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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이란이 반발한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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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마드 마란디 이란 핵 협상 보좌관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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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BS 통일외교팀장 김수형 기자입니다. 아랍에미리트와 스위스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은 300억 달러 넘는 투자를 유치하면서 세일즈 외교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습니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많은 순방이었지만, 엉뚱하게도 이란과 외교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아크 부대 장병들 앞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한 뒤, 당사자인 이란이 반발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는데요. 한국 대통령의 발언에 이란이 반발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란 핵 협상 보좌관으로 이란 정부의 입장을 서방 세계에 설명하는 대변인 역할을 해왔던 모하마드 마란디 테헤란대 부총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란의 속내를 집중 분석해 보겠습니다.

"UAE의 적은 이란" 발언, 이란 정부는 어떻게 이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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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아크 부대 우리 군 장병 앞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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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 │ 1월 27일 SBS 8뉴스 출연
중동 지역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직시하고 또 거기서 맡은 바 임무를 최선을 다해서 해달라 하는 그런 격려의 말씀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란디 보좌관은 한국이 이란, 아랍에미리트 사이 긴장을 높이려는 것으로 이란 정부 인사들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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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마드 마란디 │ 이란 핵 협상 보좌관(테헤란대 부총장)
테헤란의 많은 전문가와 분석가들은 한국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하고) 사과를 안 한 걸 보면 이란과 아랍에미리트 사이의 갈등을 극대화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군 장병 앞에서 한 발언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문제라고 지적하더군요.
모하마드 마란디 │ 이란 핵 협상 보좌관(테헤란대 부총장)
(한국 대통령이) 한국 군인들 앞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더 도발적이고, 불쾌합니다. 한국 군인들은 이란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에 간섭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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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이런 예민한 반응을 보면, 2년 전 이란 혁명수비대가 우리 선박이 해양을 오염시켰다는 이유로 석 달 넘게 나포했던 악몽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전 모 씨 │ 피랍 한국케미호 선원
이란이 그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충분히 그럴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나포 이유를) 미국 때문이라고 얘기하다가 시간이 좀 지나니까 비밀이라면서 이거 한국이 돈을 줘야 되는데 안 줘서 그랬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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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와 이란 사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국내 수입 원유의 70%가 들어오기 때문에 이란의 이런 반발이 신경 쓰이는 게 사실입니다. 해운협회도 우리 선박들에게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한 바 있죠.

문제의 본질, 이란의 '원화 동결 자금'



사실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이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은행에 원화로 묶여 있는 이란의 동결 자금 70억 달러를 돌려받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모하마드 마란디 │ 이란 핵 협상 보좌관(테헤란대 부총장)
이란인들은 한국 정부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란 산 원유를 수입해서 쓰고는 70억 달러 넘는 이란 자산을 동결한 것에 대해 이란인들은 매우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이 돈, 한국 정부가 동결하자고 결정한 게 아닙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핵 합의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묶인 겁니다. 졸지에 한국 정부가 돈을 주고 싶어도 못 주는 처지가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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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찬 변호사 │ 법무법인 율촌 중동팀장
이란이 원유를 판매한 대금을 쌓아놓고 그로부터 한국이 이란에 수출하는 대금을 까나가는 방식으로 양국이 무역을 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면서 원화 결제 계좌가 중단이 돼버렸어요. 중요한 자원인 석유 가스 분야에서도 전혀 수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죠, 이란 입장에서는.


그런데 마란디 보좌관은 코로나가 한참 창궐했을 때 코로나 대응을 위한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자는 이란의 요청도 한국 정부가 거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모하마드 마란디 │ 이란 핵 협상 보좌관(테헤란대 부총장)
이란이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해외 은행의 돈으로 마스크, 테스트 키트, 그리고 나중에는 백신을 구입하려고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란이 인도주의적인 목적으로 한국에 있는 자금에 접근하려는 것을 막았습니다.


게다가 주이란 한국 대사관이 소규모 방역 물품을 기부했는데, 이 일로 이란 정부가 더 불쾌감을 느꼈다는 겁니다.
모하마드 마란디 │ 이란 핵 협상 보좌관(테헤란대 부총장)
한국 대사관에서 소위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준 게 수량이 적었을 뿐만 아니라, 공공병원에는 아예 제공되지도 않았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민간 병원에만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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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란 외무부 대변인까지 한국 정부가 마스크 2천 장을 기부해 농담거리로 삼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 외교부에 확인해 봤더니 우리 정부도 할 말이 많았습니다. 지난 2020년 이란에 백신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의 양해를 얻어낸 뒤 국제 백신 협의체 코백스에 동결 자금 가운데 1억 7,700만 달러를 송금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송금 절차에 대한 이란의 우려 제기로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신동찬 변호사 │ 법무법인 율촌 중동팀장
양국이 서로를 불신하고 있으니까 그 돈을 주기로 했는데 미국이 그거를 압류한다든지 일단은 거기서 돈이 나오면 미국이 기다리고 있다가 그걸 딱 포착해 가지고 동결하거나 압류한다고 이란은 의심할 수 있겠죠.


또 2020년 PCR 진단 키트와 관련 기구를 지원하는데 200만 달러, 2021년 마스크 1백만 장,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백만 도스, 2022년에는 희귀병 의약품 2백만 달러를 우리 정부 기금으로 이란에 인도적 지원을 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지원에 대해 당시 이란은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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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0월, 주이란 한국 대사관은 자체 예산으로 노인 요양시설과 병원 3곳에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마스크 1만 2천 장을 기부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요양시설과 병원 관계자들이 감사의 뜻을 표시해 그 내용과 함께 이란과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을 SNS에 올렸는데 이게 이란에서 정치 쟁점화되면서 논란이 벌어졌던 겁니다.

이란 동결 자금, 정말 못 주는 것인가?



우리가 이란에서 원유를 구입한 대금 70억 달러는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계좌를 열어 원화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8조 6천억 원이 넘는 큰돈이죠. 그런데 이 돈, 미국의 대이란 제재 때문에 국내 은행들이 마음대로 꺼내줄 수가 없습니다. 계좌주인 이란중앙은행이 제재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신동찬 변호사 │ 법무법인 율촌 중동팀장
제재를 받게 되면 두 은행은 사실상 국제 영업, 미국 달러화를 기반으로 한 영업을 못 하게 되고 그러면 아마 그 은행의 예금주들이 은행에서 돈을 찾으려고 소위 뱅크런 현상이 일어날 테고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런 중요한 두 시중은행이 흔들린다면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겠죠.


이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지만, 한국 정부를 최대한 압박하는 게 금융 제재를 푸는 데 유리하다는 계산인 겁니다.
모하마드 마란디 │ 이란 핵 협상 보좌관(테헤란대 부총장)
한국 정부는 제3국이나 다른 나라의 자금을 동결할 때, 주권 국가로서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우리 정부는 UN 분담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총회 투표권을 상실하는 만큼, 미국의 동의를 얻어 3차례 걸쳐 동결 자금에서 5,400만 달러를 이란의 분담금으로 대신 내줬습니다.

결국 동결 자금 해제는 이란의 핵 협상이 얼마나 진전되느냐에 달렸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란산 드론이 활용됐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히잡 반대 시위대를 탄압하면서 국제 사회의 여론이 이란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도 협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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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 미국 대통령(지난해 12월)
여러 가지 이유로 (이란 핵 협상은) 죽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발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모하마드 마란디 │ 이란 핵 협상 보좌관(테헤란대 부총장)
미국은 핵 협상에 다시 합의했다는 문서에 서명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란의 히잡 반대 시위와 연관성은?



지난해 9월, 히잡 착용을 제대로 안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이란은 극심한 내부 시위를 겪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란 시위대에 동조하는 뜻으로 머리 두건을 불태우고 직접 머리카락을 자르는 시위가 열릴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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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 베이자데 | 히잡 반대 시위 참가자(지난해 9월)
이란에 있는 내 자매들도 당장 내일이라도 히잡 때문에 죽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잘랐습니다.


그런데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강경 진압했습니다. 곤봉으로 마구 때리고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기도 했습니다. 이란 정부는 아미니의 부검 결과 경찰의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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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마드 마란디 │ 이란 핵 협상 보좌관(테헤란대 부총장)
마흐사 아미니는 다치지 않았고, 수갑도 채우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복도에 있다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부검 결과, 신체적인 손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일부 시위대를 이란 정부는 공개 처형했습니다. 시신을 크레인에 달아놓는 끔찍한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인권 단체 이란휴먼라이츠는 올해 들어서 이란에서 최소 59건의 사형 집행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불안한 내부 정세 때문에 외부로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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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내부적인 상황이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지나치게 문제 삼고 있는 원인이라고 볼 수 있나요?
모하마드 마란디 │ 이란 핵 협상 보좌관(테헤란대 부총장)
아닙니다. 현재 이란에는 시위나 폭동이 없습니다. 이미 몇 주 전에 끝났습니다. 그리고 (시위나 폭동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과는 전혀 관련 없습니다.


UAE와 이란의 실제 관계는?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은 실제로 어떤 관계일까요? 두 나라, 우리와 일본의 관계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지난 1971년, 혼란기를 틈타 이란의 팔레비 왕조는 두 나라 사이의 소툰브, 대툰브 섬은 물론 아부무사섬까지 점령했습니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는 이 섬을 강제로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어 분쟁 지역이 됐습니다. 2012년에는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이 섬을 방문해 아랍에미리트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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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형 기자(se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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