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美본토 침투한 中 스파이 풍선...F-22만 출격, 요격 포기한 까닭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상공에 중국의 정찰용 무인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목격돼 미군 수뇌부가 소집되는 등 비상이 걸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풍선폭탄을 보낸 이후 외국의 군사용 무인 비행체가 미 본토 상공에 무단 침입하기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미국은 즉각 여러 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에 항의하는 등 진의 파악에 나섰다.

중앙일보

중국은 최근 들어 무인 비행선과 풍선을 활용한 정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30일 중국 당국이 네팔 국경에서 고도 등을 측정하는 과학용 풍선을 날리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북서부 몬태나주(州) 빌링스 상공에 중국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정찰용 풍선(spy balloon)’이 목격돼 미군이 대응에 나섰다고 NBC 방송은 2일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미 국방 당국은 풍선이 중국 본토에서 알류샨 열도와 캐나다를 거쳐 미국 북부 상공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비행체가 발견된 빌링스는 같은 주 내의 맘스트롬 공군기지에서 남동쪽으로 약 282㎞ 정도 떨어져 있다. 일각에선 해당 기지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지하 사일로(고정식 발사장치)가 설치돼 있는 만큼 이를 염두에 둔 활동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국방부는 “현재 이 비행체가 여전히 미국 상공을 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고고도 감시 비행체를 계속해서 면밀히 추적하고 모니터링 중”이라고만 방송에 말했다.

당시 필리핀을 방문 중이던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보고를 받자마자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글렌 밴허크 미 북부사령부(NORTHCOM) 사령관 겸 북미방공사령부(NORAD) 사령관 등 미군 수뇌부를 소집해 비행체 요격 등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후 회의에서 나온 몇 가지 군사적인 옵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이와 관련,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정찰용 풍선의 정보수집 역량이 한계가 있고, 요격 시 파편이 인근 주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일단 공격을 하진 않기로 판단했다”며 “계속해서 감시하면서 어떻게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방송에 말했다.

중앙일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일(현지시간) 필리핀 남부 돈 바실리오 나바로 기지를 찾아 환영 행사를 하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이번 필리핀 방문에서 미군이 필리핀 기지 4곳을 추가로 사용하는데 필리핀 정부와 합의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군은 요격에 나서진 않았지만, 네바다주 넬리스 공군기지에서 F-22 스텔스 전투기를 출격시켜 비상 대응했다. 또 비행선의 동향을 감시하기 위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도 띄웠다. 이 때문에 빌링스 공항에선 한때 모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지상에서 대기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방송은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는 중국의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며 “워싱턴과 베이징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와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민 불안감 자극하는 '인지전'



중국이 정찰용 풍선을 보낸 의도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의 대만 군사지원과 필리핀에서의 군사거점 확대 등에 대한 반발 성격이란 풀이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들어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 지원을 계속 늘리면서 미 본토의 주(州)방위군 등을 동원해 대만군 훈련에도 관여하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대응해 미국은 '항행의 자유' 작전을 비롯해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일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로널드 레이건함)에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가 착륙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갈등 중인 필리핀과 군사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2일 필리핀 정부와 미군이 필리핀 내 군사기지 4곳을 추가로 사용하는 데 합의했다. 현재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기지들(5곳)과 합치면 남중국해에 가까운 필리핀 내 전략 거점이 총 9곳으로 늘어난다.

실제로 이같은 미군의 움직임과 관련, 중국은 무인 비행체를 이용해 남중국해에서 정찰ㆍ감시 역량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필리핀 북부 루손 섬 인근 상공에서 눈물방울 모양의 반짝이는 거대 비행선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비행선을 활용해 미사일 조기경보 체제 가동을 시험하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 본토를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것에 대비한 수단이란 얘기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미 본토에 등장한 중국 무인 정찰 풍선의 정찰 역량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설령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달할 수 있다고 해도 정찰위성보다 군사적인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며 “무단 침입이지만 명백한 군사적 위협으로 보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같은 회색지대에서 미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일종의 ‘인지전(Cognitive Warfare)’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