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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임종룡 신임 우리금융 회장, 부총리 고사하고 6년만에 금융사 CEO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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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전(前)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것은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모피아’라고 불리는 옛 재정경제부 금융 관료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첫 사례다. 두 번째는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발언권이 미치는 사람이 금융사 CEO로 선임됐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실제 금융사 CEO들이 ‘4대 천왕’이라 불렸던 것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세 번째는 NH농협금융 회장과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거물급이 선임되면서 우리금융은 대규모 인사·조직 개편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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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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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내정자가 우리금융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일각에서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유는 그가 현업을 떠난 지 6년이 된 ‘올드보이’ 모피아라는 데 있다. 임 내정자는 2013~2015년 NH농협금융 회장, 2015~2017년 금융위원장을 각각 역임했다. 그가 선임된 게 한덕수 총리,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 정부 요직에 포진한 기재부 출신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건 불문가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반대에도 선임되는 등 관치 논란은 피할 수 없다. 일반적인 ‘관치 인사’와 다르게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에서 시작하는 것도 그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한진해운 파산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등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금융정책 실패에 책임이 있다는 따가운 시선도 늘 의식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우리금융의 조직을 일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1조6000억원대 피해를 본 라임펀드 사태 관련 제재에 대한 소송 여부와 700억원대 횡령 등 내부통제 문제 개선이다.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 방안도 관심사다. 또 관치금융 논란과 더불어 그동안 손태승 회장의 우리금융과 각을 세워온 금융당국과의 관계 회복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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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시 중구 우리금융그룹 본사 건물에 '민영화된 우리금융, 낙하산인사 거부한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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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은 3일 오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임 전 위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임종룡 후보자가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농협금융의 회장직도 2년간 수행하는 등 민관을 두루거친 금융전문가”라며 “우리금융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1959년생 임 내정자는 30여년간 공직에 몸담은 정통관료 출신이다. 그는 전남 보성군에서 태어나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행정고시 24회로 재정경제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외환위기 직후 금융기업 구조개혁반장, 1999년엔 최연소 은행제도과장에 선임됐다. 당시 임 내정자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합병 실무를 진두지휘하며 우리은행의 모태인 옛 한빛은행 통합을 이뤄내 우리금융과 연이 닿았다.

이후 임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2008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실장을 비롯해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 등을 역임했다. 임 내정자는 2013년 3월 공직에서 물러난 뒤 모교인 연세대에서 석좌교수를 지내다 같은 해 6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 내정자가 농협금융 회장 재직 당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한 것은 최대 치적으로 꼽힌다.

그는 2015년부터 2년간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현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에 첫 경제부총리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윤 정부의 여러 차례 설득에도 이를 고사했다.

임 내정자는 금융위원장 당시 과점주주들에 우리금융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초석을 놨다는 평이다. 그러나 현재 임 내정자를 둘러싼 관치 논란을 보면 행보가 역설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임 내정자가 2017년 세계 7위 규모였던 한진해운을 결국 파산시켜 국내 해운업이 동반 몰락한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당시 한진해운이 현대상선과 합병을 시도했지만, 임 전 위원장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정상기업과 부실기업을 섞는 것은 어렵다”며 반대해 한진해운은 결국 지난 2017년 파산했다. 그는 2015년 10월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던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선 4조2000억원 지원을 승인했고, 추가 지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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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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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내정자가 회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가장 먼저 관치 논란을 맞닥뜨릴 예정이다. 임 내정자는 이미 수개월 전 우리금융 회장 ‘낙점설’이 돌았었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선임되는 등 전직 금융권 관료 출신 인사들이 끊임없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때였다. 우리금융 노조 측의 거센 반발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과제거리다.

지난해 700억원대 횡령 사태, 불법 외화송금 등으로 불거진 내부통제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임추위 위원들이 임 내정자를 뽑은 이유도 과감히 조직을 혁신할 수 있는 인물을 찾기 위해서다. 외부 수혈을 통해 우리금융을 고강도로 쇄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온 만큼 외부 출신인 임 내정자의 결단이 주목된다. 아울러 우리금융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파벌 갈등이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데,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건이다.

라임펀드 사태 관련 현안도 있다. 우리은행은 당국으로부터 사모펀드 신규 판매 3개월 정지와 과태료(76억6000만원) 부과 제재를 받았고,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겐 문책 경고가 내려졌다. 우리금융은 이와 관련한 소송 여부를 고심 중으로, 차기 회장인 임 내정자에게 결정권이 주어질 전망이다.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은행 분야 포트폴리오 확대도 과제다. 우리금융은 KB·신한·하나 등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증권사나 보험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에 최근 벤처캐피털(VC)인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추가로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내에서도 그래도 임 내정자가 손 회장 시절 날을 세워온 당국과의 소통 측면에선 낫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도 “임 내정자가 전통 관료 스타일인 점과 관치 논란 등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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