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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평균 7.7% 수익률 ‘달콤한 노후’ 선물한 연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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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본관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미국 서부의 관문인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1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캘리포니아의 주도(州都) 새크라멘토. 이곳에는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캘퍼스 본사에서 만난 만난 욜란다 씨(65)는 20년 넘게 캘리포니아 주 법무부에서 범죄 분석가로 일했고 월급의 약 20%정도를 캘퍼스 보험료로 매달 냈다. 재작년 은퇴한 그는 매달 캘퍼스로부터 2500달러(약 305만원)와 사회보장연금로부터 1500달러(약 183만원)의 퇴직연금을 받고 있다. 은퇴 이후 가끔 소일거리로 일을 하지만 생계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매달 500만원 가까운 연금을 받고 있어 노후를 누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캘퍼스를 한결같이 “신뢰할 수 있는 곳”이라고 치켜세웠다.

선진국에서 연금개혁이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금이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수치로 입증했기 때문이다. 핵심 지표는 수익률이다. 특히 장기 성과다. 캘퍼스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수익률은 평균 연 7.7%에 달한다. 100달러를 맡겼다면 30년이 지난 지금 925달러가 돼 있다는 얘기다. 기간을 달리해도 최근 10년, 20년으로 달리해도 각각 7.7%, 6.9%로 연 평균 7% 선에서 오가고 있다.

마시 프로스트 캘퍼스 최고경영자(CEO)는 “수급자들이 안심하고 은퇴할 수 있도록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 시장 상황과 그로 인해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캘퍼스는 2021년 21.3% 수익률로 주요 연기금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수익률은 -5.1%(작년 9월말 기준)에 그치고 있다. 자산군별로 보면 작년 수익률은 주식 -6.9%, 채권 -5.9%, 부동산 2.8%, 사모펀드 -6.1% 수준이다. 캘퍼스의 운용 자금은 4422억달러(539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에만 수십조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니콜 뮤지코 캘퍼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상장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며 전통적인 다각화 전략이 예상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어 “다양한 자산으로 투자 확대를 통해 작년과 같은 상황에서도 수익률 변동폭을 줄여 장기 수익률을 안정화 시키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캘퍼스는 4년에 한번씩 투자 포트폴리오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자산부채종합관리(ALM)라는 척도를 활용하는데 연금재정상태는 물론 미래에 은퇴자에게 지급해야 할 부채까지 감안해 투자 대상을 결정한다. 뮤지코 CIO가 언급한 변화는 다음 포트폴리오 조정 때 반영될 예정이다.

직전 조정이 이뤄진 지난 2021년에도 기존에 비해 공격적은 투자 전략을 택했다. 부동산 투자비중을 13%에서 15%로 늘리고, 사모펀드 비중 역시 8%에서 13%로 늘리기로 했다. 비상장기업을 인수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여서 차익을 남기고 매각하는 식으로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김엽 캘퍼스 사모펀드부문 대표는 “사모펀드와 부동산 시장은 주식과 채권 시장보다는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작년에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거뒀다”며 “특히 경기 하락기에 민첩하게 대응하여 투자 기회를 잡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모펀드 업계에서 20년 이상 일했다. 도이체방크, 씨티그룹을 거쳐 2016년부터 알래스카 영구기금공사(APFC) 등에서도 일했다. 이처럼 실제 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에도 민간업계에서 온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또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사모대출 펀드(Private Debt)에도 신규로 5%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사모대출 펀드란 일반 투자자들에게 돈을 모아 사모펀드를 만들고 기업대출을 통해 수익을 올린 후 배당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국내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은 투자 방식이다. 작년 12월말 캘퍼스 포트폴리오를 보면 사모대출 펀드에 89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캘퍼스는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전략을 도입하기도 했다. 전체 자산의 최대 5%까지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20조원 이상의 투자 여유분이 생긴 것이다. 작년 12월 기준 224억달러(약 27조원)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산 배분을 했다. 운용 수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될 경우 더 과감한 방식으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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