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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또 무속 논란...관저 결정 시 역술인 천공 개입설에 대통령 경호처 “사실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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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경호처장' 동행 주장에 “김 처장, 천공과 일면식도 없어. 가짜 뉴스 확산한 민주당에 강한 유감”

세계일보

천공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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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전 대통령 새 관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역술인 천공(사진)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을 둘러싼 무속 논란 또 터져 나왔다.

대통령실 경호처는 논란이 커지자 “사실이 아니다”라며 관련 의혹을 제기한 야당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2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천공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을 다녀간 사실을 당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에게 알리면서 군 당국에도 보고가 됐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은 3일 출간될 부 전 대변인의 저서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 담겼다. ‘권력과 안보’는 부 전 대변인이 재임 500일 동안 쓴 일기를 주제별로 구성했다.

이날 한국일보가 입수한 책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4월1일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과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 동행한 부 대변인은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가 남 총장으로부터 “얼마 전 OOO과 천공이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과 서울 사무소를 방문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육군 서울사무소는 용산 국방부 영내에 있다.

이 말을 들은 부 전 대변인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가 “긴 수염에 도포 자락을 휘날리고 다니는 천공이 사람들 눈에 쉽게 띌 텐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자 남 전 총장은 “(공관 담당 부사관이) 무슨 의도로 내게 허위보고를 하겠느냐”며 확신했다고 한다.

부 전 대변인은 저서에서 “군 지휘보고 체계를 감안할 때 두사람이 소설을 쓸 리 만무하다”며 “육군참모총장이 내게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지 생각해보니 언론에 알려달라는 메시지로 읽혔다”고 전했다.

그리고 며칠 후 남 총장에게 전화해 ‘언론에 알려야 하느냐’고 물으니 “나는 괜찮지만 현역인 부사관이 걱정된다며 절대 비밀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 국방부를 떠난 부 전 대변인이 유력 육군 인사에게 추가로 의혹을 확인했고, 그 인사는 “당시 천공이 타고 온 차종은 무엇인지, 누가 현장에 같이 있었는지, 육군 총장보다 더 구체적으로 당시 행적을 들려줬다”고 밝혔다.

부 전 대변인이 추가 확인한 결과 현장에는 천공과 함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가 동행했는데, 김용현 현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알려졌다. 이후 공관을 관리했던 부사관은 모 부대로 전출됐다.

해당 의혹은 지난해 12월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3월에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서울 사무소에 천공이 다녀갔다는 증언을 국방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부 전 대변인은 김 전 의원의 국회 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육군과 대통령실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고,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경호처는 2일 반박 입장을 내놨다.

경호처는 이날 오후 언론 공지에서 “천공이 한남동 공관을 방문했다는 의혹 제기와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며 “김용현 경호처장은 천공과 일면식도 없으며, 천공이 한남동 공관을 둘러본 사실이 전혀 없음을 거듭 밝힌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실과 다른 ‘전언’을 토대로 더불어민주당이 앞장서 ‘가짜 뉴스’를 확산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 국방위원회와 운영위를 소집해 해당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공세를 예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간 천공의 관저 개입 의혹이 무성했으나 대통령실은 부인으로 일관해왔다”며 “그러나 오늘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쯤 천공과 김용현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현재 경호처장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모 의원이 용산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서울 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보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서울 시민 교통 불편 초래하고, 천문학적 혈세를 낭비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대통령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한 배경에 천공이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를 방치하고 감춰온 대통령실 등 정부 관계자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누가 최종 승인해 역술인이 대통령실 이전이라는 국가적 사업에 개입했는지 그 실체를 반드시 밝히겠다”고도 했다.

정의당도 이번 의혹을 ‘엄중 사안’으로 분류하며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희서 수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실이라면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군 핵심 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온 만큼 대통령실이 그저 가짜 뉴스라는 말로 발뺌하고, 오리발만 내민다고 해명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천문학적 국민 혈세 낭비와 안보 공백, 교통난맥 초래 등의 국민적 비판에도 불도저처럼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을 밀어부친 이유가 이것이었나”라며 “대통령실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만약 대통령실이 이 의혹이 사실임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은폐해 온 것이라면 이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다. 모든 의혹의 진실을 낱낱이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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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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