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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전산망 연결 방식’ 놓고 1년 넘게 싸운 검찰·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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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검찰총장·공수처장 모두 주의하라”

대검찰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전산망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 것인지를 두고 1년 넘게 싸운 끝에 두 기관이 감사원으로부터 한꺼번에 ‘주의’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법원·법무부·검찰·경찰이 형사사건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전산망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공수처 시스템을 연결하는 방식을 두고 벌어진 갈등에 대해 감사원이 ‘양쪽 모두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KICS는 법무부와 검찰, 경찰의 형사업무 관련 시스템을 서로 연결해놓은 것으로, 국민들이 자기가 고소·고발한 사건이나 자신이 입건된 사건의 처리 과정 등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사사법포털’ 서비스 시스템도 포함하고 있다. 법원 시스템과도 연결돼 있어, 법원·법무부·검찰·경찰이 사건 처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문서를 주고받는 데에도 쓰인다.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연계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월 출범한 공수처는 기존 기관들이 시스템을 서로 연결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공수처 시스템을 연결시키기를 원했다. 공수처는 2021년 10월 KICS 운영을 논의하는 기구에서 기존에 KICS에 들어가 있었던 기관들에 협조를 요청했다.

조선일보

지난해 4월 25일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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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법무부·경찰청·해양경찰청은 동의했으나, 유일하게 대검찰청이 반대하고 나왔다. 공수처의 직무 범위가 ‘고위 공직자 부패 범죄’로 한정돼 있고, 행정부나 사법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 기관이므로 검찰·경찰 시스템에 직접 연결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검찰이 내세운 이유였다. 검찰은 법원 시스템도 ‘외부 연계 서버’를 거쳐서 법무부·검찰·경찰 시스템과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그러면 공수처 시스템을 법무부·검찰·경찰·해경 시스템과 연결해야 한다’며 2021년 11월 이듬해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 회의에 출석해 예산 30억원을 요구했다. 예산을 구실로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을 공개한 것이다. 검찰이 반대하는 이유를 묻는 국회의원들에게 공수처 관계자는 “(법무부·검찰·경찰 간) 내부망에 (공수처가) 들어가면 정보가 상호 교류돼야 하는데, 아무래도 공수처는 작은 조직이고 대검은 큰 조직이다. 우리는 정보가 그렇게 많지 않고 대검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 (대검이)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게 아니냐’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는 예산 증액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공수처는 지난해 1월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외부 연계 서버’를 거쳐 법무부·검찰·경찰과 시스템을 연결했다. 공수처가 당초 요구했던 추가 예산은 들지 않았다. 다만 공수처와 검찰은 KICS를 통해 어떤 정보를 주고받을 것인지를 두고 합의하지 못해, 여전히 인편이나 우편으로 사건 관련 문서를 주고받고 있다. 두 기관의 갈등이 계속되자 국회는 지난해 9월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공수처가 독립 기관이라는 점과 시스템을 연결하는 방식은 무관하고, ‘외부 연계 서버’를 거치지 않고 시스템을 직접 연결하는 것이 예산 절감과 시스템 성능, 유지보수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법원이 ‘외부 연계 서버’를 거쳐서 다른 기관들과 연결돼 있는 것은 법원이 KICS보다 먼저 구축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다른 기관들의 시스템과 직접 연결하기 어렵기 때문이지, 법원이 독립 기관라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공수처 시스템이 검찰과 직접 연결된다고 해서 공수처가 검찰 정보를 마음대로 들여다보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결국 검찰청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사유로 ‘외부 연계’를 주장한 결과, 공수처 KICS 구축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공수처의 잘못도 있다고 봤다. 공수처가 검찰 등 다른 기관들과 연결 방식을 협의하기도 전에 시스템 직접 연결을 전제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공수처는 2021년 8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으로부터 시스템 장비 입고를 거부당했고, 연결 방식을 최종 합의할 때까지 9개월이 걸리면서 시스템 구축이 지연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검찰총장과 공수처장에게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주의를 요구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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