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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IT기기의 재활용 소재 도입, 단순 활용 넘어 창조적 접근해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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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남시현 기자] 1972년, 지구 환경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국제연합(UN)은 ‘유엔인간환경선언’을 채택하고 환경 문제를 인류 공통의 화두로 부각했다. 이어서 1987년에는 브룬브란트 보고서를 통해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이 정의됐고, 92년 리우 회의에서 21세기를 향한 지구환경 보전 종합 계획이 수립된다. 가장 최근의 노력은 2015년 70차 유엔 총회에서 합의한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169개의 세부 항목으로, 오는 2030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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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23울트라에 적용된 폐페트병 재활용 플라스틱 부품. 출처=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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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발전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이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 기업들 역시 공동의 책임을 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2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Together for tomorrow)’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2025년까지 모든 모바일·가전제품 생산 과정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지속 가능한 일상(Everyday Sustainability)’으로 명명하고, 다양한 제품군에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 탄소발자국 저감 등을 실천하고 나섰다. 대중 입장에서는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이런 노력들을 엿볼 수 있는데, IT기업들의 지속가능성 실천과 방안을 집중 조명한다.

페트병부터 해양 폐기물까지··· 지구를 위한 갤럭시 S23 디자인

삼성전자는 2월 1일(현지시각),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 S23 및 S23 플러스, S23 울트라를 공개했다. S23 시리즈는 삼성 갤럭시용으로 설계된 퀄컴 스냅드래곤 8 2세대 뱃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적용되고, 최대 2억 화소의 카메라와 전 라인 베이퍼 챔버 채용 등 성능과 완성도 측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 특히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괄목할만한 발전이 있었다. 지난해 공개된 갤럭시 S22는 총 6개의 내장 부품에 재활용 플라스틱이 사용됐는데, 갤럭시 S23은 적용 범위를 내장은 물론 외장까지 넓혀 총 12개의 재활용 소재 적용 부품이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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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23 울트라에 적용된 재활용 소재 부품들. 출처=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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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23 울트라는 전작에 쓰인 폐어망, 폐 생수통 재생 플라스틱은 물론 폐 페트(PET)를 활용한 플라스틱, 공정 부산물을 재활용한 알루미늄, 공정 중 발생한 파유리를 재활용한 글래스까지 적용됐다. 폐어망 소재를 20% 사용한 재활용 플라스틱은 내부 S펜 커버와 하단 스피커 모듈 등에 적용됐고, 폐 생수통 소재 부품은 상단 및 하단 스피커 모듈, 사이드 키, 볼륨 키에 적용됐다. 또한 알루미늄 부산물을 28% 혼합해 사이드키, 볼륨키, 심 카드 트레이에 적용했으며 전면 및 후면 외장 유리에도 파 유리 22%를 재활용한 소개가 사용됐다.

아울러 제품 패키지 박스를 100% 재활용 종이로 만들고, 2025년까지 패키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완전히 퇴출한다. 또한 제품 자체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S24 출시 후 총 네 번의 운영체제 업그레이드와 5년 간의 보안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소재부터 포장, 그리고 긴 실사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끌어올린 셈이다.

지속 가능성의 선도 기업,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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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2017년부터 일부 부품에 100%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출처=애플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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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친환경 행보는 손뼉 칠만한 일이지만, 경쟁 기업인 애플에 비하면 부족하다. 애플은 2017년 최초로 100% 재활용 자원만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으며, 2021년에는 제품 소재 중 20%가 재활용 소재로 사용됐다. 이미 2020년에는 기업 운영 영역에서 탄소 중립화를 달성했으며 2030년까지 공급망 및 제품의 100% 탄소중립화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애플 제품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재활용 소재가 사용되고 있고, 또 생산 과정에서 기후 변화로 미치는 영향도 0%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공개된 애플 아이폰 14 시리즈, 맥북 제품군을 살펴보자. 아이폰 14 및 14 플러스는 화학 변형한 재활용 플라스틱을 안테나에 사용하고, 후면의 자석부착식 기능인 맥세이프 구현에 100% 재활용된 희토류 원소를 사용했다. 또 진동 구현을 위한 햅틱 엔진에 100% 재활용 텅스텐이 사용되고 있다. 맥북 프로 역시 상 하판, 외관 전체를 100% 재활용된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 아이폰과 맥북 프로 모두 인쇄 회로 기판 납땜과 모든 도금에 100% 재활용 주석 및 금이 사용된다. 포장재는 97%이상 섬유 재질 기반이며, 2025년까지 모든 포장재에서 플라스틱을 완전히 퇴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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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Daisy)는 연간 120만 개의 전화기를 분해할 수 있다. 애플은 자체 분해 공정을 개발 중인 연구진 및 전자기기 제조업체를 위해 Daisy에 대한 특허 라이선스를 무료로 제공해왔다. 출처=애플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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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애플은 연간 120만 대의 전화기를 분해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특허 라이선스를 무료로 제공해 폐 전화기가 원활하게 순환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으며, 25개 국가 213개의 협력업체가 신재생 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직접 투자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심각한 에너지 문제에 직면한 콜롬비아, 필리핀 및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지역 사회에 신재생 에너지를 공급하고, 에너지 절약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재활용 소재 아닌 설계로 친환경 구현, 델 테크놀로지스

애플의 탄소 중립이나 삼성의 재활용 부품 사용뿐만 아니라, 설계 자체에 친환경 공법을 도입하는 사례도 있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올해 1월, 친환경 PC 설계 공법을 적용한 2세대 컨셉 루나(Concept Luna)를 공개했다. 컨셉 루나는 접착제와 케이블 사용을 전면 배제하고 나사 개수를 최소화한 조립형 방식의 노트북이다. 기존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재활용 불가 폐기물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조립 및 분해의 용이성을 확보해 추후 손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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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테크놀로지스의 컨셉 루나는 제품 제조 및 분해 과정을 단순화한 설계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제품이다. 출처=델 테크놀로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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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노트북은 나사와 접착제, 일체형 부품 등으로 구성돼 완전 분해에 1시간 이상 소요되지만, 컨셉 루나는 나사 네 개만 풀면 시스템을 전부 분해할 수 있다. 여기에는 로봇 자동화 기술과 지능형 원격 측정 기술이 사용됐으며, 로봇이 장치를 분해하고 부품을 교체하며, 부품 상황을 진단해서 부분 교체하는 식으로 폐기물을 줄인다. 사용자마다 사용하는 습관에 따라 부품의 노후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컨셉 루나는 현재 시제품 형태지만 차세대 PC의 지속가능성에 영감을 주고, 친환경 공법에 대한 힌트를 주어 폐기물을 줄이는 데 일조할 수 있다.

재활용을 디자인, 아이콘으로 승화하려는 소니의 도전

이미징 제품, 가전, 모바일 제품 등 다양한 범위의 IT 기기를 만드는 소니는 단순히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패션 및 브랜드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소니는 저독성 디자인 설계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실현한다는 ‘로드 투 제로’를 생산 철학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지난해 WF-1000XM4 무선 이어폰을 공개하면서 라벨을 제외한 모든 포장재의 99%를 대나무, 사탕수수, 재활용 종이로 만들어서 판매했다. 이후 출시된 게이밍 헤드폰 라인업인 인존(INZONE)이나 이미징 제품인 A7R5에 대해서도 재활용 패키지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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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링크버즈S의 어스블루 색상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하나뿐인 것이라는 유일성을 가미한 참신한 제품이다. 출처=소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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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소재의 제품화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타 기업들은 재활용 소재를 혼합하거나 내부 부품에 사용하고, 또 외관에는 재활용 여부를 알 수 없는 금속 소재 등을 적용하는 편이다. 반대로 소니는 생수통을 재활용한 재생 플라스틱을 외관 전체에 적용한 링크버즈 S 어스블루(Earth Blue) 색상을 선보였다. 어스블루는 일반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링크버즈 S 제품에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해 디자인한 제품으로, 제품마다 각기 다른 패턴과 무늬, 질감을 갖췄다. 사용자는 나만을 위한 패턴과 질감이 적용된 이어폰을 받아 들게 된다.

소니의 시도는 스위스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의 개념과 흡사하다. 프라이탁의 가방은 트럭의 폐 방수천을 원단으로 사용하며, 모든 가방의 색상과 패턴이 모두 다르다. 사용자가 나만의 가방, 이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을 구매하는 점 덕분에 패션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데, 소니도 IT 업계에서 이런 흐름을 도입하려 한다.

모든 길은 ESG로 통한다, 재활용도 ESG 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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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2030년까지 공급망 및 제품 전반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애플은 물론 213개 협력업체에까지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지원하고 있다. 출처=애플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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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들이 재활용 소재부터 탄소발자국 저감 등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중 환경적 책임을 다하기 위함이다. 단순히 사회가 요구하기 때문을 넘어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기업 활동이 이어지도록 하는 노력이다. 이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더 강화되어 모든 기업이 준수하는 사항으로 굳어질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모든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준수하게 됨을 전제로 할 때, 결국 얼마나 더 흥미롭게 접근하는지, 또 얼마나 돋보이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지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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