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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애플 배터리 게이트’ 韓 소비자 패소 판결… 소비자단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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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해 9월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내 '애플 잠실'에서 시민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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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구형 아이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의혹을 두고 국내 소비자들이 낸 집단 손해배상 소송 결과가 4년 10개월 만에 나왔다. 결과는 1심 패소다. 소비자단체는 “국내 소비자가 해외와 비교해 차별받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김지숙 부장판사)는 2일 국내 아이폰 이용자 약 9800명이 애플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는 9800여명이지만 병합 사건까지 합하면 전체 원고는 6만3767명으로 늘어난다.

재판부는 이날 구체적인 기각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청구 기각에 따라 소송 비용은 전부 원고 측이 부담하게 됐다.

이번 소송은 법무법인 한누리가 2018년 국내 소비자를 대리해 애플코리아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당시 한누리는 애플 측의 불법행위 및 채무불이행으로 원고들의 아이폰 손상 및 정신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원고 1인당 20만원씩 총 127억5340만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했지만 이날 기각됐다.

한누리는 패소 직후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 등 후속 대책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송의 시초는 2016년 ‘애플 배터리 게이트’다. 각국의 아이폰 이용자들이 배터리가 30%가량 남았는데도 전원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을 발견하고 불편을 호소한 사건이다.

사건은 애플이 이후 아이폰용 운영체제(OS) iOS 10.2.1를 배포하며 일단락되는 듯 했다. 적용 기기는 ▲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6플러스 등이었다. 애플은 이듬해 iOS 11.2를 배포하고, 아이폰7 등으로 적용 기기를 확대했다.

그러나 2017년 12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누군가 “iOS 10.2.1 업데이트 이후 아이폰이 느려졌다”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 기기 성능 측정 사이트가 실험을 통해 의혹에 근거를 보태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애플은 “노화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 저항이 증가하는데, 이는 특히 기온이 낮고 추운 환경에서 늘어난다”며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 순간적인 최대 전력을 완화하는 기능을 iOS 10.2.1 이후 소프트웨어에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성능 저하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애플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새 제품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처는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각 국가별로 배터리 교체 비용 보상책도 내놨다. 국내에서는 기존 배터리 교체 비용을 기존 10만원에서 6만6000원으로 인하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과 유럽, 브라질, 칠레 등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집단소송이 이미 종결된 상태다. 미국의 경우 2020년 3월, 애플이 iOS 10.2.1~11.2를 사용하는 구형 아이폰 사용자 1명당 25달러(당시 약 3만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애플은 같은해 11월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34개주에 합의금 1억1300만달러(당시 약 1377억원)도 지불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시민회의)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애플은 이미 우리나라와 같은 기종, 같은 프로그램, 같은 배터리를 사용하는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칠레 등에서 과징금과 벌과금을 부과받았다”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내용을 부과받은 나라 애플사 홈페이지에 게재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에서) 패소 판결이 나온 것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기업이 판매 제품에 대한 성능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해도, 사과하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 해주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선례가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회의는 그러면서 “미국, 칠레의 사례와 같이 지금이라도 애플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배상을 위한 조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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