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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난 트랜스젠더" 선언만 해도 성별 바꿔준다…핀란드 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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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승인절차 없이 변경 가능

"남자가 女탈의실 가는 길 열려"

핀란드 극우·보수파는 거센 반발

핀란드 의회가 1일 트랜스젠더 성별을 법적으로 바꾸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일명 '진보적 권리법'을 통과시켰다.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핀란드 의회는 이날 찬성 113표, 반대 69표로 트랜스젠더 성별 수정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의원 17명은 불참했다. 법안엔 18세 이상 성전환자가 '자기 선언' 과정만 있으면 법적으로 성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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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핀란드 의회는 이날 찬성 113표, 반대 69표로 트랜스젠더 성별 수정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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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선 지금까지 전문가의 의학적, 정신과적 승인 절차를 거쳐야만 성별을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의 통과로 18세 이상의 핀란드인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것만으로 자신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악용을 막기 위해 1년에 한 번만 변경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여기에 의회는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기 전에 불임을 증명하는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한 조항도 삭제했다. 시민단체에선 그동안 이 조항을 놓고 "성전환자가 아이를 갖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며 폐지를 주장해왔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의 개혁 정책의 일환이었던 이번 법안이 통과되자 보수 진영은 거세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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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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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마린 총리는 "성전환자 권리를 대폭 강화한 이번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남은 내각 임기 2개월 동안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표를 던진 극우 핀란드인당과 보수 기독민주당은 "남성이 탈의실에서 여성을 괴롭힐 수 있는 문을 열었다"는 등의 노골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오는 4월 총선에서 이를 쟁점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내각 연정에 참여한 중앙당에서도 이탈표가 일부 나오며 마린 총리에겐 부담을 가했다.

한편, 유럽은 최근 성전환자 권리 확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스페인은 16세 이상이면 누구나 의료진 감독 없이 법적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성전환자 권리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영국은 지난달 17일 본인 선택만으로 성별 정정이 가능하게 한 스코틀랜드 의회 법안에 제동을 걸었다. 영국 정부의 거부권 행사는 1999년 스코틀랜드 의회 출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스코틀랜드에서 남성일 때 여성 두 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범죄자가 여성으로 성전환을 시도한 뒤 선처를 구하고 여성 전용 교도소에 머무는 일까지 발생하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실제로 핀란드 극우 진영에선 스코틀랜드 사례를 들어 "성별 정정이 쉬워지면 이를 악용하는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법안에 대해 반대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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