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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낙동강 큰고니 서식지 관통…부산 '대저대교' 건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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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 큰고니 월동 지점에
길이 8.24㎞, 왕복 4차로 교량 추진
부산시, 환경청·환경단체 대안 배제
공사 강행에 감사 청구 등 맞대응
한국일보

지난 1일 오전 환경단체인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이 부산시청 앞에서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일대 대저대교를 포함한 대규모 토목건설 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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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멸종위기종인 큰고니 서식지를 관통하는 대저대교 건설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서식지 파괴를 우려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주변 교통상황 등을 감안할 때 부산시는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2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10일 낙동강유역환경청(환경청)에 제출한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회신을 이달 중 받을 예정이다. 초안은 부산시가 환경청, 환경단체와 3자 협약을 맺고 겨울 철새 공동조사를 한 뒤 마련한 4개의 대안 노선 대신 원래 노선을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2018년 9월 철새 서식지를 가로지르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생태계 부문 조사가 거짓·부실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났고, 환경청은 2020년 6월 부산시의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그러자 부산시는 같은 해 1월 환경청, 환경단체와 낙동강 하구 겨울 철새 공동조사를 진행하면서 다시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공동조사 결과 철새 서식지를 우회하는 4개 대안 노선이 마련됐지만, 부산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노선을 환경청에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부산시는 안전과 환경, 예산을 명분으로 들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하천 구간에는 안전상의 문제로 곡선 교량을 설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환경단체 등이 제시한 대안 노선 2개는 곡선 구간으로 다리를 만들어야 해서 안전 문제와 함께 차량 운행 속도가 크게 줄어 원활한 교통 흐름에 지장이 많다”고 말했다. 시는 또 대안 노선을 추진할 경우 보상비 등을 포함해 추정 예산이 최소 700억 원에서 최대 1,200억 원까지 추가 발생하고, 하천 점유 면적이 넓어져 환경 측면에서 더 좋지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일보

부산 대저대교 위치.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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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기존 노선을 추진하는 대신 조류 비행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량을 45m 높이 사장교에서 25m 평면교로 바꾸거나 43만㎡ 규모의 대형 습지 조성을 통해 대체서식지를 마련하겠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환경단체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원안대로면 대저대교는 큰고니의 핵심 서식지 한가운데 생기는 것으로 서식지 파괴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실제 대저대교 기존 예정지는 매년 1,000여 마리의 큰고니가 찾는 주요 철새 도래지다. 가장 크고 무거운 철새로 꼽히는 큰고니는 날거나 물 위로 내려앉는 과정에서 최소 4㎞ 범위 내에 다리 등 대형 구조물이 없어야 한다는 게 학계나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대저대교가 생길 경우 인접한 다른 교량과의 거리가 2㎞ 수준으로 가까워지기 때문에 큰고니가 살 수 있는 여건을 완전히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부산시가 공사를 강행할 경우 법적 대응과 감사 청구 등에 나설 방침이다.

부산시는 조만간 중앙부처와 협의를 거쳐 환경영향평가 본안 제출과 문화재청 문화재현상변경 허가를 받은 뒤 연말쯤 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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