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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매경LUXMEN 기업인상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황철주 “올해 창립 30주년… 글로벌 장비회사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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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주성의 30년은 혁신에 신뢰를 더해 세계적인 장비회사로 성장하여 행복을 만드는 기업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회장은 “지난 30년은 기술혁신에 집중하여 성장했지만, 세상은 결국 관계와 기득권의 신뢰가 더해지지 않는다면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에 매진하는 동시에 기득권으로부터 신뢰까지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과거 외국계 회사에만 의존하던 반도체 장비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1993년 4월 창업에 뛰어들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장비 사업을 안착시킨 뒤 디스플레이, 태양광 장비 분야에 잇달아 진출하며, 관련 장비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확보한 특허만 국내 장비 업계 최다인 3045개에 이른다.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제20대 한국발명진흥회 회장에 오르기도 했다.

매일경제

2017년 5회 수상자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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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성엔지니어링이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습니다. 회장님의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 1993년 주성을 혼자 창업했을 당시 대한민국에서 만든 나사 하나조차도 반도체 전공정 제조 장비에 사용할 수 없었던 환경이었고, “대한민국에서 무슨 반도체 장비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식과 기술은 부족했고 경제적으로는 빈곤했습니다. 더 잘살고 싶었고, 존중받고 싶었고, 우리 것을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기술 독립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혁신을 위해 연구개발에 힘을 쏟았습니다. 모방은 경험이 중요하지만 혁신에는 경험보다는 열정·투지·인내가 더 중요합니다.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은 기술이나 지식의 답습이 아닌 혁신이었습니다. 주성은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로지 혁신의 결과로 성장했습니다.

▶ 처음 창업하실 때 생각하신 모습과 현재의 회사를 비교해주신다면.

▷ 처음 종잣돈 3000만원을 가지고 주성을 창업했을 때 그 누구도 주성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기술력도, 자본력도, 연줄도 없었어요. 주변에서 다들 말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쉽지 않은 길임을 알았음에도 오직 혁신철학을 바탕으로 내수 시장이 아닌 전 세계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하였고 결국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핵심 전 공정 장비 분야에서 대한민국 장비 산업의 세계화를 실현한 첫 번째 기업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기술 변화를 선제적으로 예측하여 고객보다 5년 이상 앞서 기술을 개발하고 준비하는 데 전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력과 물량 위주의 생산성 혁신이 주도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기술혁신만이 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주성은 이러한 미래 기술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속도와 질을 높여 세계 반도체 산업계에서 혁신기업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지난 30년 성공의 키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지식과 기술, 모든 정보들이 빛의 속도로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시대에서 기술만으로는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으며 레드오션일 뿐입니다. 따라서 기술에 영감을 불어넣어 혁신을 이뤄내는 것이 성공의 열쇠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정한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 개도국이던 시절에는 헝그리 정신이 요구되고, 모방을 통해 성장했지만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혁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주성은 혁신을 위해 창업 이후 R&D에 쏟은 금액만 약 1조원 이상이며 누적 특허 건수는 3000개 이상입니다. 또한, 매년 매출의 15~20%를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여 세계 최초, 유일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나가는 등 미래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 주성을 경영하시는 동안 가장 큰 위기는 언제였고, 가장 큰 보람을 느끼신 때는 언제인지요.

▷ 주성의 지난 30년을 돌아보았을 때 두 번의 큰 위기가 생각납니다. 2000년 초반 주 거래처와의 납품 계약이 취소되었을 때, 그리고 2011년 태양광 산업의 불황으로 경영실적이 악화되었을 때입니다. 두 차례의 큰 위기를 겪으며 리더의 역할,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많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좋은 일을 통해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이자 기업가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절박한 환경 속에서 가족들을 위해 길거리에서 배추장사를 하시던 부모님이야말로 나만의 행복이 아닌 우리의 행복을 만드는 기업가셨습니다. 국가의 축소판이 기업이고, 기업의 축소판이 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을 위해 더 나은 삶과 행복을 만드시는 분이 부모님이시고, 직원들의 행복과 더 나은 삶을 만드는 사람이 기업가입니다.

기업가는 나만이 아니라 우리를 바탕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정신을 갖추어야 합니다. 결국 모두가 더 잘살고 행복해지기 위해 일하고 살아가는 이 시대에 기업이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 이해관계자 모두의 행복한 삶을 잘 이끌어냈는지 항상 살펴야 합니다. 주성은 공정하고 투명한 이익분배 기준을 회사 운영규정 내에 제정했으며, 매년 회사 이익의 최대 20%를 직원들과 공유하고, 나머지 20%는 주주들에게 환원하고 있습니다.

▶ 주성엔지니어링의 주력 사업은 곧 한국 산업 핵심 부분입니다. 반도체·태양광·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점검해주신다면.

▷ 글로벌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산업 경쟁력에서 우리나라는 ‘불안한 1등’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현재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일부 품목을 제외한 비메모리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은 여전히 글로벌 경쟁사 대비 열위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대기업 위주 발전 정책을 펴왔습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화학 등에 대한 육성은 있었는데 정작 이를 뒷받침할 소부장을 위한 정책은 부재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정책은 우리나라 정부와 업계가 소부장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재 국내 반도체 등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재·부품·장비의 세계 경쟁력이 낮아 산업 기반이 불안정하여 해외 공급망 리스크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새로 개발한 기술 및 제품들을 실제 공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한국형 성능평가팹(테스트베드) 신설이 절실하며 동시에 대·중·소기업 간 역할을 나누고 협업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 미래 30년 주성의 모습은 어떻게 그리시는지요.

▷ 앞으로 주성의 30년은 혁신에 신뢰를 더해 세계적인 장비회사로 성장하여 행복을 만드는 기업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향후 30년 동안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한 채비도 갖췄습니다. 2020년에 완공된 용인 R&D센터와 2022년 본사를 겸한 제조사업장인 광주캠퍼스 투자까지 완료하였습니다.

그 결과 연구와 생산의 분리 및 집중에 따라 R&D 효율성과 생산능력이 10배 이상 증가되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주성이 변함없이 걸어온 혁신의 길처럼 앞으로의 30년도 미래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하여 행복을 만들어내는 데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 임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시는 내용은 무엇인지요.

▷ 생각은 세계 최초로, 일은 세계 1등으로 하라고 아침 회의 때마다 강조합니다. 그런데 혁신 자체는 마음먹으면 할 수 있지만 그 혁신으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혁신을 한 덕에 경쟁사보다 성공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많을 뿐입니다. 우리의 혁신이 고객의 신뢰와 만날 때 비로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는 더 잘살고,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은 일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회사는 그 일을 함께하는 장소입니다. 무엇보다도,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기준과 표준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기준은 일의 시작을 잘하기 위함이고, 표준은 일의 결과물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겁니다. 업무 목표를 위한 기준점을 확고히 잡은 후 실제 일을 해나가는 과정을 표준화해서 관리해야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업무효율이 높아지는 만큼 업무시간과 고생은 줄어들고 선진국형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경제적인 여유와 시간의 여유는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 한국 경제가 기로에 서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특히 첨단 산업에 있어서도 경쟁국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습니다.

▷ 국가적으로 혁신기업의 지식재산(IP)을 보호하고 가치를 인정해주는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봐요. 미래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는 특허를 통한 혁신으로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빈민국이었던 시절 모방을 통해 성장할 때는 헝그리 정신이 중요했습니다. 성과가 업무량에 비례해 올라갔고 청년들에게도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순간부터 업무량을 늘려도 성과가 오르지 않고 있어요. 경쟁 국가가 모방하면서 같은 제품을 더 싸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원이 없는 한국과 같은 나라일수록 기술 혁신 외에는 다른 성장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혁신의 가치를 보호하고 인정해주는 제도 및 문화가 확산된다면 국가경쟁력 제고에 핵심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과감한 혁신만이 생존을 담보하는 시대입니다. 회장님이 생각하는 혁신리더십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요.

▷ 좋은 일을 통해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기업가이자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리더는 ‘통찰력, 용기, 협력’ 3가지가 필요합니다. 통찰력은 집중과 몰입에서 비롯되고, 용기는 절실함과 좋은 동지가 있어야 생겨납니다. 협력은 철학과 추구하는 목표가 같은 좋은 동지들과 더 큰 목표를 공유할 때 가능합니다. 저는 항상 더 나은 삶을 절실하게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 절실함이 혁신을 만들고, 그 혁신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게 하고 있죠. 부단한 혁신을 위해 기준과 표준을 명확히 세우고, 지식에 오감을 더하고 기술에 영감을 불어넣는 일은 오래갈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을 만들기 위해 리더가 제시해야 할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철주 회장은 후배 경영인들에게 “과거 선배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기득권과 고정관념을 버려야 혁신이 가능하다는 지론이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9호 (2023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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