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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협상 결렬 보도자료 내 놓고…LG는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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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가 나왔다는 건 구단의 결정이 일단락 지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뒤집을 수 있는 일은 보도 자료로 내지 않는다. 협상에 의견 차가 심하면 보도자료를 내기 어렵다.

LG는 3일 보도자료를 냈다. 연봉 협상 결과를 알리는 것이었다. 재계약 대상자 45명 중에 44명과 계약 했다고 했다.

매일경제

송은범 계약이 갑자기 급물살을 탔다. 사진=천정환 기자


고우석은 연봉 2억 7천만원에서 1억 6천만원(인상률 59.3%) 인상된 4억 3천만원에 계약하며 팀 내 최고 연봉(FA선수 제외)을 기록했다.

문보경은 6천 8백만원에서 1억 2백만원(인상률 150%) 인상된 1억 7천만원에 계약하면서 팀 내 최고 인상률을 기록함과 동시에 선수 생활 첫 억대 연봉에 진입했다.

또한 김윤식(1억 5천), 이민호(1억 4천), 이우찬(1억 2천)도 첫 억대 연봉을 기록하게 됐다.

그러나 여기에 베테랑 투수 송은범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이날까지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보도자료를 냈다는 건 송은범 계약이 결코 쉽게 이뤄질 수 없음을 뜻했다. 그만큼 의견 차이가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날 오후 극적인 반전이 생겼다.

LG 구단은 급하게 송은범 측과 재협상을 원했고 곧바로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다.

LG는 이전보다 나아진 조건을 제시했고 송은범 측도 한 걸음 물러섰다. 갑자기 협상에 물꼬가 트인 것이다.

완전히 물 건너간 것 같았던 분위기가 단박에 바뀌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계약은 어렵게 진행 됐지만 LG는 여전히 송은범이 필요했다.

송은범은 지난해 25경기 등판에 그쳤다.

1승1패2홀드, 평균 자책점 4.05를 기록했다. 무릎 십자인대 파열 수술을 받은 뒤 복귀한 성적임을 고려하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송은범은 지난 3년간 LG 불펜에서 마당쇠 몫을 해냈다.

롱 릴리프가 필요하면 긴 이닝을 던졌고 패전 처리가 필요할 때도 묵묵히 마운드에 올라 제 몫을 해냈다.

드러난 성적이 아주 빼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팀 공헌도는 절대 적지 않았다.

LG는 여전히 송은범의 존재감이 필요하다. 불펜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그의 노하우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우영 고우석 등 핵심 불펜 자원들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아시안 게임, APBC 등에 모두 대표팀으로 참여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즌 중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군 문제가 걸려 있어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 한 달 정도는 핵심 불펜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들의 피로도와 공백을 메워 줄 불펜 자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LG가 송은범 계약을 포기하지 않고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아직 타결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이전 보다 조건이 나아졌기 때문에 타결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LG의 변화된 자세는 송은범 측의 마음도 녹인 것으로 보인다. 완강하기만 했던 자세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LG는 내일이나 모레 중으로 수정된 제안에 대한 답을 주겠다고 밝혔다. 끝이 보이지 않던 협상이 조금씩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LG는 여전히 송은범의 노하우가 필요했고 송은범도 LG 이외엔 답이 없었다. 보도자료를 낸 뒤 갑작스럽게 계약이 급물살을 탄 이유다.

서로의 필요가 확실하게 맞아들어가는 순간, LG는 재계약 대상자 전원과 계약을 마치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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