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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미국 인플레 끝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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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Fed, 11개월 만에 베이비스텝



중앙일보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모니터에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자회견 모습이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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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시장에선 ‘금리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인상 폭인 데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최근 지표는 반가운 물가 상승 완화(disinflation)를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4.25~4.5%에서 4.5~4.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은 세계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를 기록하게 됐다.

앞서 Fed는 미국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처음 긴축 사이클에 들어갔다. 이후 5월 FOMC에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6·7·9·11월 전례 없는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다만 지난해 6월 정점을 찍었던 물가상승률이 하반기 들어 둔화하자 Fed는 지난해 12월 빅스텝으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Fed는 이날 베이비 스텝으로 인상 폭을 낮춘 뒤 정책결정문을 통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했다”고 밝혔다. 지난 결정문엔 없었던 표현이다. Fed가 신뢰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지난해 12월 4.4%를 기록하면서 9월(5.2%) 대비 크게 둔화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disinflation’이라는 단어를 15차례나 언급했다. 또 “처음으로 물가 상승 완화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며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금리 인상도 끝을 향해 가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경제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금리를 인하하고 정책을 완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적절한 금리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두어 차례 더 올리는 것”을 생각한다고 일종의 가이드를 제시했다. 계속 인상만 강조했던 정책결정문에는 없던 내용이다. 이대로라면 3월과 5월 FOMC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5~5.25% 수준까지 올린 뒤 연말까지 고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 기대보다 더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적이었다고 해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 위원 12명이 모두 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에 찬성한 것도 Fed 내 매파적 분위기가 완화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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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번 추가로 올리겠다는 파월 의장의 말과 달리 오는 3월을 마지막 금리 인상으로 보는 낙관적 시각도 적지 않다. 물가 상승 둔화 속도가 기대보다 더 빠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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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글로벌 투자은행 ING는 “3월 0.25%포인트 인상을 끝으로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고, RBC캐피털마켓도 “3월 인상이 이번 긴축 주기의 마지막으로 예상하며, 하반기 중 완만한 경기 침체 및 물가 상승 둔화 등으로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다우지수(0.0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1.05%), 나스닥 지수(2.00%) 등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마감했다.

한국의 코스피도 전날보다 19.08포인트(0.78%) 오른 2468.88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 대비 원화값 역시 11.0원 오른(환율은 하락) 1220.3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4월 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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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앞으로 변수는 미국 고용시장이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인 건수는 1101만 개로, 시장 전망치(1025만 개)를 크게 웃돌았다. 고용시장 활황이 계속 이어지면 서비스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의 전체적인 둔화 속도가 기대보다 느려질 수 있다. 이날 파월 의장도 “여러 지표를 종합해 볼 때 고용시장은 여전히 매우 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진행되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도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채현기 흥국증권 연구원은 “중국 리오프닝은 공급망이 풀리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중국 내 수요도 풀리면서 글로벌 물가 지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시장이 너무 좋은 것만 보고 싶어 하는 경향도 있다. 금리 인상이 끝나는 시점을 3월로 베팅하려면 아직 근거가 더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과 일본의 물가도 여전히 높다. 지난 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1월 유로존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8.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 8.9~9.0%를 하회하는 수치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 10.6%로 정점을 찍은 뒤 11월부터 10.1%, 12월 9.2%, 올해 1월 8.5%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걷고 있다.

물가 상승 압박을 받는 유럽과 영국은 일제히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2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연 4.0%로 0.5%포인트 상향한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BOE는 지난해 11월 연 0.1%였던 기준금리를 열 번 연속으로 올렸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날 기준금리를 2.5%에서 3.0%로 0.5%포인트 올렸다.

만성적인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빠져 있던 일본은 물가 상승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년 전에 비해 마요네즈는 19% 올랐고 식빵과 즉석 컵라면, 맥주는 일제히 10%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사정을 고려해 “인플레이션 폭풍을 조심하라”면서 장기 금리의 변동 범위를 넓히라고 제안했다. 금리 인상의 터널 끝이 보이는 건 맞다. 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의 둔화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나상현·김남준·서지원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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