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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대출이자 싹둑 … 콧대 높은 특례론 "줄을 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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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모기지 상품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출시 첫날인 지난달 30일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홈페이지와 스마트주택금융 앱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때 대기자가 수천 명에 달하기도 했다. 출시 사흘 만에 7조원 이상의 신청액이 몰려 공급 예정 규모의 18%가량이 찼다. 신청 기간은 1년으로 넉넉하지만 한도가 소진돼 조기 마감할 가능성도 있다. 온라인 신청이 원칙이지만 불가피한 사람들을 위해 SC제일은행에서도 오프라인 접수를 했는데, 대출 관련 문의가 평소보다 2~3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정책상품인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을 통합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상품이다.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없이 최대 5억원까지 받을 수 있고,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받으면 최저 연 3.25%로 대출이 나온다는 점에 이목이 쏠렸다.

다만 대부분 사람들이 적용받는 금리를 감안하면 아주 매력적인 상품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4% 초중반이라는 낮지 않은 이자율에 장기로 묶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 주담대와 비교해 면밀히 유불리를 따져보고 개인별 상황에 따라 취사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시중은행 주담대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달 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금리는 변동형 연 4.62~6.89%, 혼합형(5년 고정 후 변동) 연 4.13~6.67% 수준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일반형 연 4.25~4.55%, 우대형 연 4.15~4.45%로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구간의 하단에 분포해 있다. 일반형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이고, 소득 제한은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우대형은 주택가격 6억원 이하, 부부합산소득 1억원 이하의 조건이 있고 일반형보다 0.1%포인트 금리가 낮다.

일반형과 우대형 모두 인터넷을 통한 전자약정방식(아낌e)으로 신청하면 추가로 0.1%포인트 금리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평균적인 사람들은 특례보금자리론에서 연 4.15~4.45%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각 상품에서 금리 차이는 만기에 따라 나뉜다. 만기가 길수록 대출금리가 높아진다. 일반형의 경우 10년 만기의 기본금리는 4.25%이고, 50년 만기는 4.55%이다.

신혼가구나 저소득 청년 등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우대형 특례보금자리론을 신청하는 게 유리하다. 우대형은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라는 제한 조건이 있지만 일반형보다 금리를 최대 0.8%포인트 낮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대형 특례보금자리론은 저소득 청년, 사회적배려층, 신혼가구, 미분양주택 등 4가지 우대금리 조건이 있다. 0.8%포인트 내에서 중복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사례는 극히 드문 점을 감안하면, 우대형 평균금리는 3%대 중후반이 될 전망이다.

우선 만 39세 이하이고 부부합산소득이 연 6000만원 이하인 사람은 저소득 청년에 해당돼 0.1%포인트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또 한부모·장애인·다문화·다자녀가구는 사회적배려층으로 0.4%포인트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한부모·장애인·다문화가구는 부부합산소득 6000만원 이하, 다자녀가구는 7000만원 이하의 소득조건이 있다.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이 넘지 않은 부부는 신혼가구에 해당돼 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신혼가구에는 결혼예정자도 포함된다. 신혼가구의 경우 부부합산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미분양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우대금리 0.2%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는 부부합산소득 제한이 8000만원 이하로 다소 여유로운 편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을 때 반드시 부부 모두가 소득 증빙을 해야하는 건 아니다. 빌리려는 사람 본인의 소득증빙만으로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위와 같은 우대금리 적용을 받고자 한다면 부부 소득 증빙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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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본적으로 주담대 특성상 만기가 길기 때문에 지금 금리만 봐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변동금리부 대출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국 경제의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고정금리로 운영한다. 향후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2~3%대로 떨어져도 특례보금자리론을 대출받은 사람들은 계속 4%대 이자를 내야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향후 대출금리가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은 시중은행 주담대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금리가 많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특례보금자리론을 선택하면 된다. 물론 향후 몇 년간 금리가 얼마나 떨어질지는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다만 당장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금 금리에 머무르거나 감소할 수 있지만 더 많이 오를 여지는 적다는 것이다.

1회에 한해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특례보금자리론에서 시중은행 주담대로 갈아탈 수 있는 선택지도 있다. 정부는 대출자들 부담을 줄이기 위해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는 도중 시중금리가 하락해 특례보금자리론을 다른 대출로 대환하려는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특례보금자리론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고 판단한다면 특례보금자리론을 상환하고 시중은행으로 갈아타면 된다. 다만 이 경우 다시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돌아올 수는 없다.

정부와 은행권은 특례보금자리론이 원활히 활용될 수 있도록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들어올 때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 모바일 앱을 통해 '특례보금자리론 승인내역 확인서'를 발급해 기존에 대출받은 은행에 제출하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한편 중도상환수수료는 면제되지만 기존 근저당권 말소 비용과 신규 대출계약서 작성에 따른 인지세 등 건당 10만원 정도의 자잘한 비용은 대출자가 부담해야 한다.

만기와 한도 측면에서도 특례보금자리론이 유리한 편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10년, 15년, 20년, 30년, 40년, 50년으로 다양한 만기의 상품을 제공한다. 카카오뱅크, 수협은행 등 45년, 50년 만기 주담대를 내놓은 은행도 일부 있지만 5대 은행 주담대는 현재 40년이 최장이다. 기대여명을 고려해 4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은 만 39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 50년 만기는 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만 이용할 수 있다.

만기가 길면 당장 낼 돈이 줄어들어 자금 운용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5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연 4.55% 금리로 4억원의 대출을 받으면 월 상환금이 약 169만원으로, 40년 균등분할상환, 연 4.50% 금리로 같은 금액을 받았을 때 월 상환금 약 179만원보다 월 상환금이 줄어든다. 만기를 감안해 금리가 다소 높음에도 불구하고 길게 부담을 나눠 지는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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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높고 만기는 짧은 시중은행 주담대와 비교하면 현금흐름 개선 효과는 더 크다. 물론 만기를 길게 잡으면 이자를 내는 기간이 늘어나 총원리금도 증가하는 부작용이 있다. 다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 부담은 그보다 다소 작고, 사람들의 대출 패턴을 고려하면 다양한 만기가 주어질 때 득이 실보다 크다는 게 중론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수십 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끝까지 갚아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집값이 올라 중도에 상환하는 사례가 많다"며 "차주 개별 상황에 따라 물론 다르겠지만 당장의 현금흐름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건 분명 유리한 선택지"라고 했다.

한도 측면에서는 시중은행 주담대보다 특례보금자리론이 훨씬 유리하다. 모든 부채의 연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DSR 규제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연 소득이 5000만원이고, 한도가 1000만원인 마이너스통장을 갖고 있는 직장인은 현재 비규제지역 8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특례보금자리론에서 5억원을 받을 수 있다.

40년 만기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이고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4.5%,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6%로 가정했을 때 결과다. 시중은행에서 주담대를 받는다고 하면 금리와 만기가 같을 때 한도는 3억2000만원으로 약 1억8000만원 줄어든다. DSR을 40% 아래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단 무주택자가 아니라면 한도 증액 효과는 없다. 구입이 아닌 대환 용도로 특례보금자리론을 받는 경우 한도는 기존 주담대 잔액을 초과할 수 없다.

DSR만 예외일 뿐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특례보금자리론에도 적용된다. 생애최초 구입자는 규제지역 여부와 주택유형을 불문하고 LTV 80%, DTI 60%가 일괄 적용된다. 부부가 모두 과거에 주택을 소유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 생애최초가 아닐 경우 주택 종류와 규제지역 여부에 따라 나뉜다. 아파트의 경우 규제지역은 LTV 60%, DTI 50%다. 비규제지역은 LTV 70%, DTI 60%다.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단독주택처럼 아파트가 아닌 경우 규제지역에서 LTV 55%, 비규제지역에서 LTV 65%를 적용받는다. DTI는 규제지역에서 50%, 비규제지역에서 60%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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