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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극단 선택 성남 모녀...작년까지 저소득 지원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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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딸 취업 후 지원대상서 제외
월 30만 원 차이로 차상위 계층에 포함 안 돼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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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기 성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모녀 중 40대 딸 A씨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소득 한부모 가정' 지원 대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씨의 딸이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면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3일 성남시와 성남수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9일 모친 70대 B씨와 극단적 선택을 한 A씨는 2015년부터 '저소득 한부모 가정' 지원 대상에 포함돼 매달 월 20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받았다. 아동교육비와 생필품 지원, 동절기 난방비 등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만 18세가 된 딸 C양이 취직을 하면서 지원이 끊겼다. ‘저소득 한부모 가정’은 자녀 나이가 만 18세 이하일 때만 혜택이 주어진다.

B씨는 이후 정부 복지 지원 대상인 기초생활수급이나 차상위 계층에 들지 못했다. 저소득 한부모 가정의 경우 소득기준이 지난해 기준 중위소득 60% 이하이지만, 차상위 계층은 중위소득 50% 이하여서 지원 대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2인 가정 기준 저소득 한부모 가정과 차상위 계층 간 소득 차는 월 20만~30만 원 정도 수준이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이날 "숨진 모녀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게 확인된다"면서도 "지난해 A씨 딸 취업 이후 차상위 계층에 포함이 되지 않아 정부 지원이 끊겼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이 끊기자 A씨는 의류업에 뛰어들었지만 50만~200만 원에 불과한 월수입에 모친까지 돌보면서 채무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A씨가 남긴 유서에서 "장사하면서 빚이 많아졌다"는 내용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은 약간 다르지만 ‘송파 세 모녀’, ‘신촌 모녀’와 마찬가지로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고민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정희 군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월 소득 50만 원은 지원이 되고, 51만 원은 안 된다는 식의 현재 소득기준 공공지원 정책은 계속되는 복지 사각지대 내 빈곤자 비극 문제를 막을 수 없다”며 “중상층까지 삶에 필요한 기본소득을 지원해 폭넓게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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