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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구현모 연임 반대’ 점점 거세지는 여권 공세, 탈출구 모색하는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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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낙마 시 후임 대표 가이드라인 준비설

정부·여당 노골적 연임 반대 속 해법 모색 구현모

3월 주총 표 대결 앞두고 영국 투자자 미팅 검토

외국인 최초 CTO 맡은 몽골 정부 고위직 방한도

경향신문

구현모 KT 대표. KT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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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가려지는 구현모 KT 대표 연임을 놓고 여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연임 반대 의사를 공표한 KT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구 대표 낙마 시 후임 인선에 입김을 행사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구 대표는 반전 기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자신을 국가 최고기술경영자(CTO)에 임명한 몽골 정부 고위인사가 이달 중순 방한할 예정이다. 재임 기간 영업이익 신장과 주가 부양 등을 무기로 해외 투자자들과 만나고, 다음 주 회사 경영실적 발표 행사에 직접 나서는 방안도 검토했다.

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국민연금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후 소유분산 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언급한 이후 구 대표 연임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요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하는 데에 그치지는 게 아니라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9.99%를 가진 최대주주이다.

일설에는 구 대표가 연임을 못 하게 되면 후임자를 정하는 후보심사위원회에 대표이사 적격 요건 등이 담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일찌감치 구 대표 연임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최근에도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이 “재선임을 시도하는 임원의 기업 가치 훼손 이력을 주요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정식 재판을 받고 있다.

구 대표는 아직 연임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주총 표 대결을 앞두고 조만간 영국 등지를 방문해 해외 투자자들을 직접 만날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KT 지분은 40% 이상 외국인 주주들이 갖고 있는데, 구 대표는 재임 기간 주가를 2배 가까이 부양한 성과를 토대로 이들의 의결권 행사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KT 관계자는 “앞서 구 대표의 해외 출국 일정이 임원들이 볼 수 있는 내부 캘린더에 공유됐다가 빠지면서 설왕설래가 있었다”며 “최근 5% 이상 지분을 가진 영국 투자자들과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고 했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몽골 정부 고위인사의 방한도 구 대표 연임에 힘을 실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 대표는 지난달 26일 어용에르덴 롭산남스랴 몽골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현지에서 열린 ‘디지털 몽골’ 실현을 위한 전략적 협력 체결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전기차, 반도체 등 각종 첨단제품 제조에 필요한 광물인 희토류를 국내에 공급하기 위한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몽골 정부 고위인사 방한 시 한국 정부 측과 만남이 불가피한데, 외국인 최초로 몽골 정부 CTO에 임명된 구 대표 연임에 관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통신기업인 KT의 희토류 수입에 시큰둥하다. 광물은 무게가 많이 나가 항공운송이 어렵다. 내륙국가인 몽골에서 한국으로 희토류를 가져오려면 중국을 육로로 거쳐 해상운송을 해야 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중국의 허가 등을 얻기가 만만치 않다고 본다.

구 대표는 오는 9일 열리는 지난해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 직접 나설지를 놓고도 고심했다. 콘퍼런스콜은 상장사가 기관투자가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자사 실적과 향후 전망을 설명하는 전화회의로 보통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나온다.

구 대표는 이날 콘퍼런스콜 대신 애널리스트 등을 상대로 ‘코퍼레이트 데이’를 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코퍼레이트 데이는 매년 1번씩 자본시장과의 소통을 위해 개최되는 행사다. 올해는 실적발표 일자와 겹쳐 컨퍼런스콜은 별도로 진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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