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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만배, 시장실 불려가서 정진상에게 20억 요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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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일당 정영학, 검찰 진술

김만배 경기도청 출입 여부 살펴봐

“金, 현금 마련 스트레스에 욕까지 해”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작년 10월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에게서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2021년 2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직 중이던 경기도청에 불려가 정진상 당시 경기도 정책실장에게 자금 20억원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3일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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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3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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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영학 회계사는 검찰에 “제가 2021년 2월 판교 운중동에 있는 커피숍에서 김만배씨를 만난 사실이 있다”며 “당시 김만배씨가 한숨을 쉬며 ‘시장실로 불려 갔다 왔다’ ‘정진상씨에게 20개(20억원)를 마련해 오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정 회계사는 ‘시장실’은 누구를 의미하냐는 검사의 질문에 “이재명 대표는 당시 경기지사였지만, 김만배씨는 이 대표를 계속 ‘시장’이라고 표현했다”면서 “김만배씨가 정진상씨와 연락하는 사이이고, 정진상씨가 20억원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고 하니 ‘정진상’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정 회계사는 또 “김만배씨가 욕설을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아마 현금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였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진술과 관련해 검찰은 김만배씨의 경기도청 출입 여부 등을 살펴본 뒤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씨 공소장에 “정씨는 2021년 2월 ‘직접’ 김씨에게 20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적시했다. 김만배씨가 정진상씨에게 20억원을 요구받았을 때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함께 있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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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달 27일 대장동 사건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나온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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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 2차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1차 소환 조사를 받았다.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는 작년 10월 검찰 조사에서 ‘정진상씨가 왜 김만배씨에게 돈을 요구한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씨가 대장동 사업 지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싶다”면서 “김씨가 실제 정진상씨에게 돈을 줬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만배씨가 가진 대장동 사업 지분의 절반인 24.5%를 정진상·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씨 몫으로 배분했고, 함께 부담해야 하는 공통 사업비를 제외하고 428억원을 지급하기로 최종 약속했다고 결론 내린 상태다.

검찰은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가 2015년 3월 대장동 민간 사업자로 선정되기 전후에 김씨가 자신의 대장동 지분을 늘리고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의 지분을 줄이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잡아갔다고 보고 있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사업을 진행하려면 성남도시개발공사뿐만 아니라 성남시의 승인이 결정적인데, 김만배씨가 정진상씨를 통해 (성남)시장의 승인을 받아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며 “김씨가 당시 이재명 시장을 얘기하면서 ‘남욱의 지분을 빼라’고까지 했었던 상황”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말 기준 남씨의 대장동 지분은 45%로 가장 많았으나, 김만배씨가 이재명 대표 측인 정진상·김용·유동규씨 몫(30%)을 대신 보관해준다는 명목으로 남씨 지분을 뺏기 시작해 2015년 기준 자신의 지분을 49%로 늘렸다는 것이다.

김만배씨는 자신이 약속한 이 대표 측 대장동 지분을 2015년 30%로 했다가 2021년부터는 24.5%로 줄였다고 한다. 유동규씨는 “김만배씨가 줘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 입장에서도 지분을 더 달라고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진상씨가 2021년 2월 김만배씨에게 요구한 20억원이 이 지분 금액 중 일부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지분을 약속받은 과정을 유동규씨가 정진상씨에게 계속 보고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결과다. 검찰은 김만배씨 등 5명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김씨는 향후 이재명 대표 측 지분에 상응하는 금액을 교부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으며, 유씨는 이를 정진상씨를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해 승인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후 정진상·김용·유동규씨가 이재명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 조달을 위해 김씨에게 수익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김씨가 지급하지 않자 정진상씨는 “이 양반(김만배) 미쳤구먼”이라고 유씨에게 말했다고 한다.

정진상씨 등은 결국 남욱씨에게 대선 경선 자금 마련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욱씨는 작년 11월 KBS와의 옥중 인터뷰에서 “2021년 2월 유동규씨로부터 ‘경선 자금’ 용도로 20억원을 부탁한다고 전해 들었다”면서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20억원으로 줄을 댄다면 싸게 먹히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2021년 4~8월 남욱씨 등이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마련한 8억4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유동규씨에게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8일 진술서를 통해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모략적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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