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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현장에선] 북핵 불안감 없애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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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방위 공약은 철통같다. 확장억제 공약은 확고하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표현을 반복했다. 30분도 채 넘기지 못할 정도로 짧게 진행된 기자회견이었지만, 오스틴 장관은 확장억제와 방위 공약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설명하는 데 적지 않은 신경을 썼다.

왜 그랬을까. 불안이라는 심리가 불러온 나비효과다. 한국은 고도화하는 북한 핵 위협이 불안하다. 미국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얻은 확장억제를 통해 북한에 대한 핵 억제력을 갖출 수 있지만, 한반도 유사시 워싱턴이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에 노출됐을 때에도 미국 핵우산이 유효할 것인지를 놓고 국내에선 우려의 시각이 여전하다. 독자 핵개발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미 행정부와 군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과의 동맹 관계를 언급하며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불안에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세계일보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불안이라는 감정은 불확실성이란 먹이를 먹고 자란다. 안개가 자욱한 전쟁터 한복판에서 적진에 침투하는 병사가 불안을 느끼는 원인도 눈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병사가 야간투시경 등을 통해 전장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배후에서 아군 지원을 받는다면, 불안감은 크게 줄어든다.

북핵 대응을 둘러싼 ‘불안’을 없애는 방법도 이와 같다.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전략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북한과 같은 말을 쓰는 한국은 북한을 미국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 기술 수준과 핵물질 비축량, 미사일 제조에 쓰이는 자재 및 기계 조달 실태 등 정보를 수집·분석해 북한 핵능력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냉전 시절 핵전쟁 개념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북한 핵전략이 한반도 유사시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 집중적으로 파헤칠 필요가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미군 확장억제력이 실체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보여줘야 한다. 북한이 핵을 사용할 징후가 있거나 실제로 사용했을 때 한·미 연합군이 대응할 방법을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 이는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등을 포함한 정책협의체와 다양한 종류의 연합훈련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필수다. 괌이나 미 본토에서 출격할 전략자산이 한반도에서 작전을 펼치려면 현지 특성을 사전에 익혀야 한다. 연합훈련을 계기로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하면, 한국군과의 상호운용성 증진과 한반도 특성 파악에 도움이 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자신과 상대방을 잘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미군 확장억제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인지하면서 북한 핵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불안은 힘을 잃게 될 것이다. 북핵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없애는 작업이 시급한 이유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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