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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기시다 총리도 나섰다... 日 ‘130만엔의 벽’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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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30만엔부턴 건보료 등 내

최저임금 오르자 되레 수입 감소

근무시간 일부러 줄여 사회문제

조선일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4일 미에현 이세시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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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노동시장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 ‘130만엔(약 1235만원)의 벽’을 언급하며 “대응책을 폭넓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이라 마사아키 의원이 “(130만엔의 벽 탓에) 파트타임 근로자 등 현장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질의하자, 이같이 답변한 것이다.

‘130만엔의 벽’이란 주로 시간제로 일하는 일본 주부들이 일을 더 많이 해서 연간 수입이 130만엔 이상이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역설적 상황을 말한다. 남편이 직장에 다닐 경우 전업주부는 피부양자가 돼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낼 필요가 없고, 각종 부양가족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주부가 아이들 교육비라도 벌려고 동네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다가 연 수입이 130만엔을 넘으면 근로자로 전환돼 연금과 보험료를 내야 하고 공제 혜택도 사라진다. 손에 쥐는 실제 소득이 줄어드는 것이다. 연 수입이 103만엔을 넘으면 소득세도 발생한다. 시간제로 일하는 맞벌이 주부에겐 130만엔 미만으로 소득을 유지하는 게 가장 이득인 셈이다.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해 10월 일본이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인 3.3% 올리면서다.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돼 파트타임 직원들이 예전과 같은 시간을 일했다가 연 수입이 130만엔을 초과하는 상황이 되자, 자진해서 근무시간을 줄이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가뜩이나 인구 감소로 고통받는 일본은 코로나 여파로 일손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6716만명으로, 2019년 12월보다 64만명 적다. 일본에선 정년퇴직한 60~70대 근로자 상당수가 재취업하는데 코로나 때 감염을 피해 일터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특히 숙박과 음식 서비스업에선 코로나 전보다 취업자가 40만명 줄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희망이 전업주부들의 취업 증가였는데 130만엔의 벽이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수퍼마켓 체인인 이온이 오는 4월 파트타임 직원 40만명의 시급을 7% 인상할 계획이다. 노조 요구안(5% 인상)보다 인상 폭이 더 높다. 경쟁사에 파트타임 직원을 뺏기지 않으려는 조치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의지처럼 130만엔의 벽을 당장 없애기는 쉽지 않다. 해결책은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연 수입 기준을 130만엔보다 높이는 것이지만, 보험료를 내지 않고 사회보험 혜택을 누리는 인구가 대폭 늘어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닛폰 TV는 “배우자에 대한 사회보험 공제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게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모든 혜택을 없애면 130만엔의 벽과 같은 모순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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