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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박세정의 테크인문학]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와 디지털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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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대표]
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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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부산사람입니다. 128년의 역사를 지닌 부산 중구에 위치한 봉래초등학교와 학교 베란다에서 일본 대마도가 보이는 덕원중학교 그리고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경남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그런 연(緣)에 학부에서 정보과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블록체인테크놀리지를 공부한 이유로, 블록체인 특구 부산시가 블록체인 산업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를 선도하기 위해 만든 싱크탱크 '데우스밸리사업단' 단장을 지냈습니다. 데우스밸리는 데이터와 디지털의 D,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제왕 제우스를 합친 '데우스'에 실리콘밸리에서 따 온 '밸리'를 합친 말입니다.

지난 1월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민·당·정이 참석한 국민의힘 디지털자산위원회 회의 겸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국회 디지털자산특위 위원장 윤창현 의원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규제혁신TF 연구결과 보고회'와 디지털자산거래소 발표 및 금융당국 토론이 있었습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겸 디지털자산특위 위원은 "가상자산발행(ICO) 진흥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표준백서'가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구체적인 표준백서의 예시를 들어 ICO 개요와 발행 계획 등과 함께 발행인과 실존하는 개발팀, 투자위험 고지 및 사후관리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어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DAXA)의 코인원 차명훈 대표는 '내부통제표준안 마련'과 ESG경영의 초석인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준법감시) 역량 강화 계획'을 밝히며 내부통제를 강조했고, 금융위원회 디지털자산TF 정재욱 변호사는 '블록체인과 금융 융합, 디지털자산의 수탁과 운용'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간담회 축사를 맡은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이하 부산거래소) 설립추진위원회 김상민 위원장은 "기존의 가상자산거래소가 거래도 하고, 예탁금도 갖고 있고, 동시에 코인도 상장한다"며 "이를 구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를 시작으로 부산에 분권형 공정거래소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부산거래소는 예탁결제 기능이 분리돼 있고,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 상장심사도 분리해서 진행한다"고 덧붙이며, "금, 영화, 게임, 농·축산물, 선박, 부동산 등의 '상품'을 시작으로, 향후 증권형토큰(STO) 발행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증권사에서 STO와 가상자산도 부산거래소에서 취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김 위원장은 금융당국 관계자로 나온 금융위 금융혁신과장, 금융정보분석원(FIU) 가상자산검사과장, 금감원 디지털자산연구팀장과 나란히 앉아 간담회 끝까지 긴밀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필자의 눈에 띄었습니다.

'주식은 뉴욕', '선물은 시카고'처럼, 전통자산은 서울, 디지털자산은 부산으로

세계의 패권은 금융 중심지를 중심으로 이동합니다. 16세기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 설립 후 세계 최강국에 올랐고, 18세기 영국 윌리엄 3세가 제정한 '관용법'은 유대 자본을 흡수했으며, 19세기 미국(특히 뉴욕)은 유한책임제도를 도입해 파산한 기업가에게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지금의 월스트리트가 만들어졌습니다. 새로운 금융혁신을 리딩한 중심지로 인재와 자본이 모여들고 결국 패권도 이동해 온 겁니다.

글로벌 디지털 경제허브가 돼야 할, 세계 최초의 분권형 디지털상품 공정거래소가 태동하는 부산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디지털자산 거래의 패권을 둘러싸고 열강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주식·채권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품·선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됩니다. 미국의 찰스슈왑, 피델리티, 시타델 증권 등 대형 금융회사들은 전통 금융의 중심축을 이원화해 금융 영토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들이 합작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거래를 지원하는 가상자산거래소(EDXM)를 올 3월부터 운영하겠다고 합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위주로 거래되는 디지털자산거래플랫폼(CDEX, China Digital Trading Platform)을 이미 구축해 둔 상태입니다.

'서울은 전통자산', '부산은 디지털자산' 거래 중심지로 육성해 나가는 '듀얼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부산은 대한민국 금융과 문화, 물류 허브입니다.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본사를 가지고 있고, 차별화된 문화자산으로 '부산국제영화제'라는 초대형 글로벌 이슈와 국제적 게임이벤트 '지스타'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동아시아 해운과 물류의 거점입니다.

국가차원의 듀얼전략이 실행된다면, 매력적인 인프라를 가진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부산으로 전세계의 자본과 인재가 몰려들게 됩니다. 그래야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만큼은 싱가포르, 홍콩, 아부다비에 못지않은 디지털 허브로서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금융중심지 부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한국NFT학회의 'WEB 3.0 얼라이언스'에 소속된 기관 및 단체의 25세 이상 44세 이하 남녀 1000명(남 624명, 여 376명)을 대상으로, 부산거래소 추진위원회가 발족된 작년 12월 20일부터 지난 1월 20일까지 실행한 부산거래소 설립에 대한 설문에 따르면, 찬성하는 그룹은 75.2%로 부산이 블록체인특구라서(35.9%) 서울 중심의 규제형 전통금융에 디지털혁신이 필요해서(25.2%) 추진위 구성으로 이제는 할 수 있을 거 같아서(14.1%) 등이 꼽혔고, 반대 이유로는 ICO 후폭풍이 걱정돼서(11.9%) STO는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의 영역이라서(8.9%) 정무적 영향력이 중앙권력에 미치지 못할까 봐(4%) 등이 차지했습니다.

부산사람으로서의 사심(私心)

2023년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은 디지털노믹스(digital+economics)입니다. 디지털자산을 통한 혁신이 대한민국의 향후 수십년의 먹거리를 만들어냅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우려와 기대와 함께, 새로운 것에 수반되는 기존 법규와 레게시와의 합치 과정은 결코 수월치 않은 길이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토네이도처럼 몰아치는 지금의 글로벌 메가트렌드는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필연의 방향입니다.

지난주까지 혹한의 추위가 계속됐습니다. 지금도 아침에 집을 나서 퇴근할 때면 그간의 기온차가 심합니다. "앗 차가워!"에 놀란, 단발의 추웠던 경험으로 사계절을 일반화해 봄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에게 지금 봄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박세정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박세정 님은?
현재 한국NFT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국방기술학회 공동의장 및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KAIST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편집위원, 경찰대학 자치경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블록체인제너레이션> <스타트업노트> <미친 꿈은 없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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