권을 줘야 하고, 공운위의 심의 절차 등도 거쳐야 한다”며 “2월 중에는 최종 심의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아직도 실질적인 해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러나 국토부가 코레일과 나 사장에 대해 실시한 감사는 이미 시간이 꽤 흘렀다. 꼼꼼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도 모자랄 사안에 너무 좌고우면하며 시간만 끄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코레일을 이용하는 시민은 하루에도 수백만명에 달한다. 그만큼 탄탄한 운영과 안전관리가 필수인 조직이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곧바로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늘 존재한다. 원 장관이 혼돈 속에 있는 코레일 정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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