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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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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여왕이여 안녕”…왕관 궤적 그린 마지막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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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절감·기후변화 대응 탓 주문 급감

마지막 생산분 美 아틀라스에어에 인도

조종사들, 왕관 궤적 그리며 고별 의식

英 버진애틀랜틱도 ‘하늘의 여왕’ 보유

“고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한 헌사”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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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제작된 보잉 747 항공기가 50년 역사를 기리는 ‘깜짝’ 고별 행사를 치렀다.

항공기 경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24에 따르면 마지막으로 생산된 보잉 747 기체는 1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주 페인필드 공항을 이륙해 신시내티북켄터키 국제공항으로 날아가는 길에 독특한 궤적을 남겼다.

숫자 747 위에 왕관을 씌운 듯한 모습(위 사진)이었다. 1970년 취항해 장거리용 대형 여객기의 상징처럼 자리 잡아 ‘하늘의 여왕’(Queen of the Sky)이라는 별칭이 붙은 보잉 747의 마지막 인도 비행을 기념하기 위해 아틀라스에어 조종사들이 미리 설정해둔 경로를 정확히 날아간 것이다.

보잉사는 이날 트위터에 비행 경로를 공개하면서 “모델명과 함께 왕관을 볼 수 있다”며 “하늘의 여왕에 대한 인사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보잉사는 이날 미국의 화물·리스 전문 항공사인 아틀라스에어에 747-8 모델을 인도하는 것을 끝으로 747 생산라인을 폐쇄했다. 50여년 간 항공 여행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으나, 최근 각 항공사들이 비용 절감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연비가 좋고 탄소 배출량이 적은 비행기를 선호하면서 단종되기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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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 기종은 항공 여행 수요 증가에 맞춰 많은 승객이 탈 수 있는 항공기를 만들어달라는 미국 항공사 팬암의 요청으로 개발됐다. 보잉은 여객기 사상 최초로 좌우 2개의 복도를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기체의 폭을 넓히면서 2층 구조를 도입해 승객 정원을 최대 500명 이상으로 늘렸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747 기종은 지금껏 1574대가 제작돼 전 세계적으로 1억1800만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을 기록했다.

747은 여객기뿐 아니라 화물기로도 인기를 끌었다. 이날 아틀라스에어에 인도된 747-8 모델도 화물기 버전이다.

그러나 1960년대 195대, 1970년대 349대, 1980·90년대 900여대의 주문을 받았던 747 수요는 이후 급감해 2020년 이후로는 주문량이 단 6대에 그쳤다.

서양에서는 항공기, 선박 등에 여성 명사를 쓴다. 현대 항공산업의 역사를 이끈 747에 왕이 아닌 여왕(Queen)이라는 별칭이 주어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747과 같은 별명을 가진 항공기는 영국 버진애틀랜틱 항공이 운영하는 에어버스 기종 중에도 있다.

버진애틀랜틱은 최신형 에어버스 A330네오 기종을 ‘하늘의 여왕’(Queen of the Skies·아래 사진)으로 명명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지난해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기리는 의미에서다.

버진애틀랜틱은 엘리자베스 2세가 2004년 같은 이름의 에어버스 A340-600기 공개 행사를 주관한 적이 있다면서 “하늘의 여왕을 맞이할 수 있게 돼 기쁘다. 그것이 잊지 못할, 많은 사랑을 받았던 군주에 어울리는 헌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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