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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美검사는 수사 안해” 野 주장에…美출장 다녀온 법무부 “사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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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의 위헌 여부와 관련한 법무부와 국회의 권한쟁의 심판을 심리 중인 가운데, 법무부가 미국의 검사 제도와 형사 사법 체계 등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 현지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국회가 작년 6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검수완박 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그 명분으로 “미국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돼 있다” “미국 검사는 수사하지 않는다” 등을 들었는데,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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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법 권한쟁의심판 사건 관련 공개변론 모습. (공동취재)2022.9.2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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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 헌법쟁점연구TF 소속 차호동(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검사는 작년 12월 15~24일 9박 10일 일정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검찰청 2곳과 로스쿨 3곳을 방문했다. 미국 검사, 미국 로스쿨 형사법 교수 등을 만나 한국과 미국의 검사 제도 등을 비교 연구했다는 것이다. 미국 검사 제도 등 수사 실무에 대한 국내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차호동 검사는 지난해 검수완박 국면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게시하고 검수완박 법 추진에 반대하는 평검사회의에 참여하는 등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작년 5월부터 판사 출신인 김석우(27기) 서울고검 검사가 이끄는 법무부 헌법쟁점연구TF에 파견돼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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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보고서에서 “미국 검사가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며 다양한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검사가 수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 자체가 매우 생소하다”고 밝혔다. 미국 검사는 국가나 주(州)를 대신해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 등을 담당하고 범죄의 유형이나 종류와 관계없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헌법도 검사를 영장 청구 등 수사와 기소의 주체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법을 추진하면서 검사의 직접 수사권 범위가 대폭 축소된 바 있다.

한국에서 ‘미국 검사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주장이 퍼진 데 대해 미국 검사는 법무부에 “미국 검사가 직접 피의자를 조사하는 것을 자제하는 수사 실무를 잘못 이해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영미법계인 미국은 검사가 법정에서 피고인과 혐의 사실을 다투는 소송의 일방 당사자이기 때문에 공소 유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사의 주도하에 검찰수사관, 경찰 등이 대신해서 피의자를 조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또 “미국의 일부 한인 검사 또는 로스쿨 교수들은 한국에서의 검수완박 법 관련 논의를 잘 알고 있으며 잘못된 방향으로 입법이 된 것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표시했다”고 했다. 한 미국 교수는 법무부에 “검사의 수사·기소 권한을 제한하는 법령이라는 개념 자체가 잘 와닿지 않는다”며 “검사의 수사·소추권을 제한하는 한국의 현 법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미국 검사의 수사 방식은 주(州)마다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한 법조인은 “검찰수사관 인원이 한정돼 있는 미국 검찰청 중에선 검사가 경찰관과 협력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 법무부 산하 수사기관인 FBI(미연방수사국)도 국가안보, 중요 범죄자 등 사건을 직접 수사한 뒤 검사에게 사건을 넘겨 기소 여부를 판가름 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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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작년 9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법안 권한쟁의심판 사건 공개변론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 2022.9.2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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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법무부와 국회는 각각 작년 12월, 지난 1월 검수완박 법의 위헌 여부와 관련한 권한쟁의 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최종 종합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두 차례 공개변론을 열었던 헌재는 매달 격주로 진행하는 평의에서 이 사안을 집중 심리 중이라고 한다. 법조계에선 “이르면 이달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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