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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손일선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미 vs 중 패권전쟁의 종착점은 대만? 워게임 결과는 中의 대만 무력통일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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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국제뉴스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의 주위를 끌 만한 흥미로운 보고서가 한 편 발표됐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이 30개국의 국제외교·안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향후 10년간 국제사회의 주요 과제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였다. 보고서의 이름은 ‘2023 세계 전망 보고서’.

보고서 내용 중 언론의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것은 10년 안에 러시아가 붕괴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애틀랜틱 카운슬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놀라운 관점은 러시아가 향후 10년 내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167명의 응답자 중 46%가 러시아가 앞으로 10년 이내에 실패하거나 해체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 원인으로는 혁명, 내전, 정치적 붕괴 등이 거론됐다.

외신들은 러시아 붕괴 외에 보고서가 분석한 대만의 미래에도 큰 관심을 드러냈다. 애틀랜틱 카운슬은 “응답자의 70%가 중국이 10년 내 대만을 침공해 강제로 탈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미국이 대만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 강대국 간의 전쟁은 유럽이 아닌 아시아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에서 세계사를 뒤흔들 만한 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끔찍한 예측이다. 이번 애틀랜틱 카운슬 보고서 이전에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었다. 중국이 틈만 나면 대만 통일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강압적인 수단 외에 다른 묘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3연임을 확정 지은 제20차 당대회에서도 대만 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그는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며,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 자신의 일이고, 중국인이 결정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등 외부 세력이 대만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다.

시 주석은 이어 “우리는 최대한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옵션을 남겨 놓을 것”이라고 했다. 대만 통일을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경고다. 특히 시 주석은 자신의 장기집권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마오쩌둥의 ‘신중국 설립’에 맞먹는 역사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그래야 장기집권의 명분과 국민의 지지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대만통일을 반드시 자기 손으로 이루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는 이유다.

매일경제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군이 대만을 위협하는 공군 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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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베이징 주변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제기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침공 시기다. 많은 전문가들이 2027년을 가장 유력한 타이밍으로 꼽고 있다. 2027년은 중국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이자 시 주석 4연임이 걸린 21차 당대회가 열리는 해다.

물론 시점이 이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마이클 길데이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지난 20년 동안 중국인은 우리 예상보다 더 빨리 모든 일을 이행해 왔다”면서 “2027년이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로)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2023년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장 중국이 대만 침공에 나서도 크게 놀랄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올해 미국 하원을 대중 강경파인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동아시아 국가정보부 차관으로 재직한 데이비드 슐만은 “중국이 당장 대만을 통일시키려는 뚜렷한 징후를 보지 못했다”면서도 “미국 정책 입안자들의 조치가 불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의 방어와 대만 독립에 대한 미국의 본격적인 지원은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더 커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중국 측 반응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보였던 중국의 반응을 크게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도 대만 전쟁 시나리오 철저히 대비해야
실제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 일본 등의 지원으로 대만은 중국 침공을 방어할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대만은 전쟁 개시 이후 멀지 않은 시점에 중국에 항복하게 될 것인가.

최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26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상황을 가정해 총 24회의 ‘워게임’ 시뮬레이션 결과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다음 전쟁의 첫 전투(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라는 제목이 붙은 보고서는 결국 중국의 침공은 실패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미국과 중국, 대만, 일본 등 관련국 모두 큰 손실을 떠안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아내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CSIS는 “미국은 ‘패배한’ 중국보다 더 긴 고통을 겪으며 승리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승리가 전부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 같은 관측은 대만 전쟁 발발 시 미군 측의 손실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가정이 기초한다. CSIS는 “미국과 일본은 선박 수십 척과 전투기 수백 대, 군인 수천 명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CSIS가 진행한 대부분의 워게임 시나리오에서 미 해군은 항공모함 2척과 대형 수상 전투함 10~20척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주간의 전투로 미군 3200명이 목숨을 잃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20년 동안의 전투에서 희생된 미군 규모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대만 침공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전쟁 시작 이후 지속적으로 서방에서의 병력과 물자 지원이 가능했던 반면 대만은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대만에 ‘우크라이나 모델’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의 침공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전쟁이 시작되기 전 대만을 완전 무장시켜야 한다고 보고서는 적시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대만이 중국의 경제 수도인 상하이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수준의 미사일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의 저명한 군사 전문가인 데이비드 뎁툴라(David A. Deptula) 예비역 공군 중장은 “중국 군 지휘부가 대만 침공을 확신할 수 없도록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이 대만에 상하이를 타격하고 상하이 파괴를 위협할 사정거리를 가진 ‘충분한 양’의 지대지 미사일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지만 한국도 대만 전쟁 시나리오를 철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손일선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9호 (2023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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