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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중년아재의 건강일기] (20) 진정한 건강 라이프의 시작 '격일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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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에디터] [편집자주]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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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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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전 단계 진단을 받고 시작한 운동은 그야말로 가뭄 속 단비 같았다. 지금까지 1년 넘게 꾸준히 해온 달리기는 어떤 운동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효과를 발휘했다. 당뇨, 특히 후천적 생활 습관으로 생기는 제2 당뇨는 소위 살을 빼면 금세 정상으로 회복된다. 허릿살이 줄고 내장지방 수치가 떨어지면 당뇨도 그 무서운 살기를 숨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건강이 악화하면 운동은 맹신의 대상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어느 하루 빠뜨리면 숙제를 안 한 것 같은 죄책감이 밀려들면서 건너 뛴 운동이 주는 병세 악화에 대한 우려도 높아진다. 그래서 아침에 하던 달리기를 혹시 빼먹으면 그날 밤늦게라도 만회해야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전에 언급한 대로, 당뇨 전 단계와 당뇨에 진입하는 단계(당화혈색소 6.5~6.9)에 이르자 3주간의 달리기만으로 거의 8kg을 뺐다.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식습관 조절도 병행했지만, 더 큰 공을 들인 쪽은 운동이었기에 그 효과에 감탄했고 만족감 역시 작지 않았다.

6개월쯤 매일 같은 운동(달리기)을 하다가 돌연 나를 지치게 하는 장면과 마주했다. 몸무게가 72kg에서 64kg으로 줄어든 뒤 더 이상 줄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달리기를 처음 1개월간 1km를 뛰고 2개월간 3km로 늘려 8kg을 줄였고, 다시 3개월간 6km로 늘리는 '고행'을 자처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몸무게는 64kg 제자리에 맴돌거나, 되레 65kg으로 느는 '배신의 늪'에 빠졌다.

이해할 수 없었다. 언론도 유튜버도 심지어 의사도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하는 만큼 효율이 생기지 않는다면 과연 계속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물론 과도한 운동이 독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피로 골절'을 유발할 만큼 하루 10km씩 매일 뛰는 것도 아니었기에 '매일 적당한 운동'의 정의와 가치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운동=능사' 공식이 깨진 것은 매일 운동을 격일로 바꾸면서다. 당뇨 위험 수준에 이른 나로서는 위험해 보이는 결정이었지만, 필요한 도전이기도 했다. 삶은 '강강'이 아닌 '강약'의 리듬이기 때문이다. 매일 3km 달리기는 격일 6km로 조정했다. 달리기 총량은 같았으나 흐름만 직선을 포물선으로 바꿨을 뿐이다. 그렇게 또 6개월간 했더니, 몸무게는 여전히 63~64kg을 오갔다.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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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50세 이후 피해야 할 운동'으로 고강도 운동이 꼽혔다. 테니스, 마라톤, 철인 3종경기 같은 운동은 세포 노화를 급속히 촉진해 관절과 근육, 피부 내장기관의 수명을 단축한다고 알려줬다.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그런 연령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 사건'임을 부인하기도 어려웠다.

중년은 그래서 운동 후 회복 시간이 중요하고 고강도 운동도 1주일에 2회를 넘지 않도록 권고받는다. 중년뿐이 아니라 전문 보디빌더들도 마찬가지다. 근육량을 증가하기 위해 같은 부위를 연일 하지 않고 쉬게 하는 것도 더 큰 근육을 위한 일보 후퇴인 셈이다.

하루 운동하고 하루 쉬는 것이 비로소 설득된 것은 체중 유지와 건강 기록 덕분이다. 하루만 달리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았던 육체적·심리적 불안은 다음날 체중계에 올라선 몸무게를 확인하고 나서야 "휴~"하고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3개월마다 재던 당뇨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새로 확인하러 갈 땐 매일 달리던 때와 비슷한 건강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운동을 매일 하면 계속 빠질 줄 알았던 살이 빠지지 않았던 사실에서 나름의 텀(term)을 주며 격일 운동으로 전환했고 그런 강약 조절을 통해 몸의 리듬감을 채울 수 있다는 경험이 이제는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나는 경험으로 내 운동을 조율하고 있었는데, 마침 나의 경험을 논리적으로, 실험적으로 증명해준 책도 만날 수 있었다. 진화인류학자인 미국 듀크대 허먼 폰처 교수가 쓴 '운동의 역설'에는 "운동을 많이 할수록 살이 빠지겠지"라는 통념을 완전히 뒤엎는다. 예를 들어 밥을 먹고 뛰면 탄수화물을 없애고, 그 다음 지방을 태우면서 살이 점점 빠진다는 게 우리가 흔히 아는 운동의 상식이다. 폰처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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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면 일정량의 칼로리를 태우지만, (운동) 하는 만큼 비례적으로 태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에너지 균형의 법칙이 작용해서다. 폰처 교수가 탄자니아 북부에 사는 수렵채집인 하드자족과 현대사회 직장인들을 10여 년간 비교 연구했다. 하드자족은 남녀 평균 하루 10여km를 걸었다. 산업화된 현대인들은 1주일에 2시간도 채 걷지 않았다. 상식으로는 당연히 하드자족이 에너지 소비가 많을 것 같지만, 결과는 달랐다. 비교군의 에너지소비량은 서로 비슷했다.

이유는 이랬다. 고강도 활동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크게 증가하면 다른 에너지 소비를 절약해 하루 총 에너지 소비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즉, 활동량을 늘려 칼로리 소모가 많아지면 몸은 생리를 바꿔 다른 데 쓸 칼로리를 줄여 균형을 맞춘다는 뜻이다. 이 같은 '에너지 균형'은 우리가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량을 증가시키면 우리 몸은 기초대사량을 감소시켜 적응하고, 이로 인해 평소에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점차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적응을 이뤄내는 것을 말한다.

결국 운동으로 아무리 열심히 땀을 빼도 하루에 소비하는 칼로리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고 몇 달간은 8kg이 쉽게 빠졌지만, 1년이 지난 지금, 64kg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상태로 남아있는 나처럼 말이다. '운동의 역설'로 따져보면 꾸준히 운동해도 1년이 더 지난 시점에도 아마 몸무게는 지금과 똑같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운동을 포기할 수는 없다.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지 못한다고 건강까지 악화시킬 수는 없기 때문. 운동은 어쨌든 염증 완화에 효과적이어서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운동의 역설이 주는 교훈은 운동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의미로 읽힌다. 유산소 운동뿐이 아니다. 근육 운동의 경우도 하루를 빼먹으면 올라오던 근육이 쏙 들어가서, 규칙적 운동의 필요성을 맹신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몇몇 논문에서는 매일 근육 운동을 했을 때보다 1주 3회 했을 때 근육 생성에 더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격일 운동이 더 낫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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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동물실험 결과이긴 하지만, 격일 운동한 그룹이 매일 운동한 그룹보다 상대적으로 근육이 더 커졌다는 논문도 있다.(이 논문 결과는 지근만 커지고 속근의 증가는 유의미하지 않아 더 많은 관찰이 필요하긴 하다.) 매일하는 근육운동의 효과가 안 좋다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격일 운동의 효과가 쉼으로써 되레 근비대의 생성을 이끈다는 점은 단단히 새겨둘 필요가 있다.

이렇게 정리해보니, 운동에 나름 일관적 규칙이 생겼다. 달리기는 이틀에 한 번, 푸시업(팔굽혀펴기)과 스쿼트는 매일 조금씩, 턱걸이도 이틀에 한 번, 계단은 틈나는 대로 등 운동의 종류에 따라 할 수 있는 적당량을 정해 규칙 아닌 규칙적 운동으로 습관화하니,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그만이다.

격일 운동은 너무 바빠 그날 해야 할 운동을 하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던 매일 운동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지속적인 운동의 가능성을 확장하면서 건강을 더 지키는 유리한 조건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강박으로 굳어질 뻔한 숙제 같은 운동이 어느새 즐겁고 행복한 놀이로 내 아침을 살포시 깨우고 있었다. "오늘 여유를 만끽했으니, 내일은 신나게 뛰어 볼까."하는 즐거운 속삭임이 본능적으로 뛰어나왔다.

김고금평 에디터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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