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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무임승차 70세로? 벼락맞을 일…현실 모른다" 노인회장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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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인 권익신장과 복지증진을 위한 '국민의힘-대한노인회 정책 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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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니, 유임승차니 이런 게 화제로 대두하는 게 너무 어처구니없어요.”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의 문제점을 들고 나온 가운데, 당사자인 김호일(81) 대한노인회장이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김 회장은 3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하철 무임승차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리자는데, 안 그래도 사각지대로 몰린 노인에 대한 학대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나아가 “‘노인폄하 발언’으로 정치 생명이 끝난 정동영 전 의원을 봐라”며 홍준표 시장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 일문일답.

Q : 지하철 무임승차가 문제라는데.

A : 낮에는 지하철에 빈자리가 많다. 거기에 노인이 몇 사람이 탔다고 적자가 날 게 뭐 있느냐. 노인이 안 타도 그 지하철은 달릴 건데, 노인이 탔다고 전기 요금이 더 드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

Q :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70세로 올리자는 주장이 나온다.

A : 말이 안 된다. 한국은 55세부터 정년 퇴직이 시작된다. 65세가 되면 벌이가 없는 상태가 되는데, 노인이 젊어 보인다고 혜택을 줄이면 벌이가 없는 65~69세는 사각지대에 몰린다. 정년의 기준 연령을 69세로 올려서 벌이가 있게 한 뒤 70세부터 차비를 내게 해야 한다.

김 회장은 “일자리가 없는데 돈을 내라고 하면 65~69세가 노인학대를 받는 것”이라며 “그런 발상을 하는 사람이 벼락 맞을 사람이다. 너무 현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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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 일회용 무임승차권을 발권할수 있는 무인발권기가 설치되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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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어떤 현실을 모른다는 것인가.

A : 65세 이상 노인에게 한 해 45조원의 의료비가 들어간다. 지하철 요금을 무임으로 하니 노인이 지하철 타러 나오면서 걷고, 환승한다고 걷는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 본인도 모르게 1만보를 채운다. 만보는 무병장수로 이어진다. 지하철 무임 덕분에 외출하니 건강해지고, 의료비 지출이 엄청 줄고, 국가가 덕을 본다. 밖에 안 나오면 운동 부족으로 의료비 지출이 더 많이 들 것이다.

Q : 지하철 적자가 심하다고 한다.

A : 지하철 경영 합리화는 자기들이 해야 한다. 지하철공사(서울교통공사 등을 지칭) 다니는 사람이 연봉 7000만원을 받고, 보너스는 삼성 뺨치게 많이 받아 가는데, 노인 때문에 적자 난다고 하면 말이 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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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하는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 (서울=연합뉴스)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이 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6회 노인의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9.30 [국회사진기자단] toad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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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무임승차 연령을 순차적으로 70세로 올리자는 얘기도 있다.

A : 그것도 말이 안 된다. 선진국 중 노령수당(한국식 기초연금)을 100만원 주는 데가 많다. 우리도 100만원 주고 나서 차비 내라고 하면 말이 된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만든 주인공이 노인인데, 유공 혜택을 줘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인 빈곤율·자살률 1위를 방치해놓고 차비로 시비 걸면 벼락 맞을 일이다.

Q : 홍준표 시장이 지하철·지상철도 등 도시철도 무상연령을 70세로 상향하는 걸 검토한다는데.

A : 노인들이 난리를 치게 꾸며서 정동영 전 의원처럼 정치를 못 하게 시킬 것이다.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헛소리하는데, 그런 사람이 무슨 대권을 꿈꾼다고 하느냐. 앞으로 대대적으로 공격할 것이다.

김 회장은 “여야 지도부에 ‘선진국처럼 노령수당 100만원 시대 앞당겨 달라’ ‘노인 일자리 많이 챙겨달라’고 요청했다”며 “공공근로 27만원 일자리 말고는 노인 일자리가 없다. 그래놓고 차비 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간대별로 유상·무상을 달리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A : 만약 러시아워에 노인이 타는 바람에 젊은 사람이 못 타면 노인 때문에 적자 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러시아워에는 노인이 요금을 내고, 오전 10시부터 무임으로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Q : 정년 연장, 일자리 확대 외 어떤 대책이 필요하나.

A : 일자리는 없어도 평생 노력해서 집이 있는 노인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들어서서 재산세가 몇 배 올렸다. (나만 해도) 36만원을 내다가 지금은 120만원 낸다. 같은 집인데 공시가격을 올려버렸다. 나는 벌이가 있어서 재산세를 내지만, 벌이가 없는 사람한테는 집 가진 게 재앙이 된다. 재산세 못 내서 집을 팔려고 하면 양도세 때문에 집이 날아간다. 노인 재산세를 면제하는 이런 대책 나와야 한다. 재산세로 골탕 먹이고 차비 내라고 하면 노인이 죽으라는 소리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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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시민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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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는 이달 16일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지하철 무임승차 관련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김 회장은 “다른 계층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 공론화해서 국민의 소리를 모으려 한다”며 “거기서 ‘다른 혜택을 줄 테니 연령을 조정하자’고 나오고, 그게 맞으면 이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호일=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제14·15·16대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풍림아이원 경로당 회장을 역임했다. 한나라당 사무부총장·원내수석부총무를 지냈고, 2020년 10월 선거를 거쳐 제18대 대한노인회 회장이 됐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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