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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쩐의 전쟁에 밀려 ‘표’ 안 나는 축구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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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FIFA 집행부 재입성 불발

오일머니 앞세운 서아시아권 득세
아시안컵 유치전 카타르에 지고
평의회 선거전은 동남아에도 밀려
AFC 후원 국내 기업 ‘0’ 영향 커
아시아 맹주 위상 지킬 해법 필요

아시아를 호령하는 한국 축구의 위상이 막후 싸움에선 딴판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61)이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부 재입성에 실패해 한국 축구의 외교력 부재가 도드라졌다.

정 회장은 지난 1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33차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진행된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 입후보한 7명 중 6위로 탈락했다.

FIFA 평의회는 FIFA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핵심 기구다. 아시아에는 5명이 배정돼 이날 AFC 46개 가맹국을 대상으로 비밀투표가 진행됐다. 정 회장은 유효표 45장 중 19표를 얻는 데 그치면서 당선권인 5위에 들지 못했다.

카타르의 셰이크 아마드 칼리파 알타니가 40표로 최다 득표했고, 다시마 고조(일본·39표)와 야세르 알미세할(사우디아라비아·35표), 마리아노 아라네타 주니어(필리핀·34표), 다툭 하지 하미딘 빈 하지 모흐드 아민(말레이시아·30표) 등의 순으로 FIFA 평의회가 채워졌다.

지난해 2023 아시안컵 유치전에선 서아시아의 협공에 밀리더니, 이번 선거전에선 동남아시아에도 밀렸다.

한국이 축구 외교에서 아시아 변방으로 밀려난 것은 ‘쩐의 전쟁’에서 밀린 것이 결정적이다. 스포츠 워싱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산유국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막대한 오일머니를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서아시아 최초로 월드컵을 치렀던 카타르가 중국이 포기한 2023 아시안컵 개최권을 가져간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동맹군으로 나섰던 사우디는 이번 총회에서 진행된 2027 아시안컵 유치전에 단독 입후보해 승리하기도 했다.

2019 아시안컵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개최됐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3회 연속 아시안컵이 서아시아에서 열리는 유례없는 사태가 빚어졌다. 균형 개최라는 이상보다 현실론이 득세한 셈이다.

아시아 클럽대항전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가 서아시아에 유리한 추춘제로 바뀌고, 외국인 선수 쿼터가 사라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이 AFC보다 FIFA와 돈독한 관계를 맺은 것도 영향력이 약해지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4년 전 같은 선거에서 AFC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서아시아에 반발의 목소리를 낸 이후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국내 기업 가운데 AFC를 후원하는 곳은 없는 반면 현대차·기아가 FIFA를 24년째 후원하는 것에 적잖은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최근 축구 외교는 왕가의 게임으로 바뀐 느낌”이라며 “서아시아에 모든 힘이 쏠리고 있다. 과거 아시아 축구를 선도했던 동아시아 축구가 전반적으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빨리 해법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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