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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LNG값도 버거운데 LPG·전기 가격까지 뛴다니 어쩝니까"...오도 가도 못하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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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LNG 연료비 부담 올해도 계속
전기·LPG 등 LNG 대체 연료 찾아 나서
경쟁력 약화 우려…세제 등 지원책 절실
한국일보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 굴뚝에서 LNG 전력발전으로 인한 수증기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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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당진시 석문산업단지에 있는 산화아연 제조업체 한일화학공업은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인상으로 비상이 걸렸다. 이 회사는 벙커씨유(고유황중유)를 연료로 쓰다가 친환경 발전을 위해 몇 년 전 LNG와 전기로 바꿨다. 그러나 LNG 단가와 전기료가 동시에 오르면서 지난해 통상 1년에 40억 원(LNG 20억 원·전기 20억 원)이 들던 연료비가 10억 원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전년 대비 25%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화학제조업 특성상 에너지를 많이 쓸 수밖에 없어 버티기 말고는 답이 없다"며 "사업 확장 계획도 미뤘다"고 답답해했다.

값비싼 'LNG' 포기…저렴한 발전연료 찾아 삼만리

한국일보

LNG탱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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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를 발전 연료로 사용하는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값비싼 LNG 대신 액화석유가스(LPG)·전기 등으로 발전 체계를 탈바꿈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국내 한 석유화학기업은 지난해 초부터 발전 연료를 LNG에서 LPG로 전환했다. 폭등하는 LNG 가격을 이기지 못하고 '더 저렴한' 연료를 찾을 수밖에 없어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LNG 수입 가격은 2021년 12월 톤(t)당 893달러에서 지난해 12월 1,255달러로 40.5%나 뛰었다.

LNG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경제성이 높아 다수 기업들에서 주요 발전 연료로 사용해왔다. LNG는 공기보다 가벼워 누출되더라도 공기 중으로 퍼져 비교적 안전하다. 반면 LPG의 경우 공기보다 무겁고 확산이 잘 안 돼 화재·폭발 위험이 크다. 반드시 열을 가하는 작업이 있어야 하는 제조업체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안전성을 위해 LPG가 아닌 LNG를 주로 썼다.

LPG·전기료도 '인상' 예고…"불황 계속될 것"

한국일보

대체 연료 가격 인상 예고. 그래픽=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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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LNG를 대체할 연료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LNG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국제 LPG값이 최근 한 달 새 33.9% 뛰어올랐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국제 LPG 가격(CP) 기준에 따라 3월부터 LPG 국내 가격이 ㎏당 60~70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전기료 또한 LNG 연료비 변동 리스크는 커지고 한국전력공사 적자는 쌓이면서 인상이 예고됐다. 한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LNG 가격 변동성 때문에 발전 원가가 올랐으며 전기 공급 상황도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료비 폭등은 곧 원자잿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국내 기업 수출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좋지 않은 영세 중소기업들의 경우 원가 인상 부담이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이 주요 애로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상승(39.5%)'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나 전기요금이 모두 오르니 기업들은 공장을 돌리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며 "에너지 수급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일정 기간이라도 정부 차원에서 세제 혜택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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