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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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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국장’ 영정 그린 정형모 화백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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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정희 대통령 영결식에 쓰인 영정, 경남 통영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 등을 그린 ‘인물화의 대가’ 정형모 화백이 3일 낮 12시 10분쯤 별세했다. 향년 87세.

1935년 12월 20일 강릉에서 태어난 고인은 초등학교 때 서울로 이사한 후 경기 수원 등에서 성장했다. 신문 배달과 나무 일을 하며 고학을 했는데 그림 외에 서예와 글 등에 모두 능했다고 한다. 인창중·고교를 다니며 황금찬 시인에게 국어를 배우기도 했다.

고인은 1950년대 당시 서울의 동화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의 미술품 거래 코너에서 초상화를 처음 접한 후 인물화 작업에 빠져들었다. 그에게 그림을 가르쳐준 스승은 김종래 선생이다.

고인은 이후 극사실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인물화와 기록화 분야를 대표해 왔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국장(國葬) 때 사용된 대형 영정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10·26 사태 직후 당시 문공부의 요청에 따라 국장에 사용할 영정 주문을 받아 150호 크기로 완성했다. 해당 영정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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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세종실에 걸려있다가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무회의장 앞으로 옮긴 역대 대통령 초상화 중 전두환, 김대중, 이명박 대통령의 초상화도 고인이 그렸다.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는 현재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무회의장 앞으로 옮겨졌다.

그 밖에도 1983년에는 리비아 정부의 초청으로 리비아에 다녀와서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1942∼2011) 국가원수의 일대기 그림을 그려서 보냈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영국 총리,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 전 교황, 조중훈·이병철 전 회장 등 기업인의 초상화도 제작했다.

경남 통영(한산도) 제승당 충무사에 봉안된 이순신 장군 초상화(1978년작)와 권율 장군 영정 등도 고인의 작품이다.

말년에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정형모 미술아카데미’에서 그림을 그렸다.

2018년에는 뒤를 이어 인물화를 그리는 딸 정진미씨와 함께 부녀 초대전 '인물화의 계보를 잇다'를 열기도 했다.

유족은 정진원 튀르키예 에르지예스대 교수·정진철 시인·정진미 화가·정진영 미래중심반포학원장·정진석 촬영감독 등 2남3녀가 있다.

빈소는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305호실. 발인은 5일 오전 9시, 장지는 수원 이목동 선영이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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